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 - 낯선 곳에서 생각에 중독되다
김경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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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언론인 출신에 경영, 투자, 학술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경제 기자이면서 인문학에 관심이 많다고하며 50여 개국을 다니며 여행을 통해 글을 썼다고 한다. 이 책 역시도 저자가 올렸던 <김경한의 세상이야기>라는 인문학 칼럼의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남미와 아프리카를 제외한 국가들을 다루고 있다.(중미의 멕시코는 한국기행에 이야기가 잠깐 등장한다.) 영국의 리버풀에 비틀즈 이야기로 시작하는 유럽과 북미 기행만으로 지구를 한바퀴 도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경제는 물론이고 역사, 문화, 음악,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을 뽐내는데 특히나 고전문학에 관한 내용들과 여행지에서 본 풍경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 지상과 낙원, 전날의 섬, 장미의 이름, 고도를 기다리며, 더블린 3부작, 드라큘라, 돈키호테, 그리스인 조르바, 낯선 일상성 등 여러 작품들을 언급하고 있지만 고전에 대한 지식이 빈약한 나로써는 넘치는 이야기들이라 여행지에서의 그런 느낌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일본이나 중국, 아시아와 한국 편에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인상적인 부분은 블라디보스토크에 나온 영화배우 율 브린너에 이야기다. 이미 80년대에 작고한 이 대머리 명배우의 영화는 아직도 TV에서 볼 수 있다. 나는 몇일전에 율브린너가 나온 대장 부리바를 TV에서 볼 수 있었다. 헐리우드 영화에 출현한 그가 미국이나 서유럽의 태생같지만 놀랍게도 블라디보스토크가 고향이며 그의 아버지가 조선과 인연이 있었고 그의 혈통에 유럽뿐 아니라 중국인과 몽골인의 피도 섞여 있다는 것이다. 그가 영화속 동양인의 역할을 맡은게 영 미스케스팅은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에서는 포용의 링컨이 대미를 장식하지만 그보다 뮤지컬과 함께 나온 미국 건국의 주역 중에 하나라는 알렉산더 해밀턴이라는 인물이 흥미로웠다. 미국 10달러 지폐의 주인공이니(대통령이 아니면서 미국 지폐에 나오는 2명 중 하나라고한다.) 미국에선 유명하겠지만 나에게는 아니었다. 어쨌든 사생아라는 출생부터 독립전쟁시기 조지워싱턴의 눈에 들고 국가수립 후 재무장관이 되는 드라마틱한 삶의 주인공이었다. 책에서는 비록 부인이 남편에 대한 존경심과 위대함으로 7자녀를 키웠다고 나오지만 사실은 유부녀 마리아 레이놀즈와 혼외정사로 미국 정치의 첫 섹스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다고 한다.  

일본인문기행은 금각사부터 시작한다. 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저자의 설명을 보건데 탐미주의라는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름답다고 태워버린다니; 그런작가에 군국주의 동조자니 앞으로도 읽을 생각은 나지 않을거 같다. 다음은 명성황후를 죽인 히젠토 칼이 있는 구시다 신사였다. 명성황후에 이름이야기가 또 나온다. 민자영. 대학 때 근대사 수업 시간에 배우길 이 이름은 소설에나 나온 이름이고 명성황후에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나무위키를 봐도 같은 내용이고 세보에 아영이라는 이름이 있다곤 하지만 그것도 정확하진 않은듯하다. 그래서 명성황후를 검색하면 사전에는 본명이 표기되어 있지 않다. 저자는 알려진 소문으로 이 이름을 특정한건지 작품을 읽고 말한건지 궁금하지만 어쨌든 명성황후는 그냥 민씨일 뿐이다. 히젠토를 이제와서 줄거같지도 않지만 준다해도 굳이 파기하기보다는 국내에 전시하여 경계로 삼는게 더 낫지 않나 싶다. 일본에서는 다케오 도서관이나 츠타야 서점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전에 유럽편에서도 포르투갈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라는 리스본 베르트랑에 대해서도 다루었었는데 한번쯤 보고 싶은 곳들이다.

