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은근히 이 말에 중독되어 나도 모르게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따라하며 웃었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 고용주를 향해 안하는 편을 택하겠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이가 과연 몇명이나 될까? 그만 두겠다고 작정을 하지 않고서야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채 뱉어내는 그가 바로 필경사 바틀비다.
바틀비를 마음에 들어 하던 변호사는 바틀비의 예사롭지 않은 행동에 당황하기 시작한다.
본인이 고용주임에도 불구하고 안하는 편을 택하겠다는 바틀비에게 아무것도 시킬 수 없는 지경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자신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인다.
바틀비를 내보고 싶지만 그것마저도 할 수 없어 결국 자신이 사무실을 옮기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변호사.
<필경사 바틀비>는 길지 않은 내용이다. <퍼트넘스먼슬리 매거진>에 2회에 걸쳐 실렸었다는 이 이야기는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책을 읽기 시작해서 중반부를 향해 갈때까지 도저히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이해 할 수 없었다. 책에 관해 부연설명된 부분을 읽고서야 조금 이해가 되었지만 완벽한 이해라고는 할 수 없다.
뭐 어쨌거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단어를 참 재밌게 쓴다는 사실이다. 재치있다고 해야하나, 언어 유희를 즐긴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런 느낌을 받게 하는 문장들이 꽤 있었다.
예를들면 '아침 근무', '오후의 헌신',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든지
또는 바틀비를 설명함에 있어 '창백하리만치 말쑥하고, 가련하리만치 점잖고, 구제불능으로 쓸쓸한 그 모습이'라는 표현은 압권이었다.
택하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 모두가 순간을 택하는 것이다.
하는 쪽을 택하겠다. 하지 않는 쪽을 택하겠다. 하거나 하지 않거나 모두 선택이라는 말이다.
밥을 먹는 것을 택하든가 먹지 않은 것을 택하든가.... 매 순간순간 모든 것에 내가 선택하면서 살아간다.
그냥 하는 것 같고, 압력에 의해 마지 못해 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모두 나의 의지에서 나온 선택이라는 점이다.
먹지 않고 그렇게 삶을 마감해 버린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바틀비의 선택이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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