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나이 드는 맛
존 릴런드 지음, 최인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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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의 4분의 1을 공부하면서 보냈어. 그 후 인생의 절반은 열심히 일만 했지. 그러고는 아무 하는 일도 없이 쓸모없는 사람이 돼서 나머지 25년을 보내는 거야. 쓸데없이밥만 축내는 거지. 난 사회가 나서서 노인이 할 일을 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해."
어쩌면 어르신들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때가 이미 와 있는지도 몰랐다. 온 사방에 배울 것이 널려 있고, 지금 우리 주변에는 6백만 명에 달하는 스승들이 있다.

. "어렸을 때는 아무리 찢어지게 가난해도 부모님이 계시고,
부모님이 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신다면 행복해. 왜냐하면 아는 건 그게 전부니까." 프레드가 말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는 열일곱인가 열여덟 살 때까지도 우리가 가난한지 몰랐어. 록펠러가나케네디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이 나오는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야. 크리스마스에 장난감도 받았고 입을 옷도 있었으니까. 그땐 가게에서 전날 만든 도넛 여섯 개들이 한 상자를 10센트에 살 수 있었지. 난 그걸 점심으로 먹었어." 그 경험들 덕분에 그는 어렸을 적부터 자신이 무언가를 문제라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진짜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일 뿐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스스로가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인생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고, 선택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노년에 닥쳐 모 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당신이 선택하지 않은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초고령자들 중 아무도 자신이 직업적으로 성취한 것들을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하느라 보내고, 일에 집착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다.

대부분 일과 관련해 그리워하는 것은 일터에서느꼈던 동료애가 전부였고, 은퇴했다는 사실에는 크게 기뻐했다.

과연 그는 오래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오래 죽어가는 것일까?

서로 의지하려면 균형을 잡아야 한다. 자녀들은 본인의 삶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어머니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동시에 그들은 어머니가 안전하게, 최대한 원하는 대로 삶을 살아갈 수있기를 바랐다. 루스는 홀로서기를 주장하면서도 여전히 자녀들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그녀는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극구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자녀들이 엄마를 위해 기꺼이 나서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기도 했다. 지나친것과 충분한 것 사이의 경계는 미묘했고 늘 변화무쌍했다.

그는 오래 살아 나쁜 점은 매년 그가 살아온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이 적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요나스는 자신은 생각이 많은 사람이 아니며, 이 세상에서 생각이 제일 나쁘다고 말했다.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생각에 따라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는 소련에 점령당한 리투아니아와 나치하의 독일에서 똑똑히 보았다. 그래서 그는 온전히 본능에 따라서 움직이려고 애썼다. 아침이면 아무 계획 없이 일어나서 눈에 띄는 것들을 카메라에 담고 그저 자연스럽게 장면이 나오도록 내 버려뒀다. "나는 사색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야. 농장에서 자라서 시골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자신을 분석하지 않아. 그냥 사는 거지. 단체 생활에 가까워. 그냥 있는 그대로 친구들이나 이웃들과 함께 사는 거야. 물론 그 후에 커서 시골을 떠나면서 자기 분석이나 자아 성찰도 하게 됐지만 여전히 천성적으로 나는 나를 뜯어보지 않아. 영상이나 글에서 일기를 쓰다시피 하지만 말이 야. 자기중심적이지. 하지만 아나이스 닌(Anais Nin)과 헨리 밀러(Henry Miller)의 일기를 읽어보면 정말 사색적이고 난해해.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내 일기는 그렇게 개인적이지가 않아."
이런 식의 삶은 오히려 유난히 확고한 목표 의식과 방향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행동이 하찮은 잡음이 되어버리고 만다. 요나스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은 단순했고, 한결같았다. 그는 음악과 자연 그리고 친구들과 떠들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예술과 아름다움을 추함과 실존적 절망보다 사랑했다.

