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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평점 :

이 책에서 말하는 세계사의 균열은 어떤 사건에 촛점을 맞추기보다는 표지에 보이는 영문 언더독. "강자를 상대로 이기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약자"라는 부제같은 문구가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이길 것으로 보이는 강자에 저항하는 약자들의 이야기가 세계사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을 가르킨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책 곳곳에 보이는 저자의 다윗과 골리앗 언급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의 구성은 전략, 용기, 결의, 지혜, 신념의 다섯가지로 각장이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가지에만 국한된 에피소드들은 아닌거 같고 전략에도 결의나 용기, 신념, 지혜가 복합된 느낌이고 다른 에피소드들에도 전략이 없지않는 경우들도 있었다.
언더독하면 골리앗을 이기는 다윗을 생각하지만 이 책에 언더독들은 그렇게 통쾌하게 이기지만은 않는다. 그냥 약자의 입장에서 싸우는 경우도 있고 이미 죽은 약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전략 파트에 제목은 생존을 위해선 못할게 없다이다. 그말대로 핀란드는 소련과 맞서기 위해 나치와 소련사이에서 줄타기를하고 죄없는 공직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도 한다. 고구려는 강대한 수나라를 물리치고도 스스로 영토를 똥덩어리땅이라고 칭해야 했다.
고려거란전쟁의 양규는 거란군을 격파하기보다는 끌려간 고려인 포로들을 구하기 위해 싸우다 죽어야했고 이순신은 왕명을 어겨가며 전력을 지키다가 파직되지만 결국 13척의 배로 명량에서 130척 이의 왜군함대에 승리하지만 전남일대에서 철수하면서 백성들이 왜군의 침략을 당하게 되지만 함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용기 파트에서 인상깊었던건 3만명의 중공군을 상대한 600명의 영국군 에피소드였다. 예전에 읽은 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이 생각나서였는데 영국에서 잊혀진 전쟁이라는 한국전쟁에서 영국인 다운 모습으로 중공군과 맞서 67명만 생환한 글로스터 대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고마움과 영국다움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결의 파트에서는 송나라 멸망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송나라이전 후주의 왕족인 시씨가 송나라의 조씨에게 선양했고 조씨는 시씨를 우대했으며 송나라가 멸망의 위기에 처하자 시씨들이 송나라를 위해 싸웠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야기 자체는 은혜를 갚는 결의를 느끼게 할 수도 있지만 송나라의 문치정치가 신하들의 숙청과 옥사가 없었다는 저자의 말은 그다지 믿기지 않는다. 악비를 죽인건 누구이고 어린아이를 황제로 세운건 누구였단 말인가? 책에서 수호지나 포청천 이야기를 하니 말이지만 수호지나 포청천 드라마만 봐도 아닌걸 알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1992년 두명의 검사가 마피아와 싸우다가 차례로 죽고 사람들이 마피아에 상납거부 등 맞서기로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어부지리로 정권을 잡았다고 저자는 한탄하는데 최근에 이탈리아 친구와 온라인으로 대화해 본 결과 밀란출신인 이 친구는 베를루스코니를 그다지 비판하지 않고있다. 아마도 지역색때문일수도 있는데 아무튼 그 친구도 베를루스코니가 마피아와 관련된 인물이라는건 인정하고 말하고 있으며 아직도 이탈리아에서는 마피아의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두 검사의 결의는 좀 더 달려야겠다.
지혜 파트에서는 아프리카의 두 군주가 눈에 띈다. 서구 열강에 맞서서 여자인 은동고 왕국의 은징가 음반데와 에디오피아의 볼모출신인 메넬리크 2세는 전략 파트에서의 모습과 유사한 종교와 줄타기를 자유자제로 보여주어 백성과 나라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프리카의 역사들은 우리가 잘 알기 어렵기에 더 흥미롭다.
신념 파트는 사실 대부분은 들어본 이야기들이었는데 아무튼 자신의 신념에 따라서 충분히 잘 살수 있는 신분임에도 어려운 사람들을 돕거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총신이었지만 네덜란드를 위해 나선 네덜란드의 오라녜공 빌럼(나는 오렌지공이라고 배웠다.)이나 사랑을 택하고 죽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공주 미샬이나 형평사 운동을 한 양반 강상호 등이 그렇다. 한가지. 당근에 대한 내용을 처음 들어봤다. 지금 우리가 먹는 주황색 당근이 붉은 당근과 백당근을 합쳐서 네덜란드에서 만든 종이라고 한다. 검색해보니 홍당무의 정말 붉은 당근은 못찾았지만(자색당근은 있었다.) 정말 하얀당근이 있었다...;ㅋ
세계사라고 하기에는 너무 한국사 파트가 많은듯하지만 어쨌든 역사속에서 언더독들의 다양한 양상의 투쟁을 읽을 수 있는 책이었던거 같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