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 - 추정경 장편소설
추정경 지음 / 놀(다산북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때는 자기생각을 남들에 휩쓸리지 않고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아이였던 김하균.

하지만 중학교에서는 일진도 아니면서 일진흉내를 내며 아이들을 괴롭히는 찐따가 되어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아이들의 집단 구타로 크게 다치게 된다.

김하균을 집단구타하던 사람중 하나였던 반장은 한강에서 물에들어가는 남자애를 보고

자살하려는 줄 알고 따라갔다가 강속에 입구가 있는 벙커에 들어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6살꼬마 미노, 미노를 보살피는 메시와 한달간 동거에 들어간 반장은 김하균의 가방에서

일기를 보면서 조금은 그의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자가발전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화장실 물도 한꺼번에 내리는 불편한 벙커생활.

김가출이란 별명을 얻고 메시와 함께  신발을 닦아서 먹고 사는 일에 동참하게 되고 

미노의 아픔도 알게될 쯤 김씨아저씨와 할아버지가 등장하면서 벙커에 파란이 일게 된다.

메시의 말을 듣고 자신과 그들이 같은 부류의 사람임을 깨닫는 가출.

메시가 수호천사고 벙커가 미노의 마음임을 알게 되었고 아저씨나 할아버지가

자신의 미래의 모습임도 알게 되는 가출. 그리고 자신이 영혼상태로 온 것도 알게 된다.

메시와 미노가 벙커를 떠나고 벙커가 물에 잠기면서 몸속으로 들어간 가출은

자신이 김하균의 몸속으로 들어온 것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는데

미노가 진짜로 민호라는 아이로 자기가 깨어나기전 퇴원 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민호가 새엄마에게 학대를 당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결국 자신이 하균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병원을 퇴원한 가출. 그는 사건의 동영상을 보며

자신이 자길 때렸던 반장의 삶을 부러워하여 반장이길 바랬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균은 어머니, 아버지와 각각의 방법으로 부딫치게 되지만 결국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받게 되고 학교를 그만두고 몽골에 사막화를 막는 식물심기에 엄마와 참여하게 된다.

 

김가출, 아니 김하균의 학원폭력문제보다는 오히려 김하균의 가정이나 민호를 볼 때,

가정폭력에 더 비중을 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하균이 학교에서 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결국엔 가정에서 당한 것을 학교에서 푸는 것에 가깝기에

학교폭력의 원인이 가정폭력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김하균이 초등학교시절 순수하게 신념을 지녔다는 것도 거꾸로 보면 세상과 타협하지못하고

아이들의 사회속에서 괴리된 걸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하균이 반장의 입장에서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사실 독자들에게 하균을 이해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되는데 하균의 입장을 모르는 하균을 폭행한 반 아이들이 전부 처벌받고 전학가는 것은

조금은 지나친 처벌,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아닌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균이 결국 학교를 떠나고 몽골로 가는 것이 자신을 강제하는 어머니와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양쪽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긴 하지만 뭔가 피하는 듯한 느낌도 들어

맞는 해답인지는 잘 모르겠다. 벙커 속에 있는 것도 치유할 시간을 갖는 것과 함께

마음속으로 도피하는 느낌도 들고...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는 그 사람을 알기까지 '시간'과 '노력'을 들이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이해 가능한 존재가 된다는 함정이 숨어 있다.

그 사람의 과거, 자라 온 환경,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따위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일이

어려운 것인데,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라는 결론에는

'이해와 공감이라는 힘든 과정을 거치면'이라는 말이 쏙 빠져 있는 셈이다.

- 106p

 

지상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벙커, 내 마음속으로 바람이 분다.

- 2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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