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도련님 : 나쓰메 소세키 선집 - 에디터스 컬렉션 에디터스 컬렉션 8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빈민에게 노동은 생존수단이다. 일하지 않는 빈민은 살아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 P199

‘일본 제일의 기분으로 안녕히’란 구절을 어디선가 읽은 듯한데 지금 나의 기분이 꼭 그런 느낌이었다. - P214

나는 어느 길을 통해 ‘탑’에 도착했는지, 또 어느 마을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단지 ‘탑’을 본 것만은 확실하다. ‘탑’ 그 자체의 광경은 지금도 눈앞에 생생히 떠오르지만 도착하기 바로 전이나 구경한 다음 일을 생각하려면 머릿속이 깜깜해지니 머리, 꼬리 다 잘려버리고 몸통만 온전한 꼴이다. 마치 밤하늘에 떨어지는 유성을 보듯 시작도 끝도 없이 반짝이는 빛의 순간 같다. [런던탑 중] - P225

런던탑의 역사는 보샹탑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보샹탑의 역사는 비극 그 자체다. 14세기 후반, 에드워드 3세가 즉위할 때 세워진 이 3층 탑 안의 방에 들어오는 자는 그 순간부터 천추의 한을 벽 곳곳에 새겨두고 그 원통함과 울분과 슬픔을 91조에 달하는 머리말로 남겨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의 가슴을 얼어붙게 한다. 차디찬 철심으로 벽을 깎아 자신의 운명과 업보를 새겨넣었던 사람들은 모두 과거라는 심연 속에 묻히고 허무한 글자만 남아 이제서야 속세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 세상에는 반어라는 것이 있다. 백이라고는 하나 흑을 의미할 때도 있고, 조금이라 하나 많음을 뜻할 때가 있다. 모든 반어 가운데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후세에 남겨지는 반어만큼 죽은 이들이 통탄해할 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누구는 묏자리라고 하고, 누구는 기념비라 하고, 또 누구는 휘장이라고도 하는 이 흔적들이 존재하는 한, 그것들은 과거사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흔적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죽는다. 나를 기리는 것이 남는다는 것은 죽는 나를 괴롭히는 매개물이 남는다는 의미일 뿐, 나 자신이 남는다는 의미가 될 수 없다고 잊힌 사람이 말하는 것 같다. 내가 남는 것이 아니다. 미래 세계에까지 반어들만이 전해져 이슬로 사라져간 몸이 웃음거리로 회자되고 있다. [런던탑 중] - P2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00년대부터 언론은 그러했구나 …

신문이란 것이 어디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지어내서는 싣고 있다. 이 세상에 무엇이 가장 허풍을 떠내 해도 신문처럼 허풍을 떨어대는 것은 없다. 내가 할 말을 저쪽에서 떠들어대니 기분이 나쁘다. - P15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투 쏜살 문고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리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읭? 하다가 빠져드는 러시아 소설의 원형이 여기였나봐 …

아카키 아카키에비치의 시체는 묘지로 실려 나가 매장됐다. 그리고 아카키 아카키에비치가 없어져도 페테르부르크는 여전히 그 모양 그대로였다. 마치 그런 사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이리하여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누구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으며, 누구의 흥미도 끌지 못했던, 흔해 빠진 파리조차도 핀으로 꽂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박물학자의 주의조차 끌지 못한 존재, 관청에서 온갖 비웃음을 순순히 참아내면서 이렇다 할 업적 하나 이루지 못한 채 무덤으로 간 그 존재는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져 버린 것이다. - P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흔히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고,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 둘을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행동 방식이 자기 중심적인지, 현실 중심적인지에 따른다. 다시 말하면 쾌락 원칙에 따라 행동하면 아이이고, 현실 원칙에 따라 행동하면 어른이다. 그래서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참으며 현실의 이모저모를 너무 깊게 생각하면 ‘애늙은이’라 부른다. 반면 어른이 현실은 제쳐 두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들면 ‘철이 덜 든 사람’이라 부른다. - P43

오늘 하루 어떻게 살지도 내가 결정할 수 있다.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공부를 할 수도 있고, 나 자신에게 근사한 저녁을 대접할 수도 있다. 똑같은 시간이라도 내가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당신은 당신의 인생에 누구를 허락하고, 무엇을 허락하고 싶은가. - P62

무엇보다 가장 힘든 것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체념의 미덕을 배우는 일이었다 - P66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삶이야말로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을 떠올린다.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의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 P67

데일 카네기의 말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부당한 비판은 칭찬의 다른 모습이다. 그것은 누군가 당신을 부러워하며 질투한다는 뜻이다. 죽은 개를 걷어차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 P92

