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 <나무>를 읽으면서 <개미>나 <뇌>와는 또 다른, 참으로 독특하면서도 기발하다는 느낌이 강했었는데 그 기발하고 독특함의 바탕이 바로 <상상력 사전>이었던 것 같다.  <개미>라는 작품은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고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후에 나오는 작품들에 기대를 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역시 최고의 걸작은 <개미>가 아니었나 싶다. <나무>를 읽었을 때의 그 느낌이랄까? <상상력 사전>을 읽은 느낌이 그랬다. 어쩌면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만의 기대치가 너무나도 높았기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씁쓸해지는 이 마음을 어찌하지는 못하겠다.   

  <상상력 사전>이라는 책 제목에서 많은 상상과 기대를 했었다. 무슨 내용일까? 어떤 상상이 담겨 있기에 '상상력 사전'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나를 놀라게 했던것은 바로 책의 두께였다. 하긴 열네 살 때부터 쓴 것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너무 얇은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뭐, 두께는 그렇다치고 속을 들여다 보자니 내가 생각했던,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잠시 실망감을 맛보기도 했지만, 그러나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다보니 그런데로 제법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열네 살부터 써왔다는 혼자만의 노트,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흔한 이야기도 있고, 처음 접하는 이야기도 있고, 흔한 이야기를 자기식으로 풀이하면서 덧붙여 놓은 글도 있고, 수십 편의 짧은 글들이 백과사전으로 불리우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제목처럼 <상상력 사전>이라는 이름이 걸맞다. 베르나르가 쓴 수많은 작품의 출발이 ‘상상력 사전’ 이라 불리는 이 노트였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냥 흘려버릴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내 것으로 쌓아 놓는다는 것이 아주 쉬운 것 같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싶다. 그렇기에 역시 작가가 될 사람은 분명 남다른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상상력 사전에 담겨 있는 짧은 글 중 하나가 베르나르를 통해 생명을 부여 받고 다시 책으로 탄생할 그날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