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자책] 아라의 소설
정세랑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엽편 소설집으로 정의된 소설집은 처음 접했네
작가의 엽편소설에 대한 말
“긴 분량의 소설들보다 직설적인 면이 두드러져, 다정한 이야기들은 더 다정하고 신랄한 이야기들은 더 신랄합니다. 부드러운 진입로가 필요 없는 분량이어서 그렇겠지요. 그 완충 없음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지나는 더 이상 밤거리가 두렵지 않은 것이 한시적인 착각임을 알고 있다. 그 착각이 어른이 되어서도 차 안에 있어서도 아니고 두 사람이어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그래도 좋았다. 동네 친구라니, 역시 기적 같다고 생각했다.
"아라의 소설"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22
최악을 상상하고 쓴 이야기가 현실을 닮아버리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아라의 소설"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54
우리 괜찮게 살다가 좋은 부고가 되자,
그렇게 말하곤 웃었지요
당신이 견디면서 삼키는 것들을
내가 대신 헤아리다 버릴 수 있다면,
유독하고도 흡족할 거예요
"아라의 소설"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86
그리고 인간의 눈썹이 얼마나 이상한지에 대해 늘 쓰고 싶었기 때문에 쓴 이야기이기도 하다. 평소에 눈썹에 대해 무척 이질감을 느끼곤 했다. 눈썹의 기능만 생각한다면 그냥 눈 위까지 이마가 전부 털인 게 훨씬 효율적이지 않나? 동물은 보통 눈썹이 없고 다 털인데 인간은 기이하게도 이마를 굳이 비우는 쪽으로 진화했다. 왜 〈모나리자〉가 눈썹이 없는지 알 것 같다. 다빈치도 눈썹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물론 의사 소통의 원활함을 위해 이렇게 된 것이겠지만, 그래도 중간에 털이 끊겨 있다는 점이 너무 이상하다. 떠올리지 않고 있다가도 또 가끔 보면 으악, 이상하다, 싶어서 ‘꼭 이야기로 써야지’ 마음먹었었다. 외계인도 분명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우리가 우리를 우리 바깥에서 볼 수 있다면 어떨지에 관심이 있다. 이 소설을 읽고 거울 속의 눈썹이 가끔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토로해오신 독자분들이 계셨다
"아라의 소설"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26
"내가 태어나지 않은 당신들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절망과 비관은 어긋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희망과 낙관이 어그러지는 만큼이나 공평한 확률로요. 미래는 가장 치밀한 계획과 그럴듯한 예상으로부터 우스꽝스러울 만큼 먼 형상을 하고 있을 거예요."
"아라의 소설"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35
변하지 않는 세계, 나눠주지 않는 세계, 가혹한 방향으로 나빠지기만 하는 세계에서 노화는 가속화된다
"아라의 소설"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44
매년 진저리나게 후진적인 사건들이 일어났고 정말로 개선시킬 수 있는 사람들은 그럴 의지가 없어 보였다.
"아라의 소설"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44
좋아하는 마음으로, 좋아해서 조바심 나는 마음으로 기다렸었다. 그게 현정의 일이었다. 기다리는 것. 다음 책을, 다다음 책을. 새로운 작가를 만나기 위해 모험하고 실패도 하면서.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매년 몇 권이나 더 읽을 수 있을까 계산해가며. 조지 R. R. 마틴이 독서가는 죽기 전에 천 번의 삶을 사는 거라고 말했는데 새삼 큰 위로가 되었다. 오늘 죽는다 해도 나는 천 번을 살았어,
"아라의 소설"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57
긴 분량의 소설들보다 직설적인 면이 두드러져, 다정한 이야기들은 더 다정하고 신랄한 이야기들은 더 신랄합니다. 부드러운 진입로가 필요 없는 분량이어서 그렇겠지요. 그 완충 없음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아라의 소설"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