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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사회 - 폭력은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볼프강 조프스키 지음, 이한우 옮김 / 푸른숲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편다. 지면에는 간밤에 일어난 일들이 깨알같이 몰려있다. ○○ 반정부 시위 유혈사태로 확대, ○○군이 ○○침공으로 사상자 속출, 조직폭력배 집단싸움으로 ○○명 사망 등등. 폭력 관련 기사들이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폭력의 역사는 인류가 살아온 만큼 길다. 인간은 폭력에 억눌리는 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그런데도 역사 속에서 폭력에서 벗어난 적은 없었다. 인간사회를 하위 분야로 분류한다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폭력사회’도 그중 한 분야를 당차게 점할 것이다.
‘폭력은 안 좋은 것’이라고 배운다. 그래서인지 대다수 사람들은 폭력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폭력 없는 사회를 바란다.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당하면 사람들은 고통과 괴로움에 몸서리를 친다. 그러나 싸움구경만큼 재미난 구경거리도 없으니 아이러니다. 폭력을 대하는 인간의 심리가 참으로 오묘하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가 바로 폭력이다. 인간의 감정, 사회현상, 인류역사, 국가체제 등 작은 것에서 큰 것까지 모두 폭력의 잣대를 들이댄다. 그 잣대는 나름 제구실을 한다. 저자 볼프강 조프스키가 여기저기 갖다 대는 곳마다 머리를 끄덕이게 한다.
저자가 펴는 논리는 특이하지만 일리가 있다. “인간은 폭력에서 보호받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구성한다. 개인의 안전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사회에는 막강한 힘이 생겨난다. 그 힘으로 사회를 다스려 질서를 잡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힘은 질서를 잡기 위해 힘(폭력)을 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 힘이 커질수록 우리는 또다른 폭력에 떨어야 한다. 모순을 보완하려는 수단이 오히려 또 다른 모순이 된 꼴이다.” “칼로 사람을 찌르면 죄책감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총으로 사람을 죽이면 죄책감은 좀 덜하다. 현대 첨단장비를 이용해 버튼 하나 까닥해서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데는 오히려 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인 사람은 그 이름이 남는다. 그렇지만 그 살인자의 손에 죽은 희생자들은 금세 이름 없이 묻혀 버린다.”
책 날개에 저자의 사진이 붙어 있다. 날카롭고 분석적이며 냉철해 보인다. 농담이라곤 할 줄 모를 것처럼 보인다. 사진에서 풍기는 인상은 글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글은 분석력 있고 논리성도 있다. 인류역사와 사회를 보는 저자의 시각도 퍽 독창적이다. 책을 읽는 동안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책에서 흥밋거리, 우스갯거리를 찾으려 하면 안 된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함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웬만한 공포영화는 발도 못 붙일 정도로 살벌하고 무서운 묘사들로 가득하다. 재미를 기대하고 보려고 하면 책장을 오래 못 넘긴다. ‘폭력과 인간사회’라는 담론에 참가할 진지하고 엄숙한 마음자세를 다잡고 책장을 넘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