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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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지도 지독한 것이 삶이란 말인가?
책을 읽다 중간에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힘겨웠다.
이 책에 왜 이렇게도 감정이입이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작가의 의도를 알 수가 없다.

윤영,
윤영이라는 이름의 한 여자의 일생,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 여자의 삶이 너무나도 무덤덤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이런 삶도 있다는 듯이 그냥 그렇게 무덤덤을 넘어 감정없이 담담하게 그려지는 것에 화가 났다. 가족이라는 테두리에 갇혀 벗어날 수도 없는 그녀의 삶에, 그리고 그녀가 살아가는 방식에 화가 났다. 구질구질한 인생을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탈출구로 삼으려 한단 말인가? 그냥 자신이 탈출구가 되었더라면 그녀의 삶이 이다지도 지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녕 그러했으리라. 똑똑하다는 동생 민영을 믿었고, 펜대 굴리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남편으로 맞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남편을 믿었고 그 믿음들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희생뿐. 그들을 뒷바라지 하지 않고 자신이 일어섰더라면 차라리 자신을 위해 뒷바라지 했더라면 분명, 결단코 그녀의 삶을 달라졌을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가족을 등에 업고 살아가겠지만 지금처럼을 아니었을 것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다른 이들의 삶 또한 만만치 않다.
한 두개쯤의 사연을 가지고 버릴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삶에 몸부림 치고 있다.
누구나 삶이 그러하다는 듯이.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그 어두운 터널을 그냥 담담히 받아들이며 걸어가는 그녀와 또 다른 이들. 
그냥 모두 버리고 도망가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책을 읽는 내내 가슴에 묵직한 돌을 얹혀 놓은 것처럼 답답한가보다.
어쩜 윤영의 삶에서 나를 보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윤영과 같은 삶의 무게를 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을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에서 오는 답답함이 윤영을 통해 더 크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엄청난 삶의 무게를 방관자의 입장에서 '나'라는 윤영의 입을 통해 그려지는 담담함.
그 어떤 감정도 실리지 않는 것이 놀라웠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내 느낌이요, 생각이겠지만
책 전체를 걸어다니는 듯한 건조함이 내 마음까지도 건조하게 한다.
작가는 윤영의 삶을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난 도대체 헤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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