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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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가면무도회의 뜻을 가진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호텔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아니 벌어질 사건에 대한 추리소설이다. 6일에서 8일 간격으로 일어난 세 건의 연쇄 살인 사건에 남겨진 의문의 숫자들. 그 숫자가 기리키는 네 번째 장소인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이다. 범행을 미연에 방지하면서 범인을 잡기 위해 호텔리어가 된 형사와 파트너가 된 호텔리어가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분명히 범죄를 다루고 있는 추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잔잔하다. 읽으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왜 이런 사건을 벌였는지 궁금해 하면서 단서를 쫓아가야하는 것이 정상일진데 잠잠함을 넘어 평온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 분량의 3분의 2정도를 넘긴 후에야 비로소 그러한 것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을만큼 범죄를 다루는 추리소설이 가져야 할 손에 땀을 쥐게하는 그런 스릴이나 흥미진진함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책장을 덮지 않고 끝까지 읽게 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호텔리어 나오미의 캐릭터때문이었다.

호텔리어라는 투철한 직업의식, 속는 줄 알면서도 속아주며 최선을 다하는 그 직업의식,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 손님의 평안함을 위해 아낌없이 헌신하는 그 모습을 보며 현재의 나, 오늘의 나를 생각하게 하게 했다.

 

제목처럼 많은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그리고 가면의 숫자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가면의 모양도 색도 달라진다. 뛰어난 직감과 추리력으로 사건 해결의 중심이 되는 닛타형사가 호텔리어라는 옷을 입게 되니 날카로운 눈빛과 험악한 표정마저도 바뀌어가는 것처럼 우리는 때와 장소에 맞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가면은 어떤이에게 기쁨가 행복을 주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이에게 슬픔을 안겨주기도 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독이 되는 책 속의 사건처럼 말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 온다면..... 참 끔찍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나로 인해 상처받는 이도 있을테고 나로 인해 기쁨을 맛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다른 누구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하고 그 상처때문에 좌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상처를 주었던 받았던 간에 그것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 아닐까 싶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무너지고 삐뚫어져서 어긋난 행동을 할 것인지, 훌훌 털어내면서 새로운 힘으로 일어날 것인지 그것을 선택하는 것, 바로 이것이 <매스커레이드 호텔>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로부터 받은 상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 나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면 그 또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 누구에게나 있는 또 다른 얼굴인 가면을 언제 어떻게 쓸 것인지 대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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