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살로 생명을 얻은 노래가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귓바퀴를 빙그르르 돌아 외이도를 헤엄쳐 왔다. 피니의 입안에 돋아난 건 혀이자 미지의 바다를 헤엄치는 지느러미. 선형의 어둡고 깊은 바다에서 지느러미가 춤췄다. 춤이 끝나는 순간 자신의 바다 역시 사라져도 좋다고, 설령 세상이 끝난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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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는 다른 세상, 다른 차원의 운율로 노래했다. 수천 년 전 혹은 수만 년 후의 노래였다. 귓바퀴 솜털이 곤두서면서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선형은 짧은 순간 인지 가능한 시공간의 벽을 초월했다. 바다와 우주와 땅의 밑바닥을 보았다. 별안간 깨달았다. 피니의 노래를 듣기 전의 자신과 들은 후의 자신은 완전히 다르다. 한번 미지의 영역을 맛본 고막은 계속 인어의 노래를 원할 것이다. 지하실의 두 번째 문을 밀었다. 그 너머에 심해가 있었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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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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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해의 몸을 지탱하던 팔이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그리고 허공 가운데 멈췄다. 그늘 밖으로 빠져나온 손끝에 햇살이 내려 앉았다. 바람결이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고, 그 사이로 이도해의 눈이 보였다가 가려졌다. 이도해는 꼭 울고 있는 것 같았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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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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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람은 늘, 어떤 당신이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친근한 관계가 되려고 가족이나 사는 곳 등의 정보를 공유하려 한다. 아무런 악의 없이, 완전한 선의로.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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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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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요시와 어울리다 보면 주류라는 건 어떤 신념을 지닌 집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주류로 태어난 탓에 자신과 직면할 기회가 적어 그저 자신이 주류라는 게 유일한 정체성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특별히 신념이 없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형태로 타인을 고치려는 행위‘로 흐르는 일은 오히려 자연의 섭리일지도 모른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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