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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레슨 인 케미스트리 1~2 - 전2권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화학적으로 우리는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중략)
오늘 집에 가시면 본인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시작하십시오. (p236)
"요리도 화학이다"
머리에 고글을 얹혀있고 왼쪽 귀엔 HB연필을 꽂고 손에는 공책과 시험관 3개가 들려 있는 식초를 아스테산이라고 말하는, 저녁 6시에 하는 요리 프로그램의 MC 엘리자베스의 모습이다. TV에서 이 모습을 실제로 봤다면 정말 요리 프로그램이라고 생각 할 수 있을까? 싶은 상상이 되지 않는 그런 모습으로 엘리자베스는 요리 프로그램의 MC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엘리자베스에게는 요리도 화학일 뿐이다. 그러니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통한 화학 수업을 하는 것이다. 어딘가 괴짜스러워 보이는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화학을 전공으로 하는 과학자이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과학자가 되기를 꿈꿨지만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너무나도 엄청난 일을 당하고도 억울하게 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그리고 입사한 회사에서도 이런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자신보다 능력이나 업무적인 성과면에서 훨씬 뒤떨어져도 남자라는 이유로 리드가 되고 여자라는 이유로 보조원이 되어야 하는 그러한 현실에서 자신의 꿈을위해 세상의 편견과 싸워나가는 한 여자 아니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재밌게 그려지고 있다. 요리를 하는 것이, 집안 일이 여자들만 하는 하잖은 일로 여겨지는 시대에 엘리자베스는 새로운 일자리, 방송국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을 하면서 요리를 화학이라고 말하고 조리도구 대신에 화학용 기구를 사용하고 화학적인 설명을 근거로 요리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 방송에서 "화학 입문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수업 끝."이라는 멘트로 마무리를 짓는다. 일반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요리 프로에서 뭘하는거야?라는 생각을 하기 십상이다. 시청률이 오르고 광고주들도 광고를 하겠다고 인기가 있음에도 그녀의 방송국 상사는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고 상황파악도 하지 못하니까. 엘리자베스는 말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다시는 그 누구도 어떤 식으로든 제지하기 않기로...(p195)
책을 읽으며 두번째로 인상적으로 느꼈던 구절이다.
키우는 개 6시 30분을 데리고 걸어서 출근을 하던 캘빈이 6시 30분에 채워진 목줄로 인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주던 몇 안되는 사람들 중에 가장 소중한 캘빈을 그렇게 보내고 오로지 자신때문이라는 자책을 하는 엘리자베스는 다시는 누구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제지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런 이유로 매드가 높은 곳에 올라가도 엘리자베스가 하는 화학 실험을 가까이에서 구경을 하겠다고 해도 제지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의 이러한 행동은 앞집에 사는 해리엇에게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정말 위험하고 무책임 한 행동으로만 보일 뿐이다.
보통은 다들 해리엇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나부터도 그러하니까. 위험해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원한다면 그냥 하게 해 주는 동생을 보면서 개념없다고 핀잔을 주는 나이기에 해리엇의 생각에 백번 동감하는 바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한 편으로는 우린,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것들은 내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고 타인의 행동을 제지시키려고 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매드가 아빠를 닮아 엄마를 닮아 천재적일만큼 똑똑하기는 하지만 엘리자베스의 제지하지 않겠다는 철학에서 나오는 허용으로 인한 학습도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생각들을 점검하고 반성도 하게 만들었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
사실 책 표지를 처음 보는 순간 '이 표지 뭐지?' 했었는데 들고 다니면서 읽다가 표지라도 상할까 하는 걱정에 표지를 벗겨내고 보니 벗겨낼 수 없는 책의 겉표지에 원소 기호표가 찍혀있었는데 인상적이었다. 엘리자베스는 화학자이니까 엘리자베스에 딱 맞는 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만에 책장이 술술 넘어가면서 다음 장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책을 만난 기분은 .즐거웠고 행복했다. 재밌는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웠고 행복했다. 그리고 나도 엘리자베스이고 싶었다. 사회성이라고는 1도 없이 뻣뻣하고 바른 말만 하는, 주변에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이보다는 시기하고 질투하는 이가 몇배로 많은 어찌보면 외로울 수도 있는 그런 인생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길을 향해 꿋꿋이 나아가며 불의와 싸울 줄 아는 그리고 더드디지만 주변을 변화시켜나가는 엘리자베스처럼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화학적으로 우리는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이 밤이 지나기 전에 내일의 나는 어떤 모습이기를 원하는지 어떻게 변화하고 싶은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오랜만에 꽤 재밌는, 책장이 술술 넘어가면서 다음 장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책을 만났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 한번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