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집이 있다
지유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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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즐겨 보는 드라마가 있는데 집을 소개해주는 부동산 중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떤 때는 너무 쉽게 원하는 집주인을 만나서 좀 허무하고, 어떤 때는 오랫동안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 그 집이 불쌍해질 지경으로 몰입을 해서 비록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역시 사람은 집과는 불가분의 관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없는 사람은 주택을 찾고, 사랑을 잃은 사람은 집을 찾는다.”

나무에 그려진 초록색 지붕의 집이 그려진 책표지를 봤을 때, 문득 그 드라마의 인물이 자조적으로 읊조리던 대사가 떠올랐다. 주택과 집의 차이점이 있던가? 둘 다 똑같은 말이 아닌가?

행복한 화가가 되기 위해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쓴 저자가 그 차이점을 말해주리라 믿으며 찬찬히 책장을 넘겼다. 글도 읽어야하고 집 그림도 봐야 해서 어떤 두꺼운 책을 읽을 때 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화가이자 저자는 나무에 그림을 그린다. 옛날에는 대부분 집을 나무로 지었으니 집 그림과 잘 어울렸다. 집을 집답게 보이게끔 한다고 해야 하나. 요즘은 집이 아니라 아파트를 짓고 있으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나 역시 아파트에서 살기 전에는 우리 집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우리 아파트라고 말하는 걸 보면 저자의 의중은 분명해 보인다.

자연을 뽐내는 정릉, 강화도의 교동이발관, 경기도의 화전 상회, 제주도의 돌담집.

언제 어느 때나 가도 변하지 않고 반겨줄 진짜 을 저자는 찾아다니며 그렸던 것이다. 그런 집이야말로 돌아갈 집, 돌아가면 반겨줄 집, 행복이 가득한 집이라는 것을 저자는 알았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보이는 그대로 그린 게 아니라 그 집에 사는 이의 염원까지도 그려준 것이 마음에 들었다.

반백의 고모를 위한 대문 앞 화단의 모자가, 힘든 일이 지나가길 바라며 그린 담벼락의 벽시계가, 축구선수가 되길 원했지만 디자이너가 되어야 했던 영수가 웃길 원하며 창가에 걸어둔 축구복이 절로 미소 짓게 했다. 활자와는 다른 그림만이 줄 수 있는 위안의 표현이다.

집은 그대로되 그 안의 사람은 영원할 수 없기에 저자도 가슴 아픈 이별을 맞이할 때도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일수도 있다. 부대끼면 살아온 사람의 흔적이 서려있는 공간에 계속 있기에는 우리는 너무 연약하다.

50년간이나 우리 시계점을 운영하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목포의 그 곳을 저자는 또 갈 수 있을까.

 

책을 덮으며 어렴풋이나마 주택과 집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주택은 말 그대로 사람이 들어가서 사는 건물이고 집은 사람의 희로애락이 스며있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이나 그 집의 형태는 사라져도 추억이 있으니 주택과는 다르지 않을까 내 마음대로 결론지어 본다.

마스크를 씌운 집그림을 마지막장에 그린 저자의 바람대로 집과 그 집에 사는 모두가 안녕하기를 기원하며 아울러 일련의 사태가 빨리 끝나서 저자가 더 넓은 세상의 아름다운 집을 더 많이 그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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