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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9월
평점 :

제1차세계대전 이전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벨 에포크 시대. 작가는 존 싱어 사전트의 "집에 있는 닥터 포치"라는 그림을 보고 그림의 주인공 사뮈엘 장 포치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책의 시작은 1885년 여름 런던을 같이 방문한 세사람으로부터 시작한다. 왕자와 백작과 의사로 왕자는 에드몽 드 폴리냐크, 백작은 로베르 드 몽테스키우 페젠사크. 그리고 마지막 평민출신 의사가 포치이다.
그렇다고 작가가 이 세사람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플로베르, 프루스트, 레옹도테, 사라 베르나르, 에드몽 드 콩쿠르, 오스카와일드, 장로랭, 위스망스, 사전트 등등 수많은 벨 에포크 시대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벨 에포크 시대는 영국에서 인기가 프랑스로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댄디를 비롯한 유행부터해서 많은 프랑스의 사교계인사나 유명인들이 영국으로 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물론 그들의 눈에 매력적이 않은 영국여자는 제외란다. 댄디, 유미주의, 동성애, 결투 등과 같은 그시대의 특징들을 보여주는 책의 내용이었다. 너무나 많은 등장인물과 너무도 많은 사건들, 소문들이 등장해서 벨 에포크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것은 조금은 혼란스럽기도 하다.
처음의 세명으로 돌아가서 폴리냐크 왕자는 조용한 왕족이지만 재산을 운영하는데는 재주가 없었다. 빈털터리가 된 그는 그의 왕족이라는 조건을 맘에 들어한 미국의 부자 아가씨와 결혼한다. 많은 나이차와 둘이 서로 동성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둘의 사이는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로베르 몽테스키우 백작은 이 책안에서는 댄디의 표본같이 나온다. 그 또한 동성애자이며 그스스로 커밍아웃을 한거 같진 않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있다. 귀족출신에 재산도 어느정도 있고 거의 유명인으로써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쯤 되는거 같다. 폴리냐크와도 잠시 관계가 있던거 같다. 그에게는 그래서 적들이 많았던거 같다. 몇몇 소설속에서 그를 암시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것이 그에 대한 소문을 부추겼다. 실제로는 아닌 것도 맞는 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는 자신에 대한 여러 도발들에 반응하지 않고 상대해주지 않는 인물로 묘사된다.
마지막으로 책의 제목의 주인공 닥터 포치. 그는 본래 프랑스가 아닌 이탈리아출신이라고 한다. 그의 할아버지가 신교를 믿어 종교적 박해를 피해 프랑스로 오고 성도 포지로 바꾸었지만 닥터 포치는 스스로 이탈리아식 이름인 포치로 성을 다시 바꾼다. 그의 아버지가 여전히 신실한 목사인데 비해 포치는 의사가 되면서 무신론자가 된듯하다. 1879년 포치는 33살에 10살 어린 아내 테레즈와 결혼한다. 리옹출신에 젊고 부유하고 아름다운 여인. 하지만 그녀를 사랑했던 포치의 마음은 금새 식어버린다. 그는 테레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소중히 여기긴 하지만 그것이 그녀의 어머니만큼은 아니라고 말한다. 즉 테레즈의 어머니 마담 로트와의 불화가 불만의 원인으로 보인다. 거기에 테레즈도 실제로 포치를 사랑할만한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할수도 있고 별거를 생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카톨릭인 테레즈는 이혼을 생각할 수 없었고 그들의 별거는 그들의 결혼 30주년을 앞두고서야 시작되었다. 그들에게 3명의 아이들이 이미 생긴 후 였다. 아무튼 부유한 아내와의 결혼은 그에게 지참금을 가져다 주었고 포치가 상류사회의 사교계에서 활약하는 의사가 되는데 도움을 주었다.
포치의 소문은 그를 본 여자들에게는 역겹게 잘생긴 남자일지도 모르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자의 음부를 들여다보며 환자와 사귀는 의사라는 소문도 있다. 그는 부인과 진료를 잘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프랑스 최초의 부인과학 교수가 되기도 한다.
그가 실제로 환자들과 그러한 관계를 맺었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포치에게 두번째 포치부인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보다 많은 수의 여자들과 관계를 맺은 것도.
지금와서 잘못된 바람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책에 나온 대로라면 당시의 상류층의 가치관에 있어서 포치가 크게 잘못한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책에 나온대로라면 부인과의 결혼은 말하자면 집안대 집안일 수도, 자손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며 사랑이나 쾌락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사고도 있었던거 같다. 그래서 사랑이나 쾌락을 외부의 정부에게서 찾는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한 정부를 두는 것이 당시에도 대놓고 권장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포치가 사교계에 있음으로 해서 더 부풀려지고 이슈가 된 점도 있었던거 같다. 어쨌든 그와 아내는 이혼과 다름없는 별거에 들어가게 되고 자녀인 카트린과 장, 자크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이렇게 인간적인 포치는 영웅이 아니다. 하지만 그를 영웅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외부적으로 보이는 공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로써 그는 앞서 말했듯이 프랑스의 부인과학에 큰 업적을 쌓았다. 그가 집필한 부인과 논문 저서는 여러나라에 번역되어 교과서가 될 정도였다고 하며 미국과 남미를 순방하면서 의학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그나라들의 의학환경을 보고 배우기도 한다. 영국에서의 리스터 소독법의 도입, 미국에 알렉시스 카렐의 혈관봉합을 프랑스에 소개하기도 한다.
대외적으로 포치는 도르도뉴 상원의원, 마을시장 같은 정치적인 활동을 했으며, 유명한 드레퓌스 사건이 벌어졌을 때 드레퓌스를 지지하는 드레퓌스파로 알려졌다. 레옹 도데가 책에 언급된 포치를 공격하는 거의 유일한 사람인데 그것이 바로 레옹 도데가 반드레퓌스와 연관된 반유대주의자이기 때문이다.
벨 에포크 시대에 대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나와서 혼돈이 있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저자의 표현대로 닥터포치는 온화하고 친절하며 사람을 유쾌하게 만드는 적이 거의 없는 두루두루 친하게 만드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그가 영웅이라고 할 수 는 없는듯하지만 그를 영웅이라고 한다면 외과의이자 부인과 의사로써 업적이 여러 여성들의 질환을 치료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인정할만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