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의 기원 - 어디에도 없는 고고학 이야기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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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인욱 교수는 방송 등 매체를 통해 대중에 노출되는 요즘 가장 핫한 고고학자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책에서는 우리 일상에서 접하는 문화와 물건들 32가지를 잔치, 놀이, 명품, 영원이라는 4가지 카테고리로 묶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고고학은 발굴된 유물을 바탕으로 옛날 사람들의 생활상과 문화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학문이다. 그것은 인류 역사의 여백을 메워주는 역할도 하지만 고고학이 역사학과 다른 것은 유적과 유물에 있어서 역사시대 이전의 선사시대까지도 다루고 있는 점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와도 겹치지만 인류학쪽에 좀 더 가깝다고 생각된다. 인류가 역사를 기록하기 이전에도 인류의 흔적은 남아 있기 때문에 유적과 유물을 통하여 어렵게나마 유추할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고학을 통해 정확하게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을 알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고고학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발견된 유적과 유물을 통해서 남아 있는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막걸리의 흔적을 발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막걸리의 기원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미 고대인의 뱃속에 들어가서 알 수 없을 수가 많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막걸리의 더 이른 흔적이 있을 수도 있다. 아직 나오지 않은 땅속의 유물들이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점도 고고학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저자는 고고학과 역사학이 다른 점을 역사학은 의견이 나뉘는 정도지만 고고학은 유물의 발견에 따라 과거의 모습이 완전히 바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고학과 역사학의, 특히 고대사쪽의 공통점도 있다. 아무래도 고대로 갈수록 문헌도 그렇고 유물도 적기 때문에 사건이나 유물에 대한 내용에 있어서 추론의 영역이 좀 더 들어설 여지가 많다. 고대사 연구자나 고고학자나 꽤나 높은 상상력과 추론능력이 요구된다고 생각된다.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적지 않아보인다.

1장 잔치에서는 여러 음식에 대한 내용들이 나온다. 서양의 맥주가 처음에는 막걸리같은 탁주에다가 걸쭉한 타입이라 빨대로 먹어야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보리로 만든 술이라는거 말곤 같은 술이라고 할 수 있는건가;ㅋ 도토리의 쓴맛, 타닌을 제거하는건 과연 누가 처음 발견했을지도 궁금해진다. 술도 그렇지만 타닌 제거같은 것도 우연한 발견이었을 것이다.

소주, 김치, 삼겹살, 소고기 등의 내용들을 보며 느낀건 이것들이 독창적인 한국만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주장하는대로 중국의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기원을 따지면 북방이나 중앙아시아, 근동 등으로 잡아야 하리라. 중국도 한국도 그 유행에 동참한 것 뿐이다. 하지만 절임음식인 김치에 고추가루를 넣은건 한국이 맞지 않나?

닭부분에서는 닭이 인도나 동남아, 중국남부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실제 가장 오래된건 막상 가장 오래된 닭의 가축화는 화북지방인 허베이성에서 보인다며 꿩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건 뭔 말인지 잘 이해못하겠다. 꿩이 더 많았다는건 알겠지만 그게 닭의 가축화와 뭔 상관이란건지? 다른 더 오래된 유물이 앞서 언급한 지역에서 나와야 말이 될듯하다.

상어 부분에선 신라에서 상어나 생선을 부장하며 염장기술의 발달을 볼 수 있다는 내용인데 삼불 김원용 선생님의 이야기가 언급된다. 나는 사실 김원룡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대학때 고고학 수업교재도 김원룡 선생님의 책이었다. 한자가 엄청 많았던 기억이 난다. 언급된 수필도 나중에 읽어봐야겠다.

2장 놀이에서는 고구려 수렵도의 몰랐던 내용이 나온다. 바로 유명한 수렵도가 진짜 사냥을 나간게 아니라 잡아놓은 동물들을 풀어놓고 놀이같이 사냥 연습을 한걸 그린거라는 사실이었다. 사냥이 놀이고 훈련이라는건 알았지만 이렇게 인위적으로 하고 그림까지 남겼다는게 신선했다.

맨몸으로 하는 씨름 역시 맨손격투의 하나로 동서양의 교류속에서 이루어진 국제적인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역시나 중국은 자신들이 종주국이라고 하는 모양이지만 중국보단 한국, 몽골, 일본에 남아있고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있을테니 역시 음식과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특이한건 이러한 맨손 격투가 인명 사상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시합을 보며 몰입하고 희열을 느끼면서 내면의 폭력성과 상대를 향한 적개심을 해소했다는 이야기다.

낙서는 지루함을 참지못한 증거이지만 무척 오래전 무려 50만년전 인도네시아 자바원인 시절부터 있어왔다고 한다. 암각화, 벽화도 낙서이고 우스꽝스러운 토우도 낙서의 일종일 수 있다고 한다. 낙서는 인간의 뇌와 손을 연동시켜 창조성을 높여준다고도 하니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겠다.

