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스타일의 문화사 - 샌들, 부츠, 하이힐, 스니커즈에 담긴 시대정신과 욕망
엘리자베스 세멀핵 지음, 황희경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소더비 경매에서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신인시절 신던, 확인된 가장 오래된 농구화가 한화 약 17억원에 팔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에어조던1이 아닌 에어십 농구화라는데 단지 에어라는 표기만 되어있는 희귀한 제품이라고 한다. 의미있는 신발에 대한 관심과 가치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 책은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바타 신발 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인 저자가 들려주는 샌들, 부츠, 하이힐, 스니커즈를 중심으로 들려주는 신발과 각 시대의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샌들은 이집트에서도 신은게 확인되고 로마시대까지 유행하던 신발이지만 그 이후에는 쓰이지 않다가 19세기에 이르러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책에는 나오지 않았는데 왜 이전에는 주목받지 못했을까? 궁금해졌다. 아마도 샌들은 발이 드러나는 신발이라서 로마시대 이후에 중세가 암흑기라 불릴정도로 종교와 자유적인 면에서 경색되는 분위기에서 천박하다는 분위기가 있었을 수 있고 또한 발을 감싸주는 부분에 있어서도 샌들은 안정감이나 부상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어서 실용적이지 못하다고 판단된게 아닌가 싶다. 사실 나도 샌들을 사기는 하지만 자주 신지는 않는다. 푹신한 고무바닥창의 재질이라고 하더라도 발을 감싸는 부분에서 발이나 발목 지지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라서 그렇다. 어쨌든 이 샌들이 샌들비스므리한 모양만 흉내낸 것에서부터 점점 여성과 아이, 남성에게 저변이 넓혀지는 과정을 책을 보여준다. 그중 발레할 때 신는 플랫 슈즈에 대해서도 언급되는데 나는 발레에 별 관심이 없다보니 이 신발이 좌우구분없이 신는다는 것도 처음알아서 신기했다. 상당히 불편해보였는데 춤출 때는 도움이 되나보다. 이러한 샌들은 자연주의, 정치적으로 노예해방론자, 여권운동가, 진보주의자의 상징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위에 표지 사진에 타고르와 간디의 샌들 역시도 그런 연장선장에서 보고 있다. 

버켄스탁이 정형외과용으로 독일병사들의 발건강을 위해 인체공학적으로 코르크를 이용해 만들어진 신발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자연주의적인 이 샌들 역시도 진보주의자, 불평분자 들이 애용하는 신발이 되었다고 한다. 버켄스탁의 촉감은 좋지만 사실 나는 쿠션은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사지 않았었는데 옛날 신발들에 비해선 좋은 편이었던거 같다. 남성들이 샌들을 받아들이는게 여성보다 훨씬 나중이라고 하는게 뜻밖이었다. 고대부터 유구한 전통을 가진 샌들을 20세기 이후에나 남성들이 다시 신게 된 것이다. 그 사이에 복장과의 궁합이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샌들과 어울리는 편한 복장이 다시 나오는데 그만큼 오래걸린게 아닌가 싶다. 몇년전 우리나라에도 유행했던 테바는 레프팅시 신을 신발로 만들어진 벨크로 소재 스트랩을 단 샌들이었지만 많은 남성들이 샌들을 신는데 이바지한 신발이라고 한다. 레프팅이나 휴가시에 편안한 차림이 나타나고서야 샌들도 어울리게 된게 아닐까?

부츠는 고대부터 신은 신발로 제국주의 시기에는 군대의 복장이기도했지만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남자다움을 나타내는 신발이었다고 한다. 군대에서 신던 부츠스타일이 민간에 유행하기도 하고 브로간 같이 노예들을 대상으로 만든 부츠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부츠는 점차 여성들도 신기 시작했고 발목을 가리는 용도로 신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후 점차 에로틱한 스타일로 나오기도하고 자전거용 부츠가 유행하기도 했다는데 여성들의 승마가 남성과 같이 말을 양쪽 다리로 감아서 타는게 아니라 걸터앉아서 다리를 한쪽에 모아서 탄다는 사실은 뭐 어느 그림에서 본거같긴하지만 그게 일반적이라는 것은 처음알았다. 

