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분명 회피형 인간의 기질이 있다. 곤란한 상황에서는 도망치기라는 옵션이 뜨고, 메시지 답장은 오래 걸리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 욕망 또한 갖고 있다. 그러나 내가 자각하고 있는 사실은, 무언가를 병적으로 회피하려는 인간은 사실 자기 자신으로부터 가장 도망치고 싶어 한다는 것. - P78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려던 인간이 결국 도망치려는 마음으로부터도 도망치는 소설을 썼다. (지상의 밤/임경선 작가의 말) - P78

내가 묻은 것이 함부로 다뤄질 때에 나는 내 손발이 다치는 것처럼 실제로 아파한다.

(중략)

나는 이런 자해성 흡연이나, 자해성 음주, 그리고 자해성 약물 남용을 주로 하는데 그것의 원인이 되는 것들이 저들끼리의 세상에서 안락하고 평온하게 있는 것을 몹시 견딜 수 없어 한다. 같은 환경에서 나만 시달리는 것은 거부한다. 세상 도처에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중에는 무심하고 인간 사정을 모르는 이들도 많다. 그들이 ‘의도치 않게’ —물론 이 말은 신뢰할 수 없다.— 행하는 행위들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정당하지 못한 감정의 기울기가 싫다. - P90

부모님이 살아 계셨다면 느끼지 않았을 서러움들이 그리움의 크기일까요? 그렇다면 저는 서러워서 그리워요. (안뜰에 봄/정지우)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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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한 고양이
최은영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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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그런 동물이다. 아니, 그럴 수 있는 동물이다. 배신할 수 있는 동물. 자신의 배신이 온전히 약한 생명에게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 있는 동물. (임보일기/최은영) - P9

떠나온 사람보다 떠나보낸 사람이 멀리 간 존재를 더 많이 생각한다는 것을 알았다. P93

오늘 새벽, 제이의 문자는 멀리 있는 내가 몹시 그립다고 했다. 정말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그래서 거짓말 같았다. 가까이 있을 때보다 멀리 있으니 그립다는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P94

마당 한 귀퉁이에 샛노란 수선화가 피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니 오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노란빛이다. 봄은 그렇게 갑자기 나타난다. P99


언제 올 거냐고, 남편이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제 나를 놓아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당신의 일상을 안온하게 유지시켜줄 누군가 필요한 것이므로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게 또 무슨 말이냐고 하겠지. 제발 예민 좀 떨지 말라고 하겠지, 제발 꼬치꼬치 따지지 말라고 하겠지. 그냥 넘어가면 안 되냐고 하겠지. 그 말이 나를 더욱 숨 막히게 한다는 걸 당신은 나와 10년 아니 20년을 살아도 모를 거라고, 그래서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하지 않았다. 같은 말의 반복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p100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삶은 그다지 무겁지도 슬프지도 불행하지도 않을지도 모른다. 얼마든지, 얼마든지. P105


(식초 한 병/김선영)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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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김하나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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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사랑함은 시절과 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일이다 - P14

사람만 보는 개의 슬픔도, 개를 잃은 사람의 슬픔도 있다. 모두 사랑의 일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는 슬퍼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지 않고 슬프지 않기보다는 슬픔까지 껴안고 사랑하기를 택한다. 동물을 사랑함은 슬픔까지 포함하는 일이다. 그리고 사랑은 언제나 슬픔보다 크다. 사랑은 상대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이다. 우리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동안 그들이 없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들을 느낀다. 사랑하는 이의 상상력은 고통 또한 지나치지 못하리라. 한 마리의 개나 고양이를 진실로 사랑해본 사람은 한겨울 추위 속에 묶인 수많은 생명의 고통 또한 생생하게 느낄 것이다. 사람으로서의 미안함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 『자기 앞의 생』의 마지막 문장으로 이 글을 끝내고 싶다.  


사랑해야만 한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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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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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그냥 그렇게 그때그때의 흐름대로 흘러갈지니 잔물결이라도 만들어 흐르게 만드는게 최선이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문자는 억양을 전달할 수 없어서 위험하고
전화는 표정을 보여 줄 수 없어서 위험하고
만나서 하는 건 그 모든 걸 숨길 수 없어서 위험하다면
 
어떤 오해나 불필요한 마찰 없이
타인에게
나의 민감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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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30

그렇지만
뭔가 좋다는 표현을
너무 격하게 하는 사람은
조금 경계하게 된다.
 
