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이 자라날 때 문학동네 청소년 4
방미진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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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특이했다.
호러소설이라고 했지만 청소년 소설에 어울리는 제목은 아니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물론 <손톱이 자라날 때>는 다섯개의 단편 중 하나이다. 다시말하면 책의 핵심 주제를 담고 있기에 다섯 단편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학년이 바뀌고 새 교실로 첫 등교하는 날은 설레임보다는 약간의 두려움과 불안이 더 강했던 것 같다. 사실 학교를 다니면서는 '그렇구나'하고 내 감정을 정리해 보진 않았지만 방미진 작가의 <손톱이 자라날 때>를 읽어면서 "아, 나도 그랬어, 맞어 맞어, 그랬었지' 하며 그 시절, 그 느낌, 그 생각을 들여다보는 듯 했다.

친했던 친구가 이번에도 같은 반이면 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를 줄어들겠지만 적어도 걱정거리는 줄게 되니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같이 점심 먹을 친구가 없을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쉬는 시간에 누구랑 수다를 떨어야할지, 매점에는 누구랑 같이 가야할지, 끼리끼리 하교를 하는 친구들 틈새에서 혼자 운동장을 가로질러 나가야 하는 그런 일도 발생하지 않을테니까. 무엇보다도 새로운 친구와 친해지기까지의 서로 알아가는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니까. 지금이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일들이 그 당시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누구나가 그렇지 않았을까? 그 동안은 자신만이 중심이 되었던 자아가 다른 사람들과의 특히 친구를 통해서 자아가 더욱 성장하고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상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나 사람들로 인해 지대한 영향을 받으면서 자아와 존재감이 무너지거나 더 단단해지거나 하는 시기. 자신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시기, 청소년기의 연약하고 불안한 자아에 대해서 <손톱이 자라날 때>는 극단적이긴 하지만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다. 모두가 불안을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극복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처음에 손톱을 기른 것은 다른 친구들을 위협하면서 자신이 강자라는 것을 드러내고 싶은 자신의 보호책이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손톱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괴롬힘을 당하던 선주가 전학을 가자 선주를 도와주던 아람이를 괴롭힘으로써 또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지만 그 속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괴롭힘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에 전전긍긍하는 자신을 감추고 싶은 마음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연약함이 악함을 불러내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자아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어른들 사이에서도 일어나는 것을 보면 청소년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손톱은 어른이 되어서도 자라나니까. 언제든지 자라날 수 있는 손톱이 건강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어른들이 해 주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건당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이다. "청소년기는 그 자체로 호러다"라는 말에 다시 한번 공감하면서 <손톱이 자라날 때>는 공포스럽기만 한 책이 아니라 재밌고 의미있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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