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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 다이어리 2015
새시 로이드 지음, 고정아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 기후변화에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음과 더불어 그에 관련된 영화나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지구 온난화는 아주 오래전부터 경고되어 왔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수없이 이야기되어져 오고 있지만 여전히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그 흐름과 동반하여 실제적으로 와 닿는 다이어리 형식과 구성으로 나온 것이 이 카본 다이어리라는 소설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환경이 열악해지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한 달에 200포인트로 제한하여 사람들의 활동에 제한을 두는 것이 탄소 배급제인데 이 소설은 탄소 배급제를 시행하게 된 영국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 로라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매일의 일기를 통해 일상을 노출하고 있다.
인간들의 최대 발명품이자 인간들을 노예로 만들어버린 것이 돈이라면 그 돈을 통하여 이루어진 모든 활동의 부산물인 탄소를 제한함으로 다시 한 번 인간들의 발목을 잡아버린 것은 탄소 배급제이다. 그것이 실시되면 탄소의 배출을 야기하는 난방을 하지 못하게 되어 얼음과 같은 냉방에서 잠을 자야하고 물 사용도 자유롭지 못하여 1분 이내에 씻어야하는 등 공해를 일으키는 탄소관련 활동에 대해서 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이 지속될수록 사람들은 예전의 정상적인 생활들을 더 이상 하지 못하기에 점점 거부감을 느끼며 폭동을 일으킨다. 당연히 사회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지옥과 다름없는 생활이 펼쳐진다. 로라는 그런 지옥과 같은 세대에 태어나 꽃다운 10대를 보내고 있는 소녀이다. 그리 먼 미래도 아닌 2015년에 이러한 상황이 이루어지게 만든 어른들을 소녀는 원망하지만 결국 그 어른들과 함께 냉방에서 잠을 자고 예전의 꿈만 같던 생활들을 그리워한다. 지금 우리들의 세대에는 아직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들이 결국 이러한 결과를 야기했듯이 지금 세대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태도를 작가는 넌지시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회로 유도시킨 어른들이 아닌 학생의 입장에서 쓰여진 이야기들이라서일까. 로라의 입장에서 보는 사회는 그렇게 긴장될 만큼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지는 않다. 자본이 탄소로 대체된 사회에서 제한된 탄소로 어떻게 사람들이 적응하며 살아가고 어떻게 사람들이 변해 가는지 그 일상들과 모습들을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덜 혼란스럽고 오히려 건조하게 느껴질만큼 덤덤하게 풀어내고 있다. 자신들의 세대에 가해진 부당한 현실들을 억울해하면서. 흔히 우리들의 일상의 모습처럼 말이다. 사회가 급격히 변화되고 옳지 않은 방향으로 가더라도 우리들은 불평을 하고 불편을 느끼면서도 그것에 적응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만 보더라도 탄소 배급제가 실시된다는 것은 소설 속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만약 지금 이대로 온난화가 지속되고 결국 배급제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면 사람들은 경악하면서도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삶은 끝없이 이어지기에 소설 속의 이야기들도 무슨 영화 속의 급박하고 어지럽고 세상을 종말을 연상시키는 모습이 아니라 여전히 지속되는 우리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만 현대 사회가 급격한 자본화와 더불어 인성을 잃음으로 많은 정신질환을 낳았듯이 새로운 제도가 실시되는 사회에서는 새로운 부작용을 동반할 것은 틀림이 없다.
이러한 종류의 책들이 탄소 배출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준다면 다행이겠지만 여전히 자연불감증에 단단히 도취되어서 살아가고 있고 또 그렇게 삶이 짜여져 있어 왠만한 시도가 아니라면 여전히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