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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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건   

'정이현'이라는 작가 때문도, 작가의 전작 '달콤한 나의 도시' 때문도 아니었다.  

'너는 모른다'는 제목 때문이었다.

그냥,  

단지,  

나는  

궁금했었다.  

너는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너는 모르는 그것에 대해 나는 알고 있는 것인지. 

책을 읽고 싶은 이유가 어찌보면 어이없이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난 정말 알고 싶었다.  

너는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정말 나는 알고 있는 것인지.

이렇게 제목에 집착하는 것은 아마도 책을 손에 잡을 당시 내 마음 상태를 반영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속에서 아우성치고 있는 내 마음을, 내 생각을 아무리 외쳐봐도 너는 나 아닌 너는 모른다는 생각에 또 다시 단절의 금을 그어 놓고 외로움에 떨던 나를 보는듯 했기 때문이다.  

책은 화창한 5월의 어느 일요일 한강변에 떠오른 한구의 시체 이야기로 시작하더니 '유지'라는 여자아이의 실종사건으로 전개된다. 사실 내용 자체로만 본다면 그닥 새로울 것이 없다. 무늬만 가족이었던 사람들이 아이의 실종으로 인해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이야기. 책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한번쯤은 보았음직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모른다'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읽게 되는 이유는 담백함과 섬세함 속에 살아움직이는 듯한 등장인물에 대한 표현력이 아닐까 싶다. 한사람 한사람에 대해 잘 표현된 심리묘사가 좋았다. 인물들의 감정을 현재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을 나의 어설픈 심리학 지식에 맞춰가며 인물을 분석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자신의 출생이 엄마와 아빠의 인생을 발목잡았고 두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과 버림받았다는 그로인해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가는 은성의 삶을 태도나 시종일관 초월한 듯한 모습으로 시큰둥하게 살아가는 혜성의 삶의 태도를 비교 분석해 보는 것이 좋았다.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상처입은 사람들이다. 그와 동시에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이다. 사랑에 목숨을 거는 듯 피폐해진 삶을 살아가는 은성이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없는 얼굴로 평범한 듯 살아가는 혜성이도, 아직도 옛애인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새엄마도,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이 가장의 사명인냥 살아가는 아빠도 그리고 유지도 모두가 사랑에 굶주린 사람들이며, 모두가 상처입은 마음을 가눌길 없어 가슴에 품고 자신의 성격대로 제각각 표현하며 살아갈 뿐이다. 꼭 가면 놀이를 하듯이.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참으로 건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상호와 큰딸 은성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도 않고, 아니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들 마냥 자신의 세계에 갇혀서 살아간다. 심지어 어린 유지까지도. 화교라는 이유로 이웃과 어울릴지 못하는 엄마, 같은 이유로 친구의 엄마들로 인해 친구에게 받아야 했던 소외감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켜버렸던 아이 유지의 실종 원인도 어찌보면 사랑받고픈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아마도 작가는 무미건조한 듯, 관심없는 듯 살아가고 있는 이 가족들은 사실 표현을 하지 못할뿐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마음을 가족들이 모른다는 사실, 그래서 붙여진 제목이 '너는 모른다'가 아닐까 하는 단순한 생각을 했지만 실상은 자신들도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닐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방치하는 은성이도 어찌보면 자신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녕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그런 것 같지만 말이다. 아마도 이런 부분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 같다. 나 또한 나를, 내 마음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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