뭐든 싫어하는 마음도
그만큼 클 것 같아서.

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저> 저

[YES24 eBook]

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41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예의를 좀 갖추세요.
나는 그게 당신의 가장 프로답지 못한 면이라고 생각해요."

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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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61

석원아. 너처럼 집에만 있고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제일 손해 보는 게 뭔지 알아? 외로운 거? 그런 건 괜찮아. 사람들하고 꼭 어울리지 않아도 혼자서도 나름대로 살 수 있으니까. 근데 있지,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면 더 나은 삶을 위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어. 그게 문제야.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정보가 세상엔 너무 많거든.
 
그 말은 맞았다. 나는 거의 온종일 인터넷을 하지만 내가 가는 곳은 언제나 판에 박은 듯 일정하다.

(중략)

그러니 온라인이란 드넓은 바다에서 나는 그 얼마나 작은 세계밖엔 경험하지 못하며 살고 있는 것인지. - P77

석원아. 사람을 만나야 기회도 정보도 얻을 수 있어. 그러니까 나와. 무조건. 나와서 어울려.
싫어도 해.
 

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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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78

사랑이란
둘이 비슷하게 시작할 수는 있어도
동시에 끝낼 수는 없는 법.
그게 이 행위의 문제라면 가장 큰 문제다.

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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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114

단풍이란
가을에 나뭇잎이 새로운 색을 입는 것이 아니라
광합성을 위해 그동안 지녔던 엽록소를 털어 내고
비로소 자기 본래의 색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한다.
 
세상 눈치 보지 않고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얼마나 귀하고 또 어려운 일인 것일까.

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저> 저

[YES24 eBook]

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135

타인으로부터 받는 이 모든 것은 유한하므로,
언제고 관계가 끝나면 그 모든 것도 함께 소멸할 것이기에.
 

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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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169

언제나 똑같다. 내가 누굴 자꾸 생각하게 되면 피해 갈 수 없는 두려움은, 지금 느끼는 이 모든 순간의 소멸이다. 이, 오로지 타인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온도와 안정감은 아주 일시적일 뿐일 거라는 것. 그래서 그 사실을 잠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처럼 자꾸 되뇌게 된다는 것.

(…)

그리하여 언젠간 이 순간도 더 이상 신선하지 않고 시들해질 게 뻔했기에…… 그러면 또다시 터덜터덜 서로에게로 왔던 길을 되돌아 각자의 지점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기에…… 나는 그 모든 게 여전히 두렵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리하여 언젠가 이 지극했던 마음이 엷어지고…… 서로에게 등을 기대는 일도 줄어들고 서로의 존재가 점점 더 익숙해지고…… 그래서 소중한 줄 모르게 되고…… 그러다 마음이 점차 무뎌지다 소멸하고…… 끝내는 새로운 존재가 눈에 들어오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갈구하게 되는 이런 일들. 이제 나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데. 그만하고 싶은데.



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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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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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171

누군가 자신의 행동을 바꿀 정도로
당신을 배려했다면
그 사람은 배려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센스도 상당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눈치가 선행되지 않는 배려란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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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192

늘 많은 말을
주고받는 사이라도
 
진짜 대화가 필요한
순간은 얼마든지 온다.

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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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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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게, 내게 전부일 수 있는 무언가가 주어지길 오랫동안 바라왔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실은 오늘 이승엽의 은퇴 기사가 나기 몇 달 전 나 또한 23년간 해오던 일을 완전히 그만두었는데, 둘의 그 어마어마한 유명세의 차이만큼이나 그와 나의 마지막 역시 달랐다. 한 사람은 자기 인생의 전부였던 일을 아쉽게 그만두는 것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평생을 해왔으면서도 끝내 그 일을 받아들이지 못해 씁쓸한 마감을 결행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 <이석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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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될 때가 있다. 바로 그럴 때, 정말로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타인에게 어떤 피해도 준 적이 없다고 믿는 그런 류의 확신은 얼마나 위험하던가.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 <이석원> 저

[YES24 eBook]

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66

상대로 하여금 미안하다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만드는 사람은 피해자가 아니라 차라리 가해자에 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 <이석원> 저

[YES24 eBook]

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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