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으로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신만이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새로울 것이 없다고 여기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옛날 옛적 어느 나라에 왕과 왕비가 살았습니다가 아니라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라는 제목은 그래서 확실히 새로웠다. 제목만큼 스토리도 흥미롭고 반전이 있는 결말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일본의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해서 전혀 모르는 내용이면 어쩌나 했는데 옛날이야기라는 것은 만국공통에 가까운 내용이 많아서 굳이 미리 세세하게 알고 읽을 필요는 없었다.

동화의 원제목은 <엄지 동자>,<꽃 피우는 할아버지>,<은혜 갚은 두루미>,<우라시마 다로>,<모모타로> 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권선징악으로 귀결되는 어찌보면 단순하기 이를데 없는 이야기인데 여기에 욕심을 더하니 자연스레 추리소설이 되었다.

작은 몸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도깨비를 물리쳐 얻은 요술방망이 덕에 몸이 커지게 된 엄지동자도 힘들었던 옛날로 돌아가기 싫어서 살인을 하고, 할아버지가 끝없이 베푼 선행으로 얻은 보물에 눈이 어두운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해친다. 자신의 깃털을 뽑아가면서까지 은혜를 갚으려던 두루미는 그 은혜를 당연히 여기는 추태에 도리어 복수를 다짐하게 되고, 거북이를 도와준 어부는 용궁에 초대되어 가지만 이용만 당한다. 역시 엄지만한 몸으로 개, 원숭이, 꿩을 데리고 나쁜 도깨비를 물리쳐 보물을 얻게 된 모모타로도 자신의 기분대로 행동하는 바람에 어이없는 비극을 초래한다. 새로운 악을 탄생시킨 것이다.

하지만 그 새로운 악 또한 선한 마음을 가진 누군가로 인해 소멸된다.

완벽한 알리바이를 깨고, 망자가 남긴 다잉 메세지를 알아채고, 거슬러 올라가서 응징하고,

누군가를 이용하면서까지 지인의 복수를 한다.

온갖 위험한 모험을 헤치고 행복을 찾는 결말이, 누가 죽였는지 추리하며 범인을 찾는 결말로 바뀌는 이야기는 정말 참신했다.

전래동화라 그런지 사람만이 아니라 온갖 동물과 도깨비가 등장인물로 나와도 전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좋았다.

본격 추리소설의 확장 같은 독서였고,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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