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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평점 :
이 소설의 시작은 흥선대원군이 있는 운현궁에 전봉준이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민씨일파가 권세를 잡고 백성들을 수탈하는 세상에서 전봉준은 대원군을 내세워 집권시켜 백성을 위한 세상을 만들려는 생각을 갖고
대원군을 만나고 소설 내내 대원군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소설 속에서 동학농민군의 활약을 세세히 전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동학의 여러접주들의 힘을 모아 백성을 위한 세상을 만들려는 전봉준의 노력을 그리고 있고, 흥선대원군은 동학군을 이용해 중전민씨를 내치고 손자
이준용을 후사로 앉히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소설에서 김교진으로 대표되는 갑신정변으로 약화된 개화파는 일본의 도움으로 조선을 다시
개화시키겠다는 생각을 품습니다.
결국 조선은 청국에 파병을 요청하고 일본이 이에 조약을 내세워
자국의 군대를 파병하여 청일전쟁이 벌어지고 청군을 물리친 일본군이 조선의 궁을 침범하는데 책 뒤에 써 있는 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나라는 없다! 라는 구절은 바로 이때 일본에 맞서 궁을 사수하던 평양의 기영병들이 멈추라는 임금의 어명을 듣고
임금이 개화파와 일본에 굴복됨을 알고 뱉는 말입니다.
흥선대원군이 다시 정권을 잡지만 군국기무처가 만들어지고 김홍집과
개화파 내각이 만들어지면서 대원군은 소외되고 결국 일본에 의해 연금상태가 되고 맙니다.
결국 일본의 압력으로 일본의 교관에게 훈련받은 조선군과 일본의
지원군이 동학군을 치게되고 참혹한 우금치 전투가 그려집니다. 전봉준을 모시던 '쌍도치' 을개도, 개화파에 속해 있다가 일본의 위험성을 깨닫고
동학군에 투신한 이철래도 이 전투 이후 싸우다가 죽고 맙니다.
김개남도, 전봉준도 관군에 잡히게 되고 남은 것은 일본의 군사력
앞에 바람앞에 등불이 된 조선과 동학잔당을 소탕하려는 관군과 유림들, 아비와 서방을 잃은 여자들뿐입니다.
흥선대원군과 전봉준의 밀회가 독특한 구조의 소설인데 특히나
등장인물들의 정세판단이 흥미롭습니다. 과연 전봉준이나 동학도들이 처음부터 청군과 일본군에 대비했을까요? 저는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알렌과 대원군 모두 청군이 일본군을 이길꺼라 생각했는데 아무리 일본이 개화를 먼저했어도 나라의 규모가 다르니 당연한 생각같지요. 그런데
사실 서양제국들의 크기도 중국보다 큰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결국 일본군이 승리하는데 이것은 또 명말청초에 상황과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당시에도 후금보다는 명나라가 우세하다라는 생각이 대다수였었죠. 일반적인 생각으로 그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가 생각보다 중국이 크다고 해서
과대평가하는 부분도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김교진은 청과 일본을 모두 다녀와서 일본에 의지할 생각을 하는데 개화파는 보고 배울 부분과
의지해야할 곳을 같이 보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었던거 같습니다. 기술이 발전되어도욕심이 없어지진 않는거죠. 동북아의 정세는 현재도 안정적이진
않죠. 북한이 있고 중국이 성장했고 일본이 군국화의 길을 다시 걸으려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재를 넘으려면 과거와 같은 실수가 없어야겠죠.
<이 서평은 다산북스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쓰여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