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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두 번
김멜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평점 :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소설책은 작가 따라 골라 읽는 편이다. 벌써 네다섯 장을 읽었는데 재미가 없어서 그냥 덮기도 그렇고 앞으로 나아가기도 그런 어정쩡한 독서를 싫어한다.
한 편의 액션영화를 보듯 걸림 없이 쭉 읽고 싶어 작가편애모드 독서가 된지 오래 되었다.
검증된 작가의 책이니 무슨 의구심이 필요할까. 간혹 전작과 전혀 다른 신작이 나와도 작가에 대한 애정으로 그냥 넘어가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일종의 모험일 수밖에 없었다. 김멜라 라는 예명이 분명한 작가의 이름은 낯설고 물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순전히 표지 때문이었다. 푸른 색 수채화로 그린 듯한 여자의 얼굴표정이 뭔가 많은 말을 하고 있는 듯해서. 그리고 그 표정만큼 등장인물들의 사연은 구구절절 아니 파란만장했다.
남자가 되어야 하는지 여자가 되어야 하는지의 기로에 서 있는 도림<호르몬을 쳐줘요>, 시각장애 미성년을 성추행한 혐의에 열심히 해명중인 유파고<적어도 두 번>, 집안 말아먹을 년 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과학으로 도망쳤다 다시 역학으로 돌아온 홍주<물질계>, 친구의 사고사에 가정이 흔들리는 강투와 해연<모여 있는 녹색점>, 남은 인생10년과 공무원 합격을 바꿀 수 있다는 ‘나’<에콜>, 불운과 정면으로 마주서기 위해 사투하는 세방 <스프링클러>,폭력의 대물림에 끌려가는 조카 홍이를 안타까워하는 중경<홍이>
모두들 보이지는 않지만 있다고 믿는 운명론에 휘말려 갈팡질팡 하는 것만 같다. 그 사이에 이른바 성소수자의 겉도는 세상살이도 엿볼 수 있다. 내가 보기엔 그냥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듯해도 선을 그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그들은 힘겹다.
열셋의 나이에 자신을 인터섹스라 지칭하는 도림도 그 힘겨움 때문에 이태원으로 모험을 떠난다. 지도를 들고 가니 모험이 분명하다. 여행일 수도 있겠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찾으러 갔으니. 도림은 그들이 성별의 기로에 서 있는 자신에게 정답을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었다. 그들은 자신보다는 어른이고 경험이 더 많고 현대 음률을 출 수 있으니 말이다.
어떤 이들은 아무리 나이를 먹고 산전수전 다 겪고 사이버 춤을 춰도 여전히 오답만 내고 있다는 것을 아직 어린 도림은 모른다. 불운과 폭력과 두려움의 계보를 이어가는 등장인물들이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악순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 그만 이런 악순환은 끊고, 희망과 연대의 고리를 이어보자고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남자가 되던 여자가 되던 우선 좋은 대학만 가면 된다는 엄마의 말이나 잘 들어야겠다는 도림의 결정은 과연 정답일까 오답일까. 나도 해답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