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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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긴긴밤의 날들이 이책으로 인해 하루라도 줄어들길… 너무 인생이라 눈물이 줄줄.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어린이만 읽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준책.

절벽을 오르다가 수백 번은 미끄러졌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한 순간 잠시 딴생각을 하다 발을 헛디뎌 처음 시작한 곳으로 굴러떨어졌고, 다시 오르다가 중간에 힘이 빠져 굴러떨어지기도 했다. 여기저기 멍이 들고 상처가 생겼지만 밤은 길지 않았다. 나는 오르고 떨어지고 오르고 떨어지고를 반복하며 셀 수도 없이 많은 시도 끝에 절벽 꼭대기에 올라설 수 있었다.

꼭대기를 짚고 올라선 순간, 나는 눈앞에 펼쳐진 끝없는 파란 지평선을, 찝찌름한 냄새를 풍기는 차가운 바람을 맞이했다. 온 세상이 파란색이었다.


나는 절벽 위에서 한참 동안 파란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바다는 너무나 거대했지만, 우리는 너무나 작았다. 바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지만, 우리는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나간 노든의 아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 죽지 않은 연인을 뒤로하고 알을 데리고 도망쳐 나오던 치쿠의 심정을, 그리고 치쿠와 눈을 마주쳤던 윔보의 마음을, 혼자 탈출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던 앙가부의 마음을, 코끼리들과 작별을 결심하던 노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축축한 모래를 밟으며 나는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내 앞의 바다는 수도 없이 부서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저 바닷물 속으로 곧 들어갈 것을,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을,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 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 다시 노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내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 노든은 나를 알아보고 내게 다가와 줄 것이다. 코뿔소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다른 펭귄들은 무서워서 도망가겠지만, 나는 노든을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코와 부리를 맞대고 다시 인사할 것이다.


긴긴밤 | <루리 글>,<그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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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 포기하지 않으면 만나는 것들
김호연 지음 / 푸른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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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터>로 먼저 만났던 작가님의 데뷔작은 <망원동 브라더스> 이며 기다렸던 신작은 <불편한 편의점>인 것에 대한 의아함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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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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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 있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자 했으나 접고 소설가로 대박나는. 돈키호테도 그 일환인지는 모르겠네. 뭔가 플랫 하기고 하고 뭔가 도덕책 느낌도 있지만 흡입력이 정말 대단한 소설이다. 생판 남이지만 가족보다 끈끈한 사람들로 소설의 흡입력을 극대화 하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신 듯. 그런데 편의점, 비디오 점 도 좋지만 이제 <파우스터> 같은 책도 다시 써주시길.

회사를 때려치우고 엄마 집에 내려온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내려와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전히 한 주를 보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서른 살 인생 동안 이만한 쉼표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면 제구실하며 살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제구실하며 살려다 보니 어느새 망가져버렸고, 제구실 따위 못 하게 됐다. 스스로 멈춰버린 일주일. 그 시간은 쉼표가 아니라 마침표였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바쁘게 돌아갔다. 마치 길가의 쓸모없는 돌멩이가 된 기분이었다. 이 기분을 엄마에게 털어놓자 엄마는 숨도 쉬지 않고 말했다.

