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한국사 - 동아시아를 뒤흔든 냉전과 열전의 순간들
안정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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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가 강의한 차이나는 클라스 방송을 보았다. 방송에서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중 일부를 이미 소개해주고 있었다. 저자는 들어가며에서 이 책을 이야기꾼의 이야기에 비견했다. 확실히 그럴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다. 다만 저자는 역사학에 국적이 없다라고 하지만 역사학은 몰라도 역사가에게는 국적이 있다. 물론 환빠같은 이야기들은 걸러야겠지만 이른바 저자가 말하는 비판적 성찰이나 균형잡힌 시각은 일면 맞는 말이면서도 일면 비판에만 치우친 감도 있다고 생각된다.

 1부에서는 삼국지 오나라의 손권이 요동지역에 펼친 외교가 일으킨 나비효과에 대한 이야기다. 손권은 요동지역에 외교를 통해 위나라를 위협하려 했지만 요동의 공손씨는 오나라를 이용하려만 했고 고구려와는 오나라의 실책으로 어그러졌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에 그치지 않고 위나라에서 후에 공손씨를 멸망시키고 고구려를 공격하는 단초가 되었다는 것이다. 위나라에서 공손씨를 치거나 고구려를 공격한 것이 준비되자마자라기보단 시일차가 있으므로 꼭 오나라때문인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마음속에 찝찝하게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영향은 미친게 맞는듯하다.

하지만 열국시대부터 원교근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외교자체가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단지 그것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경각심만 주고 각개격파당한게 문제일뿐이다.

2부는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소개된 백제사신의 거짓말에 대한 내용이다. 자신을 부상국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혜심이라는 사기꾼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중국남조에서는 외교를 통해 과시하기를 즐겨했고 공물을 받으면 그 이상으로 돌려주기에 사기꾼들이 없는 나라도 만들어 사신으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백제사신의 사기는 이와는 양상이 다른데 그들은 고구려의 공격을 받고 약해진 모습을 감추기 위해 바닷길이 멀어 중국과 통하지 않던 신라가 사신의 동행을 부탁하자 신라사신을 데려와 자신들의 속국이라고 속였다는 것이다. 신라 사신은 중국말을 모르므로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갔다가 따라올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중국의 기록에는 신라가 백제의 지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백제의 요서진출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그것 역시도 힘이 약한 백제가 허위로 요서를 점령했다고 남조의 나라들에게 보고하여 위세를 과시하고 공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내가 대학졸업할 정도 시기에 유행했던 내용이라 이 주제로 졸업논문을 쓴 동기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제는 이렇게 부정되는 내용이 되어버렸다. 아무튼 이를 통해서 사료비판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3부는 고구려 안악3호분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다. 동수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고구려인이 아니다. 동수의 무덤 속 그림은 예전부터 봤지만 동수라는 이름을 알게 된건 고구려관련 전시에서부터였다. 이 책에서는 동수가 왜 고구려에 올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쉽게 이야기하면 줄을 잘못선 동수는 연나라의 내홍에 연관되어 고구려도 도망쳤고 고구려는 그런 동수를 중원의 유민들을 받아들이면서 관리하는 역할을 맡겼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차이나타운에 지자체장이 된 셈인데 재밌는건 고구려가 한나라의 관직인 현도태수 같은 관직을 주었다는 점이다. 이름만일까 아니면 실제 중국인들의 행정구역을 따로 지정해서 이름붙였을까 궁금하다.

4부는 반란으로 북연의 왕위에 오른 풍홍의 최후이야기다. 왕위에 올랐지만 점차 떠오르는 북위의 압박에 고구려로 망명한 풍홍의 세력. 하지만 고구려는 풍홍을 돌봐줄 생각이 없었고 그의 백성들만 흡수하려 하니 풍홍은 남조의 송나라에 구원을 요청하고 고구려는 풍홍을 넘겨주기보다는 제거해버린다. 외교의 비정함, 타국에 의탁하려는 위험성을 보여주는듯 하다. 한성백제의 멸망도 언급되는데 풍홍같이 외교로 해결하려다가 당한다는 늬앙스지만 거짓이 있었다는 점에서 인과응보같기도.

5부는 고구려유민 출신 장수 고선지에 대한 내용이다. 유민출신 장수로 성공하기 위한 고선지의 퍼주기 처신이 결국 그의 앞을 가로막은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석국원정에서 고선지가 수탈한게 더 문제일지 당황제가 석국왕을 처형한게 더 문제일지 모르겠다. 고선지의 최후는 그가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앞에서도 당나라 사람으로 죽으려 한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고선지가 칼을돌려 안녹산에 합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6부는 발해왕실의 형제의 의견충돌이 전쟁으로 발전한다는 내용이다. 당에 붙은 흑수 말갈 토벌로 의견이 나뉜 대무예와 대문예. 대문예는 원정군의 장수로 가지만 반대하다가 당나라로 도망을 가고 당나라와 발해가 붙게 된다. 저자는 대무예의 과격함이 동아시아 전체를 전쟁으로 몰고갔다며 비판하지만 풍홍의 최후를 생각하면 글쎄?

       7부는 고려왕조와 홍복원, 홍차구부자의 악연에 대한 이야기였다. 무신정권하에서 몽골이 침입하면서 홍복원은 몽골에 귀부하기로 하고 고려침입에 앞장서면서 몽골의 신임을 얻으려 한다. 결국 지나친 고려에 대한 적개심이 홍복원과 아들 홍차구까지 망치게 된다. 그런데 홍복원이 몽골에 귀부한데는 제대로 정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몽골의 침입에 취약해진 고려, 고려왕실의 문제가 먼저 있지 않나 생각된다. 물론 정도가 심한 홍씨부자의 핍박은 문제가 있고 결국 스스로도 망치지 않았나.

이 책을 통해서 한국사 속의 기록에 대해서 그 이면의 반전과 얻어야할 교훈 등을 생각할 수 있었다. 특히 사료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말고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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