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제나
조앤 바우어 지음, 이순영 옮김 / 꽃삽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으면서 살아가지.
하지만 네게 하고 싶은 말은, 네가 건강한 생각과 몸으로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면,
살다가 깊은 웅덩이에 빠진다 해도 얼마든지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거야. 
                                                                                                               p. 173-174

나의 열일곱을 떠올려 보지만 딱히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 

제나처럼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보지도 않았고,        

제나처럼 사려 깊고 똑똑한 아이라 칭찬을 들어본 적도 없었고, 

제나처럼 특별한 추억을 만들며 성장기를 보내지도 않았다.                                

그냥 그저 그렇게 시간을 지나왔던 것만 같은데  

<열일곱 제나>의 주인공 제나는 너무나도 성숙하다.  

겨우 열일곱살 뿐임에도 말이다. 

물론 환경이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의 불화에 아이들이 자신의 잘못인냥 죄책감을 느끼며, 자신이 착한 아이가 되면 괜찮 

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제나 역시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가 가출을 함으로 

 인해 더 어른스러워졌다고 볼 수 있다. 착한 아이가 되면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을까, 힘들 

게 자신들을 키우는 엄마를 속상한 일이 없도록 해야지, 동생을 잘 보살펴 주며 든든한 언 

니가 되어주어야지 하는 책임감이 제나를 나이에 맞지 않게 성숙하도록 만든 요인이 아닌 

가 싶다.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로 인해 받은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건강한 정신과 건전한  

마음을 가진 할머니나 엄마가 있었기에 제나가 나이에 맞지 않게 진지하지만 삐뚫어지지  

않고 성장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17세 소녀 성장기의 한 부분을 다루고 있는 <열일곱 제나>는 자신이 신발판매원으로 일하 

고 있는 회사의 회장을 만나 몇 달 동안 기사겸 비서를 하면서 겪는 일들을 재밌게 풀어내 

고  있다. 배꼽 잡을 만큼의 웃음이나 가슴 절절한 슬픔은 없었지만 충분히 재밌고 감동도  

있다. 다시 열일곱으로 돌아간다면 이런 열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들기 

도 했다. 



신발을 파는 제나의 모습에 아무리 떡잎을 알아봤다고 하더라도 운전 기사를 시킨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사고로는 쉽게 이해 되지 않기도 하지만, 열일곱의 소녀와 칠순이 넘은 할머 

니 회장님의 조화가 어울리지 않은 듯하면서도 절묘한 어울림을 만들어내며 어려움을 극 

복해나가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많은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지만 건강한 생각과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결심한다면 웅덩이에 빠지더라도 빠져나올 수 있다는 해리 밴드의 말을 가슴 

에  새기고 싶을 만큼 말이다. 마음에 와 닿은 이 문장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열일곱을  

한참 넘어선 나이의 내겐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씁쓸할 뿐.

 

사실 제나보다 더 시선을 끌었던 것은 글래스턴 회장이었다.                                           

나이가 많으니 자신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은퇴하여 편안한 노후를 즐기라는 아들의 말에  

발끈하여 회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회장 할머니는 돈 

에 눈이 멀어 있는 아들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신뢰와 정성으로 키워온 회사를 한 순 

간에 추락시키려는 아들을 막고자 함이긴 하지만 더 오래 일을 하겠다고 장담하는 그 모습 

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면서 아직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있음 

에도 젊은이들을 위해서 라는 명목으로 물러나줘야 하는 현실속에 만약 회장의 아들이 건 

강한 정신의 소유자였다면 어찌되었을까? 회장은 순순히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었을까? 

 

제나보다 회장에게 초점을 맞추며 책을 읽는 나가는 내 모습에 ‘아! 나도 나이를 먹었구 

나’하는 생각에 미소짓게 한 <열일곱 제나>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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