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별,  

이별에 있어 어떻게 좋은 것이, 좋은 이별이란 것이 있을까?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사람 풍경>, <천개의 공감>을 쓴 김형경 작가는 좋은 이별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별을 잘 해야 계속해서 살아갈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나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상당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얼마 전 과제로 인해 받았던 상담을 통해 엄마와의 이별에 있어 애도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한 것이 아직 내 삶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애도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 감정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감정을, 삶을 지배해 나간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별을 잘해야 한다고. 

 사랑의 다른 이름, 좋은 이별.

  <좋은 이별>은 애도에 관한 심리 에세이다. 저자의 여러 전작들처럼 정신분석을 받았던 경험을 토대로 상실에 대한 애도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다른 에세이들과 조금 다른점이 있다면 에세이라고 명명되었지만 에세이보다는 설명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건 달리 말하면 ‘애도’라는 것에 대해 그만큼 깊이 있게 서술해 놓았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좋은 이별을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고 표현한다. 그렇다고 좋은 이별이 남녀간의 이별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겪는 상실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그 대상이 사람일 수도 있고 때로는 애완동물일 수도 있다. 특정한 대상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애완동물도 결국에는 사람에 대한 상실이나 결핍에서 오는 대용물이 확률이 높다. 김형경의 <좋은 이별>은 이러한 상실이나 결핍으로 인해 겪게 되는 감정을 이별이라 표현하고 이별에 대한 애도과정에 대해 4장에 걸쳐 25가지로 감정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애도 작업을 잘 이행하면 자기 자신을 잘 알아보게 되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게 된다(p44)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별에 대해 말을 하지 못한다. 특히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심하다. 여자들은 이별, 상처, 상실, 실직 이러한 일들을 겪을 때 감정을 표현하고 누군가에게 수다를 떠는 형식으로라도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며, 공유하는 가운데 애도의 과정을 조금이라도 겪지만 남자들은 강아지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코믹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아픔으로 표현하기도 하면서 이별이나 실직 등으로 인한 상실이나 아픔 등은 잘 표현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물론 사회적인 환경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이별을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겪는 아니 마땅히 겪어야 하는 애도의 과정을 목차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엄마와의 이별에 있어 충분한 애도과정을 거치지 못했던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을 들여다 보는 듯 했다. 특히 할아버지의 임종에서 저자가 경험했던 감정들을 표현한 부분에서는 나를 보는 듯 했다. 나 또한 누군가가 “곡해라, 그냥 아이고, 아이고라도 해라,” 장례식이 끝나도록 넌 왜 울지도 않느냐는 말을 들었던 나였기에 책 속에 나와있는 상황들 앞에서 조금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는 가운데 한 편으로는 나만 겪는 감정이 아니라 애도의 과정에서 당연히 겪을 수 있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분노하며, 당연히 공격적일 수도 있고, 당연히 괜찮아, 괜찮아 하며 자신의 감정을 누를 수도 있다는 사실 앞에 조금은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했다. 나 또한 아직도 애도의 과정을 극복하지 못했기에. 저자가 만성우울증이라고 표현하는 무력감에 시달리는 이유 또한 거치지 못한 애도의 감정 때문이라는 사실 앞에, 해결하지 않고는 시간이 약이 될 수 없다는 사실 앞에 막막함이 일기도 했지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품게 했다.

좋은 이별, 
이별이 슬프고 아픈 일이지만 정말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는 좋은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에 100%로 공감하며 아직도 하지 못한 엄마와의 이별을 이제는 정말 준비해 보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