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마크 랜돌프 지음, 이선주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한 번도 창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이가 들어가매 나의 일이 아닌 나 만의 일이 없을까 고민하는 날이 늘어갔다.

그런 생각 자체가 창업임을 깨달을 즈음 넷플릭스에 관한 이야기가 눈과 귀를 통해 들어왔다. 개봉영화가 극장을 거치지 않고 넷플릭스만을 통해서도 충분한 수익성과 화제성을 거둘 수 있다는 영화판로의 전환점이라고 할 만한 측면과 그로 인해 피해를 본 극장들의 반발이 거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극장들이 불리해 보인다.

아무리 극장에서 보는 오감의 만족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안전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제작사는 제작사대로 극장과 수익을 나누지 않으니 앞으로 극장들과의 대립은 불가피하다.

위기가 곧 기회다라는 말이 넷플릭스에 소용되는 이 때에 공동창업자가 쓴 넷플릭스 창업기는 그래서 내게는 매우 구미가 당기는 독서가 될 수 있었다.

 

저자는 <꿈의 해석>을 쓴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먼 친척답게 항상 새로운 사업을 구상 하곤 했다. DNA의 영향을 누가 무시할 수 있을까. “네 삶의 주인이 되라는 아버지의 조언이 저자의 창의성의 발로인 것은 확실하다. 맞춤형 운동기구, 맞춤형 서핑보드, 맞춤형 개밥, 맞춤형 야구배트. DVD 우편 배송이라는 종착지에 이를 때까지의 수많은 아이디어도 그 주인이 되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주인으로써 갖춰야 할 것들은 하나의 회사를 차리기 위한 것들과 다르지 않았다. 자금을 구하는 일을 구걸과 동일시하며 친구와 가족 라운드라는 말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돈을 융통한다는 마인드는 솔직히 통쾌함마저 들게 했다.

창업의 실체를 들여다본 느낌이랄까.

초기의 넷플릭스는 사무실에 가구와 식물을 진열하는 것보다 시간과 기술에 투자하고 유능한 인재를 끌어와 팀을 꾸리기에 전력을 다하며 그들에게 지금 당장은 낮은 연봉이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확실한 성과급을 보장했다. 충분한 DVD 목록을 갖추고 발송용 봉투와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으로 준비과정을 마쳤다. 저자도 여기까지 오기까지 숨 가빴겠지만 읽는 나도 숨가빴다. 넷플릭스를 만드는 과정이 저자의 꿈이었다고 말한 이유를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창업의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상장을 할 때도 이 때만큼 흥미롭지 않았다.

그 뒤로도 매출하락, 합병의 기회, 구조조정, 닷컴붕괴 등 위기와 기회가 번갈아 왔고 저자는 미래에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어떤 때는 뚫고 나가는 게 유일한 탈출구라는 아버지의 조언이 여기에서도 빛을 발한다.

성공의 정의에 어긋남이 없는 넷플릭스의 창업기에는 성공의 희희낙락보다는 실패직전의 위기만 난무했다. 구조조정으로 누군가를 해고한 저자에게 그 누군가가 되려 괜찮냐며 위로를 건너는 장면에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돈을 투자한 친구이자 동업자에게 CEO 자리를 내줘야 할 때도 있었다. 아이디어도 회사의 실체도 자신이 세운 거나 다름 아니었지만 그는 냉철한 시선을 유지하며 자신의 모자란 점을 되돌아볼 줄 알았다.

저자가 말하고자 한 것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시도하고 위기가 닥쳤을 때 집중하고 물러나야 할 때는 물러났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금 너도나도 자기만의 창업기를 쓰고 싶어 한다. 매순간 풀 기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최선에 가까운 해답은 제시할 수 있는 창업기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