어떤 감정이 생기든 엄마의 공감과 이해를 받지 못했고, 그로 인해 감정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그녀는 어떤 것이 우울함인지, 어떤 것이 불안인지, 어떤 것이 속상함인지 구분하는 법을 모르는 채 성장하게 되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불쾌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한꺼번에 일어나면 두려워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그녀가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곤 ‘짜증 난다’는 말이 전부였다. …

어떤 감정이 생기든 엄마의 공감과 이해를 받지 못했고, 그로 인해 감정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그녀는 어떤 것이 우울함인지, 어떤 것이 불안인지, 어떤 것이 속상함인지 구분하는 법을 모르는 채 성장하게 되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불쾌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한꺼번에 일어나면 두려워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그녀가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곤 ‘짜증 난다’는 말이 전부였다 - P95

영국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냉소주의자를 일러 "모든 것의 값어치(price)를 알면서 그 어떤 것의 가치(value)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여우가 포도를 가질 수 없게 되자 포도를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듯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전부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가질 수 없다면 부숴 버려라’는 태도이다. - P99

냉소가 위험한 이유는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허무주의와 무력감, 분노와 파괴력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 봐도 안 된다는 무력감은 원하는 것의 가치를 파괴해 버림으로써 더 이상 욕망하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냉소주의자는 현실로부터 한 발 떨어진 방관자가 되어 모든 것을 비웃는다. 열정이나 고뇌, 고통은 모두 비웃음의 대상일 뿐이다. 그리고 자신만이 무가치함을 이해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더 똑똑하고 세상을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 우월감에 젖는다. 세상을 발밑에 두고 내려다보면서 지배하려 드는 것이다. 하지만 냉소적인 비웃음 뒤에는 버림받을까 봐,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 울고 있는 얼굴이 숨어 있다. 또한 좌절된 욕망이 일그러진 형태로 숨어 있다. 냉소주의자는 어느 것에도 기쁨과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미 모든 것을 가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 어느 것에도 만족하거나 집중하지 못하고, 어떤 일을 꼭 해야 할 때는 마지못해 대충대충 한다. 그러면서도 ‘세상은 열중할 가치가 없는 곳이다’라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그뿐만 아니라 세상과 사람들의 약점을 정확히 꼬집어 냄으로써 주변 사람들마저 회의적으로 만든다. - P100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화가 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이다. 그런데 그 화를 참을지, 아니면 상대방에게 화를 낼지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하지만 그 선택은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은 화를 너무 억눌러서 문제가 생기고, 또 어떤 사람은 화를 심하게 내서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고대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누구든지 화를 낼 수 있다. 그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올바른 대상에게, 올바른 정도로, 올바른 시간에, 올바른 목적으로, 올바른 방식으로, 화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P105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상대방에게 혹시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중요한 결정은 화가 가라앉고 이성을 회복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도 누누이 당부한 바 있다. 화가 났을 때는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하는 일마다 잘못될 것이라고. - P109

마음속에 분노를 담아 두지 말자. 상대에게 느끼는 불만을 털어놓는 걸 두려워해선 안 된다.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흥분하지 않고, 상대를 비난하지 않으면서 불만을 잘 전달하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것을 상대에게 잘 전달했을 때 나는 또 한 번 자유로워진다.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이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더 이상 ‘아닌 것’처럼 가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P144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정상의 기준이 "약간의 히스테리, 약간의 편집증, 약간의 강박을 가진 것"이라고 했다. - P146

가까워진다는 것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가 나와 다른 사람임을 인정하고, 그의 감정과 생각과 생활 방식 모두를 존중하는 과정이다. - P162

함석헌 선생의 시처럼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이 말이다. - P164

착하게 말을 잘 들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게 가르친 부모가 있다면 그들이 틀린 것이다. 누구나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엄마 말이니까 무조건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다. - P187

시인 정일근은 <가을 억새>라는 시에서 요즘의 이별을 다음과 같이 스케치한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 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 P199

상대의 문제를 어떻게든 고쳐 보겠다고 애쓰기보다 내가 그 문제를 어떻게 감당할지를 생각하는 게 맞다. - P250

"우리는 나이가 들기 때문에 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놀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드는 것이다"라는 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P255

프랑스의 한 사회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어떠한 증오나 분노 혹은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없이 단지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 P260

우리 마음에서는 상대와 더 이상 분리되지 않고 영원히 하나가 되고 싶은 욕망, 상대가 나의 모든 투정을 받아 주기를 바라는 어린아이 같은 이기적인 마음이 끊임없이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갈등을 일으키고 상처를 주고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이 나에게 상처를 주었듯, 나도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내 상처가 너무 아파서 힘들었듯이, 그도 내가 준 상처 때문에 많이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와 다른 상대의 감정을 최대한 공감하고 배려하며 상처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임을 인정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서로에게 상처를 최소한으로 줄 수 있는 방법이다. - P2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