사실 우리에게는 별관심없을 카우보이부츠의 이야기도 긴데 카우보이의 신화가 허세가득한 화려한 카우보이 부츠만큼이나 허구성 짙은 환상임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샌들과 마찬가지로 부츠 역시 여성 참정권 지자자들의 복식중에 하나라고 하니 그점도 재미있는데 유명한 신발은 다 누구나 신는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 아닐까? 뭐 물론 스타일은 다를 수 있겠지만. 폭주족의 엔지니어 부츠나 스킨헤드 족의 닥터마틴 이야기도 재밌다. 팀버랜드는 닥터마틴과 다른 황색을 무기로 성공했다고 한다. 아마 스니커즈에서 된장색의 인기는 팀버랜드부터 시작된게 아닐까 싶다. 어그부츠는 자신의 역할 그대로 방한기능을 무기로 성공했다고 한다. 지금은 여성들이 비올 때 신는 헌터부츠 역시 참호전에서 발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발이라고 하니 부츠는 전쟁과 함께 성장한 신발이라고 느껴진다. 사실 나는 구두와 낮은 부츠의 구별을 잘 안하고 신었던거 같다. 가장 처음 산 구두의 기억으로 처카부츠류를 많이 샀던거같은데 낮고 검은색의 가죽처카부츠는 더비슈즈 대신이 될 수도 있는거 같다. 엔지니어 부츠나 방한용 부츠도 산적이 있는데 자주 신지는 않았다. 사실 구두든 부츠든 불편해서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이힐을 프랑스 루이 14세가 신었다는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도 본적이 있는거 같다. 하지만 하이힐이 본래 남성의 신발이며, 하이힐의 시작이 아시아쪽에서 시작된 말에 탈 때 등자를 고정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본래 남성의 신발이지만 여성에게까지 확대되고 여성인권론자들이 신는 다는 것이나 섹슈얼한 것과 연관되는 부분은 부츠와 같은 부분이었다.

 스니커즈는 가장 최근에 시작된 신발로 고무밑창을 사용한 신발이라고 한다. 처음에 고무소재는 방수덧신으로 제작되었지만 열에 취약점을 드러냈고 가황과정을 통해 내구성있는 고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고무 밑창의 소재는 스포츠화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합성고무가 개발되자 여러운동을 할 수 있는 캔버스 재질의 운동화는 테니스화, 런닝화를 거쳐 농구화에 이르게 된다. 컨버스, 아디다스, 푸마, 나이키에 이르는 신발 브랜드들은 각종 스니커즈들을 내놓았고 유명 스포츠 스타를 내세운 마케팅도 시작되었다. 마이클 조던을 내세운 나이키의 에어조던 시리즈가 인기절정에 오르면서 사람들은 스니커즈에 열광하고 흑인 힙합문화와 연결되면서 고가 스니커즈가 흑인들의 범죄를 유발한다는 식의 인종차별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유명인, 유명디자이너, 연예인, 명품브랜드 등이 스니커즈 업체와 콜라보하는 마케팅이 계속되고 있고 한정판 제품들을 제한된 인원들에게만 판매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스니커즈들이 넘쳐나면서 노동임금 문제나 환경문제가 불거져 이에 대한 대책들도 나오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18~19세기의 대량생산체제와 브랜딩, 패션아이템으로의 발전, 로봇생산체제와 다시 맞춤화되는 환경, 3d프린팅 기술 등을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근현대의 신발들의 발전과 사회에서 어떤 양상으로 발달되고 있는지 그것이 패션과 사람들이 자신의 사상이나 신념에 따라서 신발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등을 알려주고 현재의 발전과 미래에 대한 모습까지 그려주는 듯 하다. 

신발이란건 사실 패션아이템적인 시각으로 이 책에 서술한건지도 모르지만 사실 생활필수품이다. 신발없이 길을 다니긴 어렵다. 신발의 변화와 함께 시대상과 역사에 대한 내용들도 알 수 있고 유명한 브랜드들이 어떻게 나오고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신발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고 해도 문화적으로는 흥미로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신발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겠지만 족저근막염 환자로써 결국에는 천천히 편안하게 바뀌지 않을까 그러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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