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백>이 담고 있는 내용은 표지속의 노오란 해바라기만큼이나 강렬함을 지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표지 선정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글쎄 편집자의 의도는 다른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고백은 작가(미나코 가나에)의 첫 장편 소설이라고 한다. 처음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처음이라 못 쓰라는 법은 없지만) 내용이나 흡인력, 전개력, 스토리 어느 것 하나 떨어지는 것이 없다. 책을 잡는 순간 뒷장이 끝날 때까지 결코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그러므로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이런 류의 책을 싫어한다는 후배에게 책의 내용을 설명해줬더니 조금 듣다가 읽어야겠다며 빌려달란다. 책을 본 소감 정말 재밌어요. 각 장의 주인공의 관점에서 독백으로 이어지는 고백은 한마디로 무척 재밌다.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재미있다. 그리고 가슴이 먹먹했다. 분명 이 책은 픽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먹하고 답답한 가슴을 진정시킬 길이 없었다. 난 유코 선생님도 a도 b도 아니니까, 그리고 반장도, b의 엄마도 아니니까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보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나라면 어찌 했을까’하는 생각으로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비난의 화살을 던지기도 하면서 어느새 그들 개개인과 하나가 되어 가고 있었기에 막막함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책장을 덮는 순간 매슬로우의 욕구의 5단계가 떠올랐다. 왜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이들이 간절히 바랬던 것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는 것이라는 생각때문이었을 것이다. 인정의 욕구(존중의 욕구), 매슬로우는 욕구의 5단계를 설명하면서 1단계 욕구를 채우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고 했지만 사람의 욕구란 정말 그럴까? 난 아니라고 본다. 어쨌든 난 고백에 등장하는 a와 b를 보면서(유코 선생님이 고백하면서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a와 b라고 지칭했다), 그리고 b의 엄마가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서 이들은 타인의 시선에 사로잡혀 인정받고픈, 사랑받고픈 욕구만이 강렬해 다른 욕구들과 융합시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인해 이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과 방법은 극단적일 수밖에 없고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다. 타인이 보기엔 정말 어리석을 뿐이지만 자신들에겐 그것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미성숙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사람은 바로 유코 선생님이었다. 난 유코 선생님에게 묻고 싶다.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만 했는가? 그리고 선생님의 고백을 통해 전정으로 원한 것이 무엇인지? ’ 물론 딸을 잃은 아픔을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참아내며 용서하라는 것은 아니다. 교사로써의 윤리를 저버리고 a와 b에게 충분한 벌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직, 간접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손을 빌어서, 그리고 학생들과 다른 교사의 손을 빌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을 봐야 했을까? 그것만이 a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변화 가능성 제로인 a에게 열세 살의 한계를 알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여전히 법망을 피해 나갈 수 있는 a에게 그것만이 처벌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정말 유코 선생님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던 것일까? 선생님이 아닌 딸을 잃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될 수 있을까? 복수만이 선생님이 바라던 것이었을까? 정녕코 복수만을 원했던 것일까? 어쨌든 유코 선생님의 마지막 선택은 심장이 죽어버려 그 어떤 일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a에게 엄청난 패배감과 상실감을 알려주기에는 충분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많은 이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채워나가느냐 하는 방법적인 면에 있어서는 다양한 선택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일을 당했을 때 그 일을 해결하는 방식 또한 다르다. 묵묵히 타인의 시선을 견뎌내며 오히려 그것을 무시하며,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a가 있는가 하면, 방콕을 하며 서서히 죽어가는 b와 같은 사람도 있고, 모든 것 포용한다는 이름으로 무력하게 참아내다 급기야 폭발해버리는 b의 엄마 같은 사람도 있으며, 과감히 나서서 법으로 할 수 없는 심판을 자신의 손으로 해내고야 마는 유코 선생님 같은 사람도 있다. 그리고 용서라는 이름으로 감싸 안는 유코 선생님의 남편 같은 사람도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개인이 가진 생각이나 가치에 의해서 이 또한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백>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소설이니까 하고 덮어버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고백>,
유코 선생님의 고백으로 인해 다시 시작되는 사건들을 따라가다보면 때로는 살이 떨리는 전율을, 때로는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과 슬픔을, 정말 이런 인간이 있을 수 있기나 한 걸까하는 놀라움과 처연함이 그리고 소설 속에서만 일어 날 수 있는 일이 아닌 우리 인간의 내면에 들어있는 잔인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