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선물
와카마쓰 에이스케 지음, 송태욱 옮김 / 교유서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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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힘이 있다는 말을 믿는다. 저자도 말머리에 말했듯 비석이나 동상을 세우는 일도, 장례식의 의례도, 기도도 모두 그런 의미가 있다는 데에 동의한다. 말이 글이 되어 현실 세계에 부재중인 그들을 잊지 않고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고난에 닥쳤을 때 끊임없이 되뇌던 중얼거림도 지금 생각해보니 어떤 것보다 많은 위로와 힘을 준 것 같다. “이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나에겐 마법의 주문이나 다름 아니다.

 

비평가이자 수필가인 저자는 듣기에 좋은 말, 젠체하는 말, 품위 있는 말 그런 말 말고 말 자체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작동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신체가 지금까지 먹은 것으로 이루어졌듯 마음은 그때까지 접해온 말로 만들어진다.”

우리는 끊임없이 글을 쓰거나 읽지는 않지만 말은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쉴 사이가 없다. 말이 글이 되면 값비싼 유형의 선물보다 편지지에 적힌 한 줄 문장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고, 자꾸 읽다보면 머리와 가슴에 아로새겨져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되어 영원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말한 썩지 않고 깨지지 않는다는 뜻과 일맥상통하다.

생각이 말로 나오게 되는데 때로 말이 그 생각을 충분히 표현 못 할 때도 있다. 특히 감정이 담긴 마음을 전하려 할 때 말은 생각과는 달리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된다.

발음을 더듬거나 엉뚱한 말이 튀어나오거나. 그럴 때는 진심을 다하라라는 말이 소용될 수도 있겠다. 저자는 곧 세상을 떠나려는 오라버니에게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어주며 문학에 숨겨진 작용을 실천한 한 여류수필가를 언급하며 한 마디의 말, 그 진실에 닿는 것이 일생을 걸 만한 일이라고 말한다. 살아 있는 말, 마음을 울리는 말, ‘심금을 울린다는 말을 하기가, 듣기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느낀다.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의 무게를 가늠하며 한 박자 늦더라도 진심이 담긴 말을 하도록 애쓰게 만드는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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