"돌멩이가 많이도 먹네.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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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주의가 부른 불운이 쌓이고 쌓여 불행이 되었다는 것이다. 쉼 없이 달려온 삶의 커리어가 한 방에 무너지고 나서야 내 것이 아닌 것에 최선을 다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도 내 것이 아니었고 내가 이룬 성과도 내 것이 아니었다. 경주마처럼 달리기만 했지 내 몫을 챙기는 데 부주의했고, 영악하게, 때론 고약하게 굴면서라도 나를 지켰어야 했다.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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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성격 안 바뀐다고. 하지만 성품은 만들 수 있다고. 성격을 다스려 성품을 만들면 된다고.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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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은 충만한 경제관념에 비해 부실한 염치를 지닌 듯했다.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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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호의를 베푼다고 하는데, 호의를 베푸는 과정이 너무도 호의가 아닌 사람들. 즉, 호의의 가격보다 호의 제공에 따른 자가 비용이 더 비싸 다시는 그 호의를 받고 싶지 않게 만드는 사람들. 그래서 거절하면 이들의 대답 역시 대동소이하다. ‘내가 그렇게 베풀었는데’거나 ‘난 할 만큼 했다’거나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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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수 같은 사람이 이 사회의 지식인으로 인정받으면 안 된다고, 그래서 그걸 깨기 위해 나섰다고. 지식인은 많이 배운 사람이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고, 세상을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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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이 사라지고 새 세상이 온 줄 알았는데, 여전히 힘 있는 놈들이 다 해 먹고 있더구나. 정말 다시 감옥에 가더라도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정치꾼, 입맛대로 법을 휘두르는 법관, 지들 배만 채우는 재벌, 그리고 부패한 고위공무원 나부랭이 다 무찌르고 싶었다구."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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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감옥에서도 꿈을 꾼 자의 영혼을 위해 건배하는 일이었다.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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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내가 가장 힘들고 지쳤을 때 죽지 못해 살았던 거기에 가야 할까?"

여전히 침묵.

"형님이 없었으면 살기 힘들었을 거요. 그때 같이 막걸리 받아주지 않았으면."

문득 봉안함이 하얀 막걸리 병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아이들. 라만차 클럽의 아미고가 없었으면 역시 살 기운을 못 냈겠지. 형님도 알잖아요. 우리 모두 외로웠다는 거. 아미고도, 돈키호테도, 머물 곳이 그 작고 남루한 비디오 가게뿐이었어. 그래서 모였지 거기. 다들 외로웠으니까."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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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없는 뱀이야 저놈은. 위험하진 않지만 가까이 둬서 좋을 건 하등 없지.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혼모노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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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싯다르타 - 세계문학전집 173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3
헤르만 헤세 지음, 권혁준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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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거짓이었고, 모든 것이 악취를, 거짓의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의미와 행복, 아름다움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고 있었고,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실은 부패해 있었다. 세상은 쓴맛이었다. 삶은 고통이었다.

"싯다르타"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26

대체 왜 학식을 갖춘 저 많은 이들, 저 많은 브라만들, 엄격하고 존경할 만한 저 많은 사문들, 저 많은 구도자들, 저 많은 열성적인 자들과 저 많은 성스러운 자들 중에서 그 누구도 길 중의 길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건가?"

"싯다르타"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32

사랑이란 애원해서 얻을 수도, 돈으로 살 수도, 선물로 받을 수도, 길거리에서 발견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강탈할 수는 없답니다. 당신은 잘못된 길을 생각해낸 거예요.

"싯다르타"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72

사랑에서는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했고 또 바닥 없는 심연으로 뛰어들듯 맹목적으로 쾌락에 뛰어드는 그에게, 카말라는 누구든지 쾌락을 주지 않고 받기만 할 수는 없다는 것, 모든 몸짓, 모든 애무, 모든 접촉, 모든 시선, 모든 신체 부위는 고유한 비밀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깨울 줄 아는 자에게 행복을 선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기초부터 가르쳐주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의 향연을 끝낸 후 서로에게 경탄을 이끌어내지 않은 상태로, 똑같이 정복당하고 정복했다는 감정을 갖지 못한 상태로, 그래서 둘 중 어느 한쪽이라도 질렸다거나 허전하다는 마음이 남고 성적으로 상대를 학대했거나 상대에게 학대당했다는 느낌이 드는 상태로 헤어져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싯다르타"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84

한번은 싯다르타가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은 나와 닮았어요. 당신에게는 대부분의 사람과는 다른 점이 있지요. 당신은 다른 누구도 아닌 카말라예요. 당신 안에는 당신이 어느 때고 들어가 편히 쉴 수 있는 고요한 은신처가 있어요, 내가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모든 사람이 그 은신처를 가질 수 있지만 실제로 가진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아요."

"모든 사람이 다 영리하지는 않아요." 카말라가 말했다.