야 했으니까. 노동자라는 개념은 소련이 들어와서 노동자들을 조직하면서 같이 들어왔어. 하루아침에 모든 사람이 노동자가 됐어. 하지만 그 전까지 우리는 노동자들이 아니었지. 그래서 나는 자라면서 하던 것들을 계속하는 거야. 그냥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지."
또 어떤 날은 이렇게 말했다. "농부들은 여러 가지를 길러. 나는 시와 성자들, 역사, 아름다움,
예술을 길러. 나는 그것들을 고른 거야."

그가 지루한 늙은이들과 같이 다니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지루해서이지 늙어서가 아니었 .

요나스처럼 사람들을 계속해서 움직이게 해주는 생명력을 ‘목적‘이라고 불렀다. 연구원들은 삶에서 목적의식을 느끼는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오래, 더 충실하고 보다 건강하게 사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이미 오래전부터 확인해왔다. 그다지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인생이 얼마나 놀랍고 놀라운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아마도 노인처럼 생각한다는 것이 이런 걸까. 나는 온전히그 순간만을 살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미래를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미래에 끝이있는 것처럼 산다면 현재가 훨씬 더 경이로워진다는 사실을 배웠다.

세상이 점점 작아지고 있는데도, 그들은 계속해서 감탄했다. 소소한 기쁨은 더 이상 소소하지 않았고, 감탄하는 것 역시 마음먹기에 달려있었다. 핑은 사람들과 마작을 하며 감탄했고 프레드는- 매일 아침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헬렌은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찾아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존은 아름다운 음악을 발견했다. 루스는 천사와 같은 자신의 자녀들을 믿는 법을 배웠다.
한 해 동안, 나는 고령자들 모두에게 죽음을 생각해보았는지, 두렵지는 않은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프레드 존스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너무 오래 살까 봐두렵다고 했다. 그러니 죽음은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죽음과 노화를 인생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고령자들에게서 배운 것 중 하나다. 오직 젊은이들만 죽음이나 노화를 마치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
요나스의 소설 『수동 타자기를 위한 진혼곡』은 주인공이 소설가 윌리엄 버로스(William Burroughs)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끝이 났다. "그래서 그도 사라졌구나." 요나스가 마지막 문장을읽었다. 나중에 그에게 죽음에 대해 생각해봤냐고 묻자 그는 죽음에 대해 묻는 건 잘못된 질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삶이었다. "죽음은 올 때가 되면 올 거야. 하지만 나는 절대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으니까." 그가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주어진 삶에서 도망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나는 라디오, 전기, 텔레비전, 음악 심지어는 사진도 없이 자랐어. 영화는 열네 살에 처음으로 봤고, 어쩌면 200살까지 사는 사람도 있을 거야. 하지만 스무 살이 된 젊은이들중에 벌써부터 삶을 지겨워하는 사람들이 있어. 결국 못 버티는 사람들도 있고, 그건 또 다른 얘기야."

. "나는 내 하루하루에 ‘나비 효과‘ 가있다고 믿어. 일종의 도덕적인 격언 같은 거지.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다음 순간에 영향을 미친다. 는 것을 명심하기 위한 도덕적 책임 말이야. 그래서 나는 나쁜 짓은 뭐든 안 하려고 해. 다음 순간에 이 세상은 더 좋아질 거라고, 적어도 나빠지지는 않을 거라고 제일 든든한 보험을 드는 거야. 하지만 물론 내가 좋은 일을 해도 다른 사람들의 백 가지 나쁜 짓 때문에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있어.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격언을 따르지. 그러니까 낙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어느 시점이 되면 여행도 실망스러워진다. 행복, 목적, 만족, 우정, 아름다움, 사랑과 같이 인생의 좋은 것들은 내내 그 자리에 있다. 우리는 그것들을 얻기 위해 특별히 뭔가를 해야 할 필요가 없다. 좋은 음식, 친구, 예술, 따뜻함, 가치와 같은 것들을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으니, 그저 그렇게 살기로 결심하기만 하면 된다.
분명 지금까지 배운 것들 중에서 가장 쉬운 것인데도, 나는 아직 거기에 닿지 못했다. 때로는쉬운 일들도 정작 하려고 하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오랫동안 삶의 의미는 전력을 다해 싸우는 데 있으며 편안한 삶은 책임을 피하는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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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노인과 바다 (한글) 더클래식 세계문학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수정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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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노인과 바다 (한글) 더클래식 세계문학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수정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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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물고기는 내 평생 듣도 보도 못했단 말이야. 그렇지만 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 수가 없구나. 이럴 땐 인간이별을 죽일 필요가 없는 게 얼마나 다행이야."
노인은 생각했다. 날마다 사람이 달을 죽여야 한다면, 아마 달은 달아나 버리겠지. 또 날마다 해를 죽여야 한다.
면, 그건 얼마나 큰 사건이 될지 모르는 것이고, 그러니 인간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이가. P33

