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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8월
평점 :
오랜만에 읽는 히가시노의 신간이어서, 정말 들떴다.
어떠한 스포도 읽지 않고, 책을 폈다.
그리고 조금씩 야금야금 읽었다.
이야기는 살인 사건으로 출발한다.
형사는 성심성의껏 수사하고, 범인을 밝혀낸다. 범인은 과거의 범죄 사실도 고백한다. 공소시효가 만료된 지난 사건을 피해 가족에게 밝히라는 말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범행했다고.
하지만, 피고인의 가족과 피해 가족은 의문이 많다. 그렇게 하나하나 이상한 점들을 되짚어가며 진실에 도달하는 이야기다.
내가 주목한 것은, 다른 누구들도 아닌 언론들이다.
언론은, 사건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자 마자 가족들을 찾아간다. 유족과 피고인의 가족을. 그리고 무수한 질문을 던진다.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피해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처벌을 받기를 바라며 어떤 결과를 원하는 지.
정말로 잔인한 궁금증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조회수를 많이 이끌어내는 질문이기 때문이겠지만,
언론에 노출된 적 없던 사람들은 쉽게 유도심문에 말려든다.
여러 질문들로 되레 머릿속을 어지럽혀두고 진실이란 상관없는 듯이 자극적으로 보도한다.
이 책에서 백조와 박쥐는,
피해자의 유족과 피고의 가족이다. 섞일 래야 섞일 수 없는 사람의 연대를 그리고 있다. 사건이 종결되었기에 진실은 상관 없는, 경찰과 언론이 아닌 정말로 진실이 궁금한 가족들의 이야기.
두 사람이 진실을 찾아 밝힌 후에도 향하는 유족들에 대한 비난의 시선은, 여전히 나를 분노하게 했다.
정말 답답하고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우리도 그렇게 판단하고, 그런 무수한 관심을 쏟아내지 않았을까.
금세 식어버릴, 잠시 끓어오르는 관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