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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평점 :

최근 사법농단으로 이야기되는 사건으로 전직 대법관이 소환조사와 구속검토를 당하고 있고 대법원장의 차에 화염병이 날아드는 등 사법계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입법, 행정과 달리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일하게 선출되지 않는 권력인 사법부. 이 책은 바로 우리나라의 법조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해방이후 법률가들을 통해서 보고 있다. 저자는 이들 법률가들을 4개의 군으로 나누고 있다.
첫 번째는 일제시대부터 고등시험 사법과를 합격해 판검사를 지낸 제1법률가군이다. 이들은 일제의 시험을 치른 만큼 일제에 협력적이라고 보아도 좋았다. 대부분 친일파 집안이거나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좋은 학벌을 가지고 도쿄에서 열리는 고등시험 사법과 시험에 통과한 자들로 판검사가 된 이들은 이미 일제에게 사상적으로 검증된 이들이고 독립운동가들을 처벌하는데도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조선변호사시험을 통과한 변호사 출신의 제2법률가군이다. 조선에서 시험이 이루어졌고 고등시험 사법과에 비해서 통과하기 쉬운 편이었지만 역시 일본의 시험이기 때문에 적어도 이들이 독립운동가로 볼만한 인물들은 아니었다. 다만 변호사가 된 이후에 독립운동가들을 변호한 사람들이 있는 정도지만 어쨌든 친일경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었다.
세 번째 제3법률가군은 해방 당시에 법률가로써의 지위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일제시대에 서기 및 통역생 출신이었다. 그들은 고등시험 사법과와 조선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던 이들도 있었는데 어쨌든 일제시기에는 정식으로 법관의 지위를 갖지는 못하였지만 해방이 되면서 법원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부족한 인력풀 덕택에 미군정에 의해 판검사에 임용되었다. 제4법률가군은 1945년 조선변호사시험의 '이법회' 출신 등 해방 후 각종 시험 출신을 말한다. 이 변호사시험은 종전 때문에 제대로 마치지 못했으므로 이 시험에 응시한 사람들은 응시만으로 합격을 요구했으며 그것이 용인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이법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법조계의 세력화가 되었다는 것인데 그 자세한 내용은 내가 받은 가제본에는 없는 부분이므로 자세히 알 수는 없었다.
이 책에서는 많은 법률가들의 이력이 나오고 있지만 이북출신이나 좌익계통의 변호사들, 그리고 그들을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이나 법조프락치 사건 등으로 공격하는 반공우익계열의 법률가들을 다룬다. 좌익의 사회주의 법률가들을 다룰 때는 조선공산당평전에 나왔던 인물들도 등장해서 읽었던 생각이 났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앞서 말했던 제3법률가군과 이법회 출신들 같다. 친일에서 자유롭지 않은 제1법률가군도 있지만 그들은 법을 다루는 전문성에 있어서의 문제는 없다. 하지만 제3법률가군은 비록 법을 다루는 것을 보거나 적기는 했어도 전문가적인 자격은 갖추지 못했다. 물론 일제시기에도 고등시험 사법과나 조선변호사시험에 응시하기 전에는 서기나 통역출신들이 일본인 법관들로는 조선 전체를 커버할 수 없었으므로 충분히 경력을 쌓으면 내부의 시험을 통해서 판검사가 되기도 했지만 해방이후의 당사자들에게도 그것은 약점이었으므로 그들은 한민당과 우익계열에서 공안검사 등으로 일하게 된다.
미군정이 인력부족을 이유로 친일같은 흠 없는 인물들이 좌익에 많았으므로 한민당과 손을 잡아 김계조 사건으로 사법파동이 일어나 한민당 계열이 법조계를 잡았고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으로 좌익계열의 법조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친일경찰들에 의한 고문이 자행되었고 우파에 기운 법관들에 의해 증거와 증언이 무시당하고 실형으로 판결이 났고 김두한 등의 극우청년단체들은 전평의 총파업을 공격해 사람들을 죽이고도 처벌받지 않았다.
한국전쟁 이후의 내용은 가제본에 없으나 여기까지 읽어도 우리 법조계의 시작이 일부는 친일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일부는 시험으로 인한 전문성이 부족했으며 이로 인해서 친일에 엄격한 좌파를 탄압하는 우파에 입장에서 기울어진 판단을 하였고 친일출신의 경찰은 일제시기와 같은 고문을 했고 이들은 떡값같은 비리를 90년대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법조계의 전문성을 부셔버림과 동시에 정치적 기울어짐, 비리 등으로 지금까지 법조계에 대한 불신이 이어진 것이라는 것을 뜻한다. 법률가들의 이력을 다루며 일제시기의 학제와 사법시험, 사회주의 자들에 대한 이야기나 여러 가지 샛길로 빠지는 내용들이 있는데 그것들도 재미있었다. 특히 허헌과 김립의 이름이나 조선공산당평전에서도 다루었던 코민테른의 활동자금에 대한 이야기, 김립암살에 대한 김구의 황해도와 함경도 출신의 대결구도도 흥미로웠다. 이 책을 앞으로 법을 다룰 사람들이 보고 사법부의 정치적인 중립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위 서평은 일부내용만 있는 가제본을 창비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