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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에서 만나는 하나님
인은수 지음 / 두란노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경건하지 못하고 대중이적이고 가벼운 영화에서 하나님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서 출발하는 <멀티플렉스에서 만나는 하나님>은 그렇다고 답한다. 은연중에 크리스천은 재미는 천박하거나 경건하지 못하다는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대중적인 재미 속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장르를 불문하고 말이다.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영화는 분명 감독이 의도하는 바가 있지만 보는 이의 생각이나 관점에 따라 그 해석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영화를 보면서 하나님을 떠올린 것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생명 연장을 위한 신기술을 만들거나 하는 뭐 그런 종류의 장면을 보면서 저런 것은 하나님이 주신 지혜일까 사단의 사악한 속임일까 하는 정도였는데 저자는 장르를 가르지 않고 영화 속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난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라고 대답한다. 좋아하는 영화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8월의 크리스마스>를 꽤나 좋아한다. 특히 우산을 쓰고 말없이 걸어가는 그 장면을 좋아하고, 정원이와 다림이의 풋풋하면서도 아련한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좋고, 배경 음악이 좋고...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그렇게 다가오는 잔잔한 감동이 좋다. 그런 이유로 <8월의 크리스마스>를 몇 번이나 봤지만 한 번도 정원이의 '초원 사진관'이 시편 23편에 나오는 "초장"과 같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이 생명의 연장을 보여 준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서도 예수님을 연상해 본적이 없다. 인상 깊게 봤던 영화 <그린 마일>의 존 코피가 죽어가는 것을 보며 슬퍼했지만 그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떠올리지는 않았었다. 그냥 내게는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은 사랑이야기였고, 스트레스 확 날려버릴 수 있는 통쾌한 액션 판타지였고, 저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감동적인 영화일 뿐이었는데 멀티플렉스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저자가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학적이 아니라 할지라도 상당 부분에 설득력이 느껴진다.
아마도 이것이 저자와 나의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시네마테라피에 관심이 많은 나는 영화를 보면서 저 영화를, 저 장면을 상담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처럼 저자는 어떻게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 이것이 바로 관점의 차이, 무엇을 바라보는가 하는 것의 차이일 것이다.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영화를 설명하고, 그 속에서 담고 있는 내용들을 통해서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신앙으로 연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대중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보면 대응해야 할지 말하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경건하지 못하다고 선을 그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도 영화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진 이도 있는데 더 죄악시 하는 게임을 통해서도 성경을 읽고 쓰고, 기도 도우미 아바타로 기도생활과 교회생활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선교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화적 충격과 갈등을 미리 접해 볼 수도 있지 않겠냐는 저자의 생각은 참으로 놀랍다. 나 또한 영화를 무지하게 좋아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에 기독교인이 문화를 즐긴다는 것에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편인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멀티플렉스에서 만나는 하나님>은 크리스천이 영화라는 대중문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마음으로 즐기며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 한 것인가 하는 문제에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