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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평점 :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 있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자 했으나 접고 소설가로 대박나는. 돈키호테도 그 일환인지는 모르겠네. 뭔가 플랫 하기고 하고 뭔가 도덕책 느낌도 있지만 흡입력이 정말 대단한 소설이다. 생판 남이지만 가족보다 끈끈한 사람들로 소설의 흡입력을 극대화 하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신 듯. 그런데 편의점, 비디오 점 도 좋지만 이제 <파우스터> 같은 책도 다시 써주시길.
회사를 때려치우고 엄마 집에 내려온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내려와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전히 한 주를 보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서른 살 인생 동안 이만한 쉼표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면 제구실하며 살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제구실하며 살려다 보니 어느새 망가져버렸고, 제구실 따위 못 하게 됐다. 스스로 멈춰버린 일주일. 그 시간은 쉼표가 아니라 마침표였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바쁘게 돌아갔다. 마치 길가의 쓸모없는 돌멩이가 된 기분이었다. 이 기분을 엄마에게 털어놓자 엄마는 숨도 쉬지 않고 말했다.
"돌멩이가 많이도 먹네.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YES24 eBook]
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10
부주의가 부른 불운이 쌓이고 쌓여 불행이 되었다는 것이다. 쉼 없이 달려온 삶의 커리어가 한 방에 무너지고 나서야 내 것이 아닌 것에 최선을 다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도 내 것이 아니었고 내가 이룬 성과도 내 것이 아니었다. 경주마처럼 달리기만 했지 내 몫을 챙기는 데 부주의했고, 영악하게, 때론 고약하게 굴면서라도 나를 지켰어야 했다.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YES24 eBook]
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12
사람 성격 안 바뀐다고. 하지만 성품은 만들 수 있다고. 성격을 다스려 성품을 만들면 된다고.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YES24 eBook]
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19
성민은 충만한 경제관념에 비해 부실한 염치를 지닌 듯했다.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YES24 eBook]
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60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호의를 베푼다고 하는데, 호의를 베푸는 과정이 너무도 호의가 아닌 사람들. 즉, 호의의 가격보다 호의 제공에 따른 자가 비용이 더 비싸 다시는 그 호의를 받고 싶지 않게 만드는 사람들. 그래서 거절하면 이들의 대답 역시 대동소이하다. ‘내가 그렇게 베풀었는데’거나 ‘난 할 만큼 했다’거나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YES24 eBook]
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87
한 교수 같은 사람이 이 사회의 지식인으로 인정받으면 안 된다고, 그래서 그걸 깨기 위해 나섰다고. 지식인은 많이 배운 사람이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고, 세상을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YES24 eBook]
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137
독재정권이 사라지고 새 세상이 온 줄 알았는데, 여전히 힘 있는 놈들이 다 해 먹고 있더구나. 정말 다시 감옥에 가더라도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정치꾼, 입맛대로 법을 휘두르는 법관, 지들 배만 채우는 재벌, 그리고 부패한 고위공무원 나부랭이 다 무찌르고 싶었다구."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YES24 eBook]
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238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감옥에서도 꿈을 꾼 자의 영혼을 위해 건배하는 일이었다.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YES24 eBook]
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296
그 옛날 내가 가장 힘들고 지쳤을 때 죽지 못해 살았던 거기에 가야 할까?"
여전히 침묵.
"형님이 없었으면 살기 힘들었을 거요. 그때 같이 막걸리 받아주지 않았으면."
문득 봉안함이 하얀 막걸리 병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아이들. 라만차 클럽의 아미고가 없었으면 역시 살 기운을 못 냈겠지. 형님도 알잖아요. 우리 모두 외로웠다는 거. 아미고도, 돈키호테도, 머물 곳이 그 작고 남루한 비디오 가게뿐이었어. 그래서 모였지 거기. 다들 외로웠으니까."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YES24 eBook]
http://www.yes24.com/24/goods/4629248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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