중국인문기행에서는 계림산수의 절경을 한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루쉰공원의 구혼이야기에서는 내가 양띠라서 양띠를 기피한다니 좀 그랬다. 공장에 예술작품같은 걸 만드는 따산즈 같은건 중국영화에서 본 기억이 있다. 사실 이런 것도 서양에서 비슷한 구도를 따라한게 아닌가 싶은데 어쨌든 예술적인 볼거리들이 많아지는건 좋은거 같다고 생각했다. 루쉰은 아쿠정전에서 중국인들의 정신승리를 비판했다는데 중화주의를 비롯한 정신승리는 아직도 남아있는 느낌이다. 

아시아인문기행은 유독 히말라야를 비롯한 풍광들이 많은 느낌이다. 그중에 아부다비 루브르를 다룬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의 이름과 소장품 대여를 하여 아부다비에서도 프랑스의 유물들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돈이면 이런 것도 가능한가 싶었는데 루브르뿐만 아니라 구겐하임도 구겐하임 아부다비라고 있는 모양이다. 

카트만두에서는 살아있는 처녀신 쿠마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실 어렸을 적에 쿠마리에 대한 내용을 보고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쿠마리가 사실은 부계가 불교, 모계가 힌두교여야하는 라마불교와 힌두교의 화합의 상징이라는 이야기는 처음 보아서 좋았다. 

베트남에선 호치민과 이승만을 이야기하면서 이승만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저자의 의견에는 반대다. 사실 나는 이승만의 남한 단독정부수립이 탁월한 결정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고 앞서 말했던 근대사 수업에서 이승만에 대한 레포트를 작성한 적이 있다. 이승만의 외교적 독립운동이 어느정도 효과가 있었는지는 둘째치고 그때부터 이미 권력욕이 너무도 강하게 드러나는 내용들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이승만의 선택은 대한민국 건국에 있어서는 성공적이었지만 반대세력을 탄압하고, 친일세력을 등용하며, 부정선거를 하는 등 스스로의 실책에 의해 하야한 것이 많기 때문에 공과가 모두 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하며 사회주의자를 배격한 부분이 남북이 갈라지는데 기여한 부분도 있지않을까하는게 나중에 든 생각이었다. 어쨌든 그렇다해도 그는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고 한국전쟁을 버텨낸 인물로써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된다. 아마 권력욕이 덜했다면 스스로를 망치지 않고 더 존경 받았을 것이다.

필리핀 마닐라의 맥아더 장군 동상과 인천의 맥아더 동상을 비교하며 맥아더 동상 철거를 원한다는 젊은이들을 비판하고 있지만 사실 필리핀에서 일본군을 몰아낸 후 맥아더의 행동을 봤을때 비판할 점이 없지 않고, 국내에서 반미주의자나 친북세력이 맥아더를 비판하는 것이지 모든 젊은이의 생각은 아니므로 억울한 점이 있다 하겠다.

마지막 한국인문기행은 한국소설들과 연계되어있지만 몇군데는 가봤던 곳이었다. 월정사, 동학사, 청령포, 미황사 등이 그렇다. 다들 좋은 경치였어서 생각이 난다. 시진핑이 제주도에 서복과 관련되어 왔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다만 인촌과 미당에 대한 저자의 동정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문학을 좋아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두둔은 잘못되었다. 두사람은 일반적인 일제시대 사람들의 시대의 아픔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독립운동에서 변절하였다. 차라리 일제시기에 태어나서 조선의 독립된 시절의 생활을 모르던 사람이 먹고살기위해 경찰이 되어 독립운동가를 괴롭힌 쪽이 좀 더 시대의 아픔과 가까우리라. 

모두 찬동하진 않지만 저자의 많은 부분에 지식과 외국의 풍광이 어우러진 책이었다. 모두 이해하기에는 외국을 나가보지도, 고전문학 등의 지식도 부족하였지만 일부나마 언젠가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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