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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 지속 가능한 1인용 삶을 위한 인생 레시피
김민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요즘처럼 ‘집’에 관한 관심이 과한 시기도 드물 것이다.
물론 그동안도 집이라는 화두는 항상 화제의 중심에 있었지만 말이다.
나 역시 1여 년 전 가족과 함께 수십 년 동안 살던 집을 떠나 지금의 새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집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계기가 되었다. 집의 가치, 실용성, 인테리어 등등.
뉴스방송작가인 저자의 이야기에는 기존의 내 집마련 분투기에 ‘비혼’이라는 한 단어가 더 들어간다. 이른바 결혼적령기를 넘긴 혼자 사는 여자의 1인 가구살림에 대한 기승전결이라고나 할까. 누구나 자기만의 방에서 출발해서 자기만의 집을 향해 달린다.
무려 쓰리잡까지 뛰면서 단기간 내에 어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한 저자의 에너지에 감탄을 하는 와중에 대출이라는 복병을 만났을 때의 상황은 진땀이 난다.
비정규직이라고 재직 증명 서류 떼기도 수월하지 않고, 혈연도 아니요 지연도 아닌 인연(같은 팀으로 일한)으로 ‘근무확인서’를 겨우 제출했더니 은행에서는 효력이 없단다. 꾸준히 돈을 벌고 세금을 냈다는 원천징수영수증으로 인정을 받았다는데 무슨 큰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햇빛 들어오는 20평 정도의 넓이에 도시야경이 멋지고 관리비까지 저렴한 고층아파트를 장만한 저자의 다음 행보는 리모델링이었다.
비록 좁은 원룸에서 살았던 경험 때문에 사방을 화이트로 덮어서 친구에게 사이코를 합친 화이코패스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것이 바로 자기만의 방을 가진 자의 자유 아니겠는가.
하지만 저자는 그 자유를 위해 또 다른 자유를 포기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간이라는 자유, 방송작가라는 일에 대한 보람, 자기 자신과의 소통. 집 안에 있기 위해 집을 마련했는데 그녀는 항상 집 바깥에 있었던 것이다. 한 때나마 과감히 백수를 선택하며 오롯이 집을 향해 관심을 둔 시간은 앞으로 독립을 계획 중인 나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처음엔 집 안을 채우기 위해 열심이었다는 저자는 곧 많은 것을 버렸다고 한다. 쓸 데 없는 것으로 채우기보다 있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말일테다. 고양이 두 마리가 노는 캣타워가 있는 방, 책이 가득한 서재, 유튜브를 하는 작업용 테이블.
자기만의 집이 자기만의 세계가 되는 순간이다.
비혼에 비정규직 여성이 내 집을 마련하기는 저자의 말마따나 어렵다. 어렵지만 꼭 있어야 하는 세상이기도 하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가 여자도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이제 자기만의 집이 있는 시대가 되었음이 새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