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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엇 - 175년 동안 바다를 품고 살았던 갈라파고스 거북 이야기 ㅣ 보름달문고 45
한윤섭 지음, 서영아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6월
평점 :
"아가야, 왜 우니?"
"해리엇이 죽잖아요." "새로 태어나기 위한 거야. 올드가 늘 말했잖아."
"하지만 지금 친구들과 헤어지는 거잖아요. 그럼 이제 오래된 이야기는 누가 들려줘요?"
p104 본문중에서
나이를 떠나서 진정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평생지기를 만난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그것도 멘토가 되어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그런 친구라면 로또대박을 맞는 것 보다 더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모르긴 해도 로또대박을 맞을 확률보다 이런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확률이 더 적지 않을까. 친구라는 말은 쉽게 하지만 참 친구를 사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까.
아기때 사람들에게 잡혀 동물원으로 오게 된 원숭이 찰리는 그런 행운아다.
같은 종의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손에서 사랑을 받았다는 이유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데 전혀 종이 다른 거북이 해리엇이 찰리의 친구가 되어 주고 엄마 같은 보호막이 되어주었다.
찰리는 해리엇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두려움을 맞설 수 있는 용기를 배우고, 자신을 괴롭히며 아픔을 안겨준 이가 당하는 고통을 고소해 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줄 아는 넉넉함을 배웠다.
엄청난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해리엇은 찰리에게 좋은 친구였으며, 부모였으며, 선생님이었다. 그런 해리엇으로 인해 무서운 세상에 홀로 맞서 나가야 하는 여리고 여린 원숭이 찰리는 자신의 정체성와 존재감을 지키며 성장할 수 있었다.
해리엇,
사람들의 손에 잡혀서 동물원까지 와서 175년을 산 거북.
해리엇의 고향 다른 거북들에게 사람이라는 동물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를 알려할 사명을 안고 고향의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 소원이다. 제일 어렸던 해리엇이 그 사명을 감당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해리엇이 사람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자신들의 희생으로 지킨 생명이 해리엇이었다. 그 아픔을 안고 175년을 살아오며 다른 여러 동물들의 멘토가 되어 주었던 해리엇을 보내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운 동물원 가족들. 해리엇이 없으면 옛날 이야기는 누가 해주냐며 울먹이는 아이의 말이 철없음이 아니라 해리엇에 대한 사랑임을 안다. 사랑스러운 친구 찰리로 인해 다시 한 번 바다를 보기를 원했던 175년동안의 소원을 이루는 순간. 그 순간을 만들어 주고 싶은 찰리가 울타리를 넘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해리엇에 대한 사랑의 힘이지 않았을까?
해리엇과 찰리의 우정, 그리고 다른 동물들의 사랑이 담긴 <해리엇>을 읽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졌다. 내게도 해리엇과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의 해리엇이 되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고 싶다.
누군가의 해리엇이 될만큼 따뜻한 가슴을 가진 넉넉한 사람, 지혜로운 사람이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누군가 단 한 사람의 해리엇이 되어준다면 세상은 더 따뜻하고 살만하지 않을까 싶다.
거북이 수명이 어떻게 되지?
정말 175년이나 사는거야? 거북이 수명이 길다는 건 알지만 정말 몇 년이나 사는 거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던 <해리엇>은 진지하게 와닿았다. 친구라는 존재, 멘토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 준 동화였다. 공부나 능력을 키우는데 집중되어 아이다운 모습을 잃어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이 해리엇과 찰리와 같은 우정을 쌓아가며 살아갈 수 있는 그런 환경, 그런 세상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 진정한 어른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가슴 따뜻해지는 <해리엇>,
누군가의 해리엇이 되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해리엇>,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