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 미련하게 고집스러운 나를 위한 위로
이솜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부터 강렬하다. 얼.죽.아.

표지의 색상도 강렬하다. 단숨에 시선을 끈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얼음을 아그작아그작 씹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고집이 세고 사람들을 참 좋아해 혼자 상처 받기는 일쑤요,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들로 가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라는 질문을 받는다.

근데, 저기, 저도 상처받기 싫어요.

슬프게 울리는 내 답변은 아무도 듣지 않는다. 그게 왜 상처받을 일이냐는 타박이 되돌아올 뿐.

나는 시간이 지나면 틈틈이 연락처를 지운다. 열정적으로 살았던 어느때, 사람들로 인해 받은 상처가 크고 내가 베푸는 만큼 돌아오지 않는 사랑에 실망하기도 하고, 내가 그를 생각하는 만큼 상대가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도 슬퍼서 떠올린 해결책이다. 일정기간 동안 나도 그도 연락하지 않는 연락처는 지운다. 그렇게 나는 나를 방어하고만 있다고 생각했다. <#얼어죽어도아이스아메리카노 >에서 이 문장을 만나기 전까지.

살며시 기대를 품고 '잘 지내냐'는 안부로 넌지시 마음을 떠보지만,

그와 나의 온도가 같지 않음을 인지하는 순간

실망은 상처가 되어 마음을 후벼판다.

이솜 <얼어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중에서

그저 내 이야기였다. 책을 읽는 내내 '아, 나만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었구나. 나만 상처를 받는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에 위로받았다.

문득 비가 와 떠올랐다는 문자를 보낸 적이 있었다. 아주 잠깐의 시간을 함께 한 이였지만, 내가 그 잠시나마 애정을 가졌고, 인연을 지속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짧은 단답, 혹은 읽지도 않는 상대방을 보며 홀로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곤 했다.

인생에는 때로 서로의 삶에서 조금은 거리를 둔 채

묵묵히 지켜봐주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추억은 없고 이름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주소록을 지워야

비로소 소중한 사람이 남는다.

이솜 <얼어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중에서

어딘가 내 행동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찾은 기분이었다. 주소록을 지우는 행위는 다른 친구들은 이해 못하는, '언제 연락할 필요가 있을 지도 몰라'라고 만류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이야기 할 수 있는 근거.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지금 당장 지우는 사람들은, 그 이후에 내가 연락을 해도 돌아보지 않은 이들이며, 그때의 나는 또다시 상처를 받겠지. 나는 그저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욱 집중하기 위해 연락처를 지우고 또 지우고 지우는 일을 할 뿐이다. 잠깐의 시간도 소중한 사람에게 투자하기 위해.

자존감에 얽매여 있는 그대로의 나를 부정할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들이 되기 위해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없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도, 괜찮다.

이솜 <얼어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중에서

책을 읽으며 왜 제목이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목적은 그저 세상을 나답게 살 수 있도록 독려하고 위로하는 것.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더라도 주변의 핀잔과 관계없이 나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나를 위로하는 것.

작가님의 일상과 육아, 자잘한 경험들이 모여 <얼죽아>를 만들어낸다.

고집스러운 나로 살아도 괜찮아. 야박한 나로 살아도 괜찮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말이지, 나는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맨 처음 이 작품이 나온다고 할 때도 그저 히가시노게이고의 책이었기때문에 읽고싶었던 것이지, 이 책이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녹나무의 파수꾼>은 이 책이기때문에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마구잡이 삶을 살던 레이토에게 치후에의 제안은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녹나무를 수호하며 기념에 대해 깨닫고, 그 기념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 그리고 소지가에 얽힌 이야기들.


책을 읽고 내가 남길 예념들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어쩌면 말하고싶지 않은 비밀들이 있을지도, 과장해서 살아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정말로 이 녹나무가 있다면 보고싶다. 그 녹나무를 지키는 레이토도, 그때까지 옆에 있을 치후에도 만나고 싶다. 여느 손님처럼 밀초를 가지고 녹나무에 내 예념을 남기고 싶다. 오래도록. 그런 생각이 드는, 포근하고도 눈시울을 붉히는 이야기.


요즘 늘상 하는 생각이지만, 부끄럽지않고 당당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나에게 충실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나미야잡화점의기적 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더욱 감동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미야잡화점같이 포근한 분위기지만 또 다른 느낌의 글을 만나볼 수 있다. 뒷 내용이 궁금해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순식간에 읽게 된다.


정말 꼭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책.

수십번 손이 가서 매일 읽고싶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만들기 어떻게 시작할까 - 1인 출판사 5년 동안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알게 된 것들 스토리닷 글쓰기 공작소 시리즈 3
이정하 지음 / 스토리닷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만들기, 어떻게 시작할까.

 

나는 그저, 글만 쓰면 책이 척척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보같게도.

독립출판은 나의 로망이다. 내 이야기를 담은 글을 쓰고, 책으로 함께 나눈다면 얼마나 좋을지 혼자서 상상하곤 했다. 완성된 글을 여기저기 투고하며 연락오기를 기다리는 모습도, 열심히 상상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책 만들기 어떻게 시작할까>1인 출판사를 운영하면서의 5년 동안의 경험을 가득 담았다. 이 작은 책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는지, 목차만 봐도 내 마음이 뜨거워질 정도였다. 간접경험의 축복이란 이런 것일까.

 

책은 로망인가보다. 지금 당장 나는 할 수 없지만, 언젠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대리만족을 하게 하는 것이 책일지도 모른다. ” - <책만들기 어떻게 시작할까, 72p 발췌>

 

목차만 보아도 대략적으로 내용을 파악하고, 흥미를 당기는 책이 정말 잘쓰여진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말대로라면, 이 책은 정말로 완벽한 책이었다. 심플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공감하고 전달하는 목차는 내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했다.

