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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 남자와 함께하기로 결정한 당신에게, 개정판
남인숙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다시 태어나도 남자로는 태어나고 싶지 않다. 저자의 말처럼 아이와 남자는 비슷한 면이 많다. 누구나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어린 시절을 동경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사진 속 추억에 있어야 아름다울 아이의 모습을 한 남자들은 나에겐 동경의 대상은 될 수 없을 것 같다. 남자들은 무슨 재미로 사는지 여자보다 심심하고 인생을 더 피곤하게 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피곤한 남자들을 더 피곤하게 만들지 않고, 토닥토닥 다독이면서 아이 어르듯이 달래가며 살아야 할 여자들에게 꼭 필요한 지침서 한 권을 읽은 기분이다. 그동안 시들어가던 연애세포도 되살려보고, 나만의 남자 사용설명서를 만들어 보았다.
책에는 금련이란 여주인공이 나온다. 남자친구에게 이유도 못 들은 채 이별을 맞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인연을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황혼에 접어든다. 중국 고전소설 『금병매』의 줄거리와 캐릭터를 차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데, 금련이라는 가상 인물을 통해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면서 곳곳에 산재해있는 남녀 간의 문제점들을 파헤친다. 아는 언니들, 친구들, 동생들의 이야기와 어쩜 이리도 똑같은지. 남자들의 공통분모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책의 매뉴얼에 따라 정리한 나만의 남자 사용설명서를 소개해 본다.
먼저 남자 앞에서 잘난 척은 금물이다. 적당히 모르는 척이 필요한데, '꽃 보다 누나' 초반에 김희애 씨가 짐꾼 승기에게 스스로 알아가게끔, 알면서도 모른척한 배려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두 번째로 여자보다 더 거절을 두려워하는 남자들을 위해 , 조금만 더 다가가면 사귈 수 있을 것 같은 여자가 되어 보기이다. 빈틈없이 꽉 막힌 것보다 슬쩍 빈 공간을 보여주면 어떨까?
세 번째로 남자의 남자다움 칭찬하기이다. 나이 든 남성을 상사로 모시는 여자라면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정기적인 아부를 업무용으로 사용하라는 저자의 말처럼 직장생활에도 꼭 필요한 남자 매뉴얼이다.
넷째, 무조건 거절보다는 적당히 동의해주기이다. 남자들이 말하는 착한 여자는 자기 말에 거절하지 않는 여자라니, 적당히 그의 의견에 동의해주고 그 후 내 맘대로 하라는 저자의 말이 참이다. 남자에겐 동의, 여자에겐 공감. 둘은 비슷하지만 공감의 고개 끄덕임과 '무조건' 이 붙는 동의는 다르다. 무조건적인 동의를 위해서 약간의 연기력도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에서도 마직막 챕터에 등장하는 '나쁜 남자보다 더 여자에게 해로운 못난 남자'는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도 보기고 중년 남성의 쳐진 어깨가 떠올라 씁쓸해진다. 남자들의 약한 모습과 우울증이 찾아올 시기, 여자들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할 것 같다. 내 남자의 눈물도 감싸주고, 눈물 흘릴 수 있는 편한 상대가 되자는 게 마지막 매뉴얼이다.
어쩌면 뻔하면서도 공감도 가고, 너무나 다른 생명체 이야기에 한숨도 쉬면서 읽은 책이다. 남자들이 주는 황당함과 멘털 붕괴가 오는 여러 순간들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때로는 강하고, 어떨 땐 한없이 아이스럽기도 하고, 든든한 울타리 같으면서도 대책 없는 철부지의 모습을 한 남자들의 여러 모습을 잘 정리한 매뉴얼을 얻어 가는 것 같다. 지금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다면 이 책을 통해 극복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