"아니요." 싯다르타가 말했다. "영리함의 문제가 아니에요. 카마스바미는 나만큼이나 영리하지만, 마음속에 은신처는 갖고 있지 않아요. 그런데 이해력이 어린아이 수준밖에 안 되는데도 은신처를 가진 사람도 있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떨어지는 나뭇잎 같은 존재예요, 카말라. 바람에 나부껴 공중에서 흩날리다가 나풀거리며 땅에 떨어지지요. 그러나 드물긴 해도 어떤 사람들은 하늘에 떠 있는 별과 같아요. 확고한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어떤 바람도 그들에게 이르지 못하며, 자신의 내면에 독자적인 법칙과 궤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지요. 내가 아는 모든 학자와 사문을 통틀어 그런 완전한 사람이 단 한 분 있었는데, 그 사람을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분은 바로 세존 고타마, 가르침을 베푸는 분이셨지요. 수천 명의 제자들이 매일같이 그분의 가르침을 듣고, 매 순간 그분의 계율을 따르고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모두 떨어지는 나뭇잎에 불과한 존재며, 자기 내면에 가르침과 법칙을 갖고 있지 않아요."

"싯다르타"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9091

한번은 싯다르타가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은 나와 닮았어요. 당신에게는 대부분의 사람과는 다른 점이 있지요. 당신은 다른 누구도 아닌 카말라예요. 당신 안에는 당신이 어느 때고 들어가 편히 쉴 수 있는 고요한 은신처가 있어요, 내가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모든 사람이 그 은신처를 가질 수 있지만 실제로 가진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아요."

"모든 사람이 다 영리하지는 않아요." 카말라가 말했다.

"아니요." 싯다르타가 말했다. "영리함의 문제가 아니에요. 카마스바미는 나만큼이나 영리하지만, 마음속에 은신처는 갖고 있지 않아요. 그런데 이해력이 어린아이 수준밖에 안 되는데도 은신처를 가진 사람도 있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떨어지는 나뭇잎 같은 존재예요, 카말라. 바람에 나부껴 공중에서 흩날리다가 나풀거리며 땅에 떨어지지요. 그러나 드물긴 해도 어떤 사람들은 하늘에 떠 있는 별과 같아요. 확고한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어떤 바람도 그들에게 이르지 못하며, 자신의 내면에 독자적인 법칙과 궤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지요. 내가 아는 모든 학자와 사문을 통틀어 그런 완전한 사람이 단 한 분 있었는데, 그 사람을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분은 바로 세존 고타마, 가르침을 베푸는 분이셨지요. 수천 명의 제자들이 매일같이 그분의 가르침을 듣고, 매 순간 그분의 계율을 따르고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모두 떨어지는 나뭇잎에 불과한 존재며, 자기 내면에 가르침과 법칙을 갖고 있지 않아요."

"싯다르타"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92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르고 끊임없이 흘러가지만 언제나 그곳에 존재하며 매 순간 같은 강물이면서도 새로운 강물이라는 것이다

"싯다르타"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18

당신이 어린 아들을 사랑하고, 그 아이만은 그런 번뇌와 고통, 환멸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해서 그게 가능할까요? 아들을 위해 열 번 죽는다 해도 당신은 그 아이의 운명을 털끝만큼도 덜어줄 수 없을 겁니다."

"싯다르타"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39

내가 찾은 사상 가운데 하나는 바로 지혜란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야. 지혜란 현자가 아무리 그것을 전하려 해도 언제나 어리석은 소리로 들리기 마련이거든.

"싯다르타"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61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이상 말하고 싶지 않네. 말이라는 것은 오히려 신비로운 의미를 퇴색시켜서, 말로 표현하다보면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지고 조금씩 왜곡되며 조금씩 어리석어지거든—그래, 하지만 그것도 아주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고 내 마음에 들기도 해. 어떤 사람에게는 보배이고 지혜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항상 어리석은 소리로 들린다는 사실에도 나는 흔쾌히 동의한다네

"싯다르타"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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