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미안해 너무 늦게 소개해서"
같은 편집자로서 폴 콜린스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 문구때문에 <식스펜스 하우스>를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궁금했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얼마나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길래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또 하나
책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책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 또 시선을 사로 잡았다.
그렇다.
<식스펜스 하우스>는 책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도 헌책에 관해서 말하는 책이다.
자신이 쓴 책의 출간을 준비하며 헌책마을이라고 하는 영국의 헤이온와이로 이주하려 과정이 그려지고 있지만 그것이 주가 아니라 책들이 주이다. 헤이온와이가 어찌하여 헌책마을이 되었는지, 책으로 나왔다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다시 사라지는 책들에 관해서, 그리고 헌책이 되어 사라져 버리는 책들에 관하여,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등이나 이미 알고 있거나 알지 못했던 책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알지 못했던 그리고 단순히 생각했거나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부분들 -이를테면 책의 표지에 관한 부분- 에 대해 알수 있어 좋긴했지만 사실 이 책을 부제 '책마을에서 길을 잃다'처럼 나 또한 책마을에서 길을 잃을 기분이었다. 처음엔 내용들이 쉽게 머리 속에서 정리되지 않았다. 아마도 그건 소설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어. 이게 뭐야? 하는 그런 기분이었달까? 에세이를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었으니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다. <식스펜스 하우스>는 소설이 아니라 폴 콜린스이 책여행 다시말해 에세이다.
"괜찮은 책이란 건, 광택 있는 책 표지가 만들어지기 전에 나온 책뿐이야."
부스가 책 표지에 관해 한 말인데 '11장에서는 책을 겉표지로 판단한다'에서 다루어지는 이야기로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책에 대한 정보가 없이 책을 구입하게 될 경우 책표지에 많은 영향을 받은 편이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1920년대 이전에는 표지를 먼지커버라 불렀다는데-재밌다- 폴의 말처럼 좀 이상한 이름이라는 것에 나도 동의한다. 책을 책꽂이에 세워두면 윗부분에는 먼지가 쌓이니까 말이다. 오늘날에는 표지를 먼지커버가 아닌 이 책이 어떤 책이다 하는 책의 존재를 표현함으로 독자들에게 선택받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드러나 있는 '디자인'으로 한 자리 잡은 중요한 역할을 하니 시대적 차이도 존재한다. 이러한 부분에 영향을 많이 받기에 스콧 피츠제럴드가 처음으로 발표한 작품이 실린 책이라며 전시관에 넣자고 들고 온 책을 휘리릭 넘겨보고 카운터 아래로 휙 던져 넣는 계산원을 보며 멍해지는 폴이 이후 표지에 관한 쓰내려간 내용을 읽으며 반성 아닌 반성을 하기도 하고. <식스펜스 하우스>의 표지도 정말 이쁘다. 은은하며면서도 포근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 책 내용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식스펜스 하우스>
사실 난 편집자가 미안해 할만큼 <식스펜스 하우스>의 장점을 많이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꽤 괜찮은 책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다만 한번에 휘리릭 읽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꼭꼭 씹어삼킬수록 영양이 몸으로 많이 가는 밥처럼 오래오래 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더 읽어봐야지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아마도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헌책마을 헤이온와이에 한 번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