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가야 여행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3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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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부산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에서 시작하여 김해, 경주로 이어지며 사천왕사에서 마무리되는 역사 여행 에세이이다. 사실 가야에 대한 역사적인 내용들때문에 작가의 여정은 그다지 부각되지 않는 느낌이었지만 나로써는 아주 오래전에 답사를 해본지역이라 작가가 다녀간 몇몇 박물관들은 지어지기 전이라서 새로운 정보로 볼 수 있었다. 가야 이야기의 시작은 의외로 석당박물관 앞에 있는 광개토대왕비의 복제품이다. 이 복제품은 전쟁기념관의 그것과 달리 좀 더 글자를 알아보기 쉽게 한듯하다. 작가는 전쟁기념관의 복제품을 잠시보고 말았다지만 나는 전쟁기념관에서 광개토대왕비를 봤을 때 논란의 부분이 어딘가 한자도 잘 모르면서 열심히 찾아봤던거 같다. 

광개토대왕비와 관련하여 임나일본부설의 문제가 중요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보다는 가야의 흥망에 대한 부분이 더 중요하게 부각되는거 같다. 결론적으로 광개토대왕비가 고구려인의 국뽕이기때문에 과장되었을 수 있다는게 저자의 생각인듯하고 그보다는 가야의 무역과 대외관계에 있어서 광개토대왕의 한반도남부진출이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것이다. 먼저 가야 전기의 맹주였던 금관가야가 쇠퇴하고 대가야가 부상하였으며, 신라가 고구려의 도움으로 강성해지기 시작하고 고구려 기마무사의 영향으로 가야의 갑옷이 판갑에서 찰갑으로 변화하며 말을 사용한 마갑 역시 가야와 신라에 도입되게 된다. 그러면서 가야의 무역대상도 낙랑 대방 등에서 백제나 왜 등으로 변화하고 왜에는 철기 기술을 전수하지 않았으나 광개토대왕의 진출 이후에는 왜에 판갑기술같은 예전의 기술들을 전해주게 되었다고 한다. 

가야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들, 무덤의 양식에 대한 설명 등을 저자가 매우 쉽게 설명해주는 편이다. 대학시절 고대사 수업시간에 들었던 가야시대 수업보다 이 책이 일반적인 도움은 더 될거라고 생각될 정도다. 그러나 수로왕에 설화에 대한 이야기부터는 저자의 주관적인 생각들이 들어가면서 그럴싸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북방에서 시작된 난생설화가 한반도 남부까지 영향을 미친 것도 고구려 남하의 효과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가야와 함께 신라의 난생설화들도 다루면서 김알지와 알영을 묶어서 왕과 왕비족의 관계를 설명하려하지만 뭔가 좀 미진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허왕후에 대한 의견은 실제 인도인이 아닌 후대의 창작이라는 저자의 의견이 매우 그럴싸했다. 

매우 흥미로웠던 것은 신라에 금이 유행했다는 것과 가야는 철을 만들고 금은 신라만큼 만들지 못했기때문에 국력에 역전이 왔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근데 금관가야니 김해니 하는 국명이나 지명을 보면 그것도 좀 이상하다. 뭐 물론 지명들이 김씨성을 사용한 다음에 생겨났을 수도 있겠지만. 근데 여기서 갑자기 주로 신라의 이야기나 신라에 통합된 김유신 등의 가야계 이야기로 넘어간다. 사실 정작 내가 궁금한건 이거인데 왜 가야하는 신라의 김씨와 같은 김씨를 사용했을까? 금괘니 금알지니 하는 설명은 있으나 정작 가야가 김씨를 칭한 이유는 보지못했다. 스스로 김씨를 그냥 칭한 것인지 아니면 신라의 김씨로 부터 차용하거나 사성받는 식으로 칭하게 된 것인지 궁금해졌다. 저자는 수로왕 설화의 구지가 역시도 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 민간에 유행한 노래에서 차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수로부인의 설화를 근거로 하였다. 하지만 나는 좀 아닌거 같긴하지만 2019년 출토된 구지가가 새겨진 5~6세기 대가야 토제 구슬 유물들이 진짜라면 저자의 주장은 틀린게 된다. 

가야에 대한 자료가 워낙 적다보니 저자는 후반부에 신라에서의 가야계의 활약같은 부분을 다루고 가야계가 후대에 다시 결집하기 위해 신화를 만들어내거나 수로왕릉을 만들고 제사를 지낸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여섯개의 알에서 수로왕과 가야의 다른 다섯왕이 온 것이 후대에 가야의 위세를 빌려는 호족들이 가야의 탄생설화에 개입한 결과라는 것인데 그건 아닌거 같다. 앞서 설명한 성주장군들의 실패담을 본다면 가야계들이 쓴 탄생설화에 다른 성씨들을 그렇게까지 했을거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보다 이른시기에 가야연맹체를 결집시키기 위해 넣었다는게 더 설득력이 있을거같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간게 코로나 이전이니까 벌써 2년가까이 되어간다. 마지막으로 본 전시가 가야본성이었으니 가야도 꽤 인연이 있는 셈이다. 지금은 몸상태도 안좋고 해서 코로나가 아니라도 답사여행은 커녕 박물관도 가기 힘든 상황이지만 이 책은 나와 비슷한 지역에 있는 저자가 가야 및 신라 지역을 여행하는 것이라 동선이 도움이 될 수 있는듯하다. 비교적 설명이 잘되어있고 알아듣기도 쉬운 편이다. 다만 저자의 주장들은 주의해야할 필요가 있는게 너무 후대에 목적을 가지고 창작하는 걸로만 몰아간듯한 느낌이 있다. 물론 그중에 몇몇은 정말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밝혀진건 없고 무리같은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많은 사실들도 정리해주고 해서 좋았다. 아쉬웠던건 금관가야와 신라루트에 좀 더 집중한 모양새라 마지막 가야(?)라고 할 수 있는 대가야에 대해서는 신화부분만 좀 나오고해서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대가야를 신라가 정복한 후 세운 마지막 왕이 월광태자인지, 구형왕의 동생인지 같은 부분도 다뤘다면 좋았을 것 같다. 아무튼 재미있게 읽었고 흥미로운 내용들이라 저자의 다른 일상이 고고학 나혼자 여행 시리즈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였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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