 

가장 관심이 많았던 부문은 바로 <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최대 관심사가 책쓰기인지라, 가장 열중해서 읽고 또 읽었다.

 

책을 어떻게 쓰는 가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첫 번째, 나를 알아야 한다. 두 번째, 그 답을 적으면 된다. 세 번째 고쳐쓰기. ” - <동일 책, 87-88p 발췌>

 

원고를 받았을 때, 한 권의 책으로 꼭 묶일 이유가 있어야 한다. ”

 

놀랍게도 저자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책 원고가 없어 직접 원고를 작성하여 <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라는 책을 출판했다고 한다. 그 용기와 능력에 박수를. 새삼스레 책만들기가 겁이 났다. 이렇게나 용기있게 뛰어들어야 할 것이며, 수많은 고쳐쓰기를 거쳐야 할 것이라니.

 


책을 만드는 과정 중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마케팅 부문이었다. 나는 서점 한 구석에 내 책이 자리를 잡고만 있다면, 언젠가 팔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건만, 두둥. 요즘 신간의 수명은 2주밖에 되지 않는단다. 꾸준한 마케팅 없이는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지도 못하는 자리라니. 그래서 최근 작가들은 작가들의 만남, SNS 홍보 등등에 능통한 만능 엔터테이먼트가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출판사도 함께.

 

이 책은 내 바보같은 생각을 정리해주는 책이었다. 생각을 꺼내어 다시 교정교열과정을 거쳐 머리 속에 집어넣어주는 책. 독립출판에 대한 막연한 희망과 꿈이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어쩌면, 더 현실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지도 몰라.

 


최종규 작가님의 글 쓰는 법을 혹시 알고 있는가? 삶을 살고 그 삶을 글로 모아서 어느 정도가 되면 둘레 출판사에 살짝 여쭌다고 나온다. ” - <동일 책, 113p 발췌>

 

어딘가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었다. 그래, 책만들기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삶을 살아야지. 그리고 둘레 출판사에 슬쩍 여쭈어봐야지하고 마음먹기 좋은 문장.

 

보다 현실적인 조언이 되어준 책, < 책만들기 어떻게 시작할까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 관찰 일기
미로코 마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길벗스쿨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랜선 집사들의 꿈, 고양이!

 그 고양이의 생활을 간단하게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고양이 관찰일기>를 소개한다!




선생님, 테츠조는 말이에요~

선생님께 말을 전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고양이 관찰 일기>는

처음에는 테츠조의 이야기, 중반부터는 소토, 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일본의 책들이 그러하듯 우리나라와 책 넘기는 방향이 달라서 처음에 당황했다.






그림들과 짧은 부연설명으로 이루어져있고, 뒤쪽에는 에피소드들을 담은 만화가 실려있다.

한참을 읽다보면 테츠조, 소토보의 이야기를 읽으며 입꼬리가 귀에 걸려 내려오지 않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






디자인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간단간단한 그림이 굉장히 많은 영감을 주는데다

 간단해보이는 글자색, 배경색들이 생각보다 세련되서 놀랐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매일매일 테츠조, 소토보의 그림을 그리며 지낸다고..!

이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고양이를 그리며 살고싶다고 하는데, 두번째 이야기도 나오기를 기대한다.




책 속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바로 위의 사진, 

" 테즈조는요, 노트북 위에서 자서 결국 노트북이 고장났어요...."


그림이 현실적인데다 고양이들의 행동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끊이지 않은 책.


랜선집사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고양이 관찰 일기>










* 덧붙임글 


  올해는 나에게 유독 추운 해였다. 어떻게 그냥 잊고 살아야지 하다가 어느순간 울 타이밍을 놓쳐버려서인지, 그냥 아무때나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내모습을 보고 아, 울어야하는 구나. 현실이구나. 이젠 없구나. 하는 것을 깨달아버렸던 것 같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고양이 관찰 일기>는 하나의 돌파구였던 것 같다. 이대로가 끝이 아니고, 이렇게 그림으로, 간단한 일러스트로 추억을 남기고, 편지를 쓰고, 다시 기억을 떠올리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여러모로 나에게 기억에 남는 책이 되어버린, <고양이 관찰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맨땅에 헤딩하기 - 소설가 고금란의 세상사는 이야기
고금란 지음 / 호밀밭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맨땅에 헤딩하기 고금란

 

맨땅에 헤딩하기. 무엇하나 갖춰진 것 없이 시작한다는 것이, 대학교 졸업을 앞 둔 사람들의 모습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다. 중고등학생 때 키워오던 꿈은 움츠러들어 마음 한 구석 귀퉁이에 겨우 자리 잡고 있고, 취업 생각과 졸업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득한 그때의 친구들. 그리고 지금의 나.

 

소설가 고금란의 세상사는 이야기, 맨땅의 헤딩하기는 불안함이 마음에 가득 찬 나에게 이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이름이 이렇게 알려진 사람도 맨 땅에 헤딩하는 상황이 있었을까. 지금은 또 어떨까. 기대와 같이, 그녀가 사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어찌 보면 내가 공감하지 못할 상황도 있었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에게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야. 나는 이럴 때 이렇게 상황을 해결했어.’라고 말해주는 듯.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책이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고,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면, 소설가 고금란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만나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모든게 답답하고, 마음이 어지럽고, 그저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은 그때. 어떤 일이 닥쳐도 어떻게든 풀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그녀의 삶의 이야기가 편안함을 제공해 줄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