"인간은 패배하는 존재로 만들어진 게 아니야."
노인은 말했다.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하지는 않지."
물고기를 죽인 것이 좀 후회스럽군, 노인은 생각했다. 이제부터는 더 큰 시련이 닥쳐올 텐데, 나에게는 작살마저없으니. 마코상어는 대부분 잔인하고 힘이 세며 영리해. 하지만 내가 그 상어보다는 더 영리했어. 아, 내가 더 영리한 것이 아니라 다만 저들보다 무장이 잘되어 있었던 것뿐이라면 큰일이군.
"쓸데없는 생각일랑 말라고, 늙은이."
노인은 스스로를 꾸짖었다.
"상어가 나타나면 그때 상대할 일이지, 벌써부터 걱정은 왜 하고 있담." P45

희망 없이 산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심지어 그것은 죄다. 지금은 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마라. 지금은 죄 말고도 얼마든지 생각해야 할 문제가 많다. 또한 죄가 뭔지도 잘 모르겠다.
나는 죄가 뭔지 잘 모르겠고 또 그런 게 있다고 믿고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아. 그렇더라도 아마 그 고기를 죽인것은 죄가 될 거야. 내가 살기 위해서, 또 여러 사람에게 먹이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 할지라도 그것은 죄야. 하지만그렇다면 무엇이든 죄가 아닌 게 없을 테지. 아무튼 지금은 죄를 생각하지 말자.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너무 늦었어. 그리고 돈을 받고 죄에 대해 생각해 주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이나 죄에 대해 실컷 생각하라지. 물고기가 물고기로 태어난 것처럼 나는 어부가 되려고 태어난 거야. 성 베드로도 디마지오의 아버지도 한때어부였어.
노인은 자신과 관련한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노인에게는 읽을 책도, 라디오도 없었기 때문에 자연히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중에 하나는 죄였다.
너는 다만 살기 위해서라든지 팔기 위해서 물고기를 죽인 것은 아니다. 긍지를 위해서, 또 어부이기 때문에 물고기를 죽인 것이다. 너는 물고기가 살아 있을 때도 사랑했고, 죽은 뒤에도 역시 사랑했다. 만약 진정 고기를 사랑한다면 죽이는 것는 죄가 아니야. 아니, 오히려 죄보다 더한 것이 되는 걸까?
"늙은이, 자네는 생각이 너무 많군."
노인은 소리 내어 말했다.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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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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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십대 소녀들의 감성과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세븐틴인데, 고독의 재발견이라니까 무슨 학술잡지의 공맹사상 특집 같은 소리처럼 들리네요?"
수석기자이자 편집부의 청일점인 정수가 말했다.
"그건 네가 몰라서 하는 소리야. 디지털 기기가 발달하면서 다들 소통이니 연결이니, 이런 말들 이 최고의 가치를 지닌 것 같지만 오히려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편집장님이라면 또 모를까, 요즘 애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인데 과연 피로감을 느낄까요?"
"그래도 유부남보다는 내 감각이 좀더 젊지 않을까? 내 말은 이런 뜻이야. 휴대폰이나 대형 마트나 DMB 따위를 없앤다면 뭐가 남을 것 같아?"
윤경의 목소리가 달라졌다는 걸 눈치챘는지, 기자들은 다들 대답이 없었다.
- ‘"책 같은 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야. 원래 그 자리는 고독의 자리였 어. 혼자 존재하는 자리. 불과 이십여 년 전만 해도 고독은 흔했지만, 지금은 디지털 기기에 밀려일상에서 고독이 사라지면서 고독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어. 21세기에 우리에게 허용된 고독의공간이란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 루트, 혹은 코타키나발루 고급 리조트의 모래사장 같은 곳이지. 관광산업이 정교하게 관리하는 이 고독을 경험하려면 몇 달 월급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이야. 시간이 지날수록 고독의 가치는 점점 더 커질 거야." P72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겠지만, 요즘 세상에는 값싸게 즐길 수 있는 고독이란 게 없어. 