개와 고양이 두 반려동물의 부분은 흥미롭다. 개는 고양이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했고 야생늑대에서 시작하여 사냥을 돕고 집을 지키고 반려로 함께 했다고 하며 고양이는 개보다는 후에 인간과 함께했고 쥐를 잡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어떻게 가축화가 되었는지, 어떤 동물이 시작인지는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개보다는 야생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고양이는 그런 매력으로 인간의 사랑을 받고 있다.

3장 명품에서는 석기부터 다루고 있다. 전곡리에서 발견된 구석기시대 석기 주먹도끼는 서양인 중심의 구석기 발달론을 깨는 역할을 했지만 석기가 조악하고 연대가 매우 늦은 편이라는데 그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아시아쪽의 석재가 더 단단한 차돌이어서 그랬다는 것이다. 고고학 연구에 있어서 여러 방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실크로드로 유명한 중국의 비단은 북방민족과 서양까지 전해진 명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양잠을 관장하는 신에 제사를 지내는 기원은 중원지방이 아닌 파촉, 지금의 쓰촨지역일 수 있다고 한다. 삼국지에서도 촉금이라며 이 지역의 비단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현대에는 중국보다 프랑스에서 현대화된 양잠 기술을 전수받은 일본의 현대적인 실크제조기술이 더 유명하다고 한다.

무덤의 황금유물은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가 유명하지만 그 3000년전인 신석기시대 불가리아 바르나 유적에서 황금인간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시절부터 이미 황금은 가치가 높았고 무덤에 부장품으로 내세에도 부자로 살려는 생각도 보여준다.

신라의 금관은 흑해연안이나 아프가니스탄 등 유라시아 샤먼들이 하늘과 통하는 의식에 사용된 것과 유사하여 유라시아 네트워크의 상징으로 보았다. 이 신라의 금관은 관모를 쓰고 그 위에 금관을 착용해야한다는데 신라 무덤에서 나오는 관모의 재료인 자작나무껍질은 한반도 남쪽에서는 자라지 않고 북방 만주와 시베리아에서 자라는 것으로 신라가 북방으로부터 자작나무를 공급받는 무역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삶뿐만 아니라 유물을 파괴하고 있다고 한다. 고원지대의 동토층에 묻혀있던 무덤의 시체는 낮은 온도로 인해 미라화되어 오랜시간 유지되었지만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이 동토층이 녹고 그 안에 유물들이 자연적으로 훼손된다는 것이다.

고대유물을 쫒는 모험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흥미로운 소재로 인기있지만 고고학자들은 싫어한다고 한다. 식민지의 유적지를 찾아 유물들을 훼손하고 훔친 서양 고고학계를 미화했기때문이라고 한다. 진시황의 아버지 진경공은 250여개의 도굴갱이 발견될 정도 였지만 진시황의 무덤은 극비여서인지 도굴되지 않았다고 한다. 2008년 조조의 무덤이 발견되었다. 이미 도굴된 무덤이었지만 남아있는 유물중에 위무왕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돌로 만든 꼬리표가 있었다고 한다. 조씨의 위나라이고 무왕은 조조를 높인 말.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유골의 연령이 조조의 사망과 비슷한 나이대여서 조조의 무덤으로 공인받았다고 한다. 이미 당시에 왕공귀족의 무덤을 털어 군자금을 마련했다는 조조의 무덤도 결국 털리고 발견된 셈이다. 부장품을 넣는 것은 내세에서도 잘 살기 위해서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에 부호들은 더 오래 살기위한 유전자 연구나 미래에 기술을 적용하여 질병이나 노화를 극복하기 위한 냉동보존 연구 등을 진행한다고 한다.

4장에서 미라는 이집트에서 만들어졌지만 현대에 레닌, 김일성 부자 등 독재자들의 시신을 보존하는 기술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그 중 투탕카멘의 저주가 유명하지만 저자는 이는 사실이 아니라 투탕카멘 유물에 대한 보도가 영국 타임지에 독점으로 나가는데 따른 반발로 설명하고 있다.

마스크는 최근에 코로나로 각광받았다가 다시 벗는 날이 시작되었지만 그 기원은 샤먼의 주술적 용도거나 무덤에서 발견될 경우는 망자의 살아있을 때 모습을 담은 영정사진과 같은 것이라고 보았다.

고대의 문신은 주술적인 것, 화려한 화장술, 높은 신분이나 공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았다. 전에 읽은 책에서는 아픈 부위를 치료하기 위한 것으로 본게 있는데 주술적인 것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다만 형벌로써는 언제부터 사용했는지는 언급되고 있지 않다.

유튜브에서 미리 이 책의 일부내용들을 저자가 강의한 것을 미리보았는데 발굴에 대한 내용들이라 흥미로웠고 주로 3,4장에 내용들이었다. 저자는 고고학자로써 과거의 유물을 발굴하지만 죽어 있던 유물로 부터 지금 우리들에게 유의미한 이야기들을 전문적인 지식과 학문적 상상력을 통해서 보여주었다. NFC나 메신저 등을 과거 유물들과 연결한 것만 봐도 그렇다. 흥미로운 고고학의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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