돈을 지불하지 않은 고독은 사회 부적응의 표시일 뿐이지. 심지어는 범죄의 징후이기도 하고, 예를 들어선생들은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서 지내는 학생에게서 자살이나 학교 폭력의 가능성을 읽고, 이웃들은 친구나 가족의 왕래가 없이 살아가는 1인 가구의 세대주가 잠재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가 아닌지 늘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만 하잖아. 우리 시대의 고독이란 부유한 자들만이누릴 수 있는 럭셔리한 여유가 된 거야. 고독의 재발견이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자는 거지. 고독이란 단어에 어울리는 요가나 명상 같은 프로그램이나 오가닉 상품들이 뭐가 있는지 한번 알아봐."
윤경이 말하는 동안에도 기자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고독을 다시 발견하기 위해서 그들은 지금 당장 인터넷을 검색할 기세였다. 하긴…… 회의를 끝내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면서윤경은 생각했다. 자신이 고립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하는 이런 사회에서스마트폰이란 얼마나 요긴한 도구인가. 스마트폰 덕분에 우리는 고립에서 벗어나 24시간 누구에게든 연결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들고 검지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몇 센티미터만 움직여도 놀라운 신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지금 누가 어느 맛집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지, 막 무슨 소설을 읽었으며 별점은 몇 개인지, 여행지에서 자신이 맞닥뜨린 놀라운 풍경은 무엇이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그 신세계에 고독을 위한 자리는 없다. 홍합돌솥밥 따위를 찍어서 친구들을 위해 트위터에 올릴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말하는 셈이다. 나는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들과 나는 이 사진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므로 나는 무해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친구입니다. 친분으로 연결되는 이 세계는, 그러므로 투명하다. 각자는 ‘우리’로 연결된다. ‘우리‘는 기억도 공유하며, 판단도 함께 내린다. ‘우리‘는고립되지 않는다. ‘우리‘는 절대로 자살하지도 않는다. P73

"나는 인생의 불행이 외로움을 타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불행은 불량한 십대들처럼 언제나 여럿이 몰려다니죠. 1987년 6월 이후,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노동환경이 크게 개선됐지요. 그건 어머니에게 좋은 일이어야만 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중국과 베트남에 비해서 부산의 인건비는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OEM 방식으로 신발을 만들던 공장들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어머니의 공장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머니는 폐쇄된 공장 문 앞에서 부당 해고와 임금 체납에맞서 투쟁했지요. 노동부로, 노무법인으로, 복지공단으로…… 운동 가요도 부르고 전경들과 대치도 하고 사지를 붙들려가며 눈물도 흘렸지요. 그러던 어느 밤, 어머니는 남동생에게 가슴이 아프다고, 가슴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그러곤 내가 보고 싶다고 말한 뒤 돌아가셨어요. 그런 날에도 나는 불평과 비관과 읍소의 문장들만 담긴 국제우편을 쓰고 있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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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리 아픈이야기만 쏙쏙 골라 써 놓으셨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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