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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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호불호가 있겠다. 좀비 3부작 연작 소설이라고 하나, 좀비가 주인공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연작의 의미가 있나 싶다. 마지막은 특히. 그리고 누군가의 한줄평 때문에 사랑 이야기인가 하면 그것만도 아니다. 화자의 현재 시점과 과거 혹은 생각 들이 마구 이동하며 누군가의 머릿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거 같아 정신을 곤두세워 읽게 된다. 깊고 어두운 정서속에 죽음, 멸망, 사랑, 좀비, 불운, 학대 등등의 감정 및 생각을 유려하게 표현한다.뭔가 깊고도 깊은 침잠의 정서속에서 혼잣말의 뱉어내는 느낌이다. 이러한 것을 표현해낸 문장은 더할나위 없지만 어느 측면에서는 중2병 감성을 어른스럽게 표현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반 정도는 반겨 접하지는 못하지 않을까 싶다.

진솔함은 무례함이 되고, 명료함은 매정함이 되는 이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진솔함과 명료함은 리더가 되지만, 무례함과 매정함은 폭군이 된다. 평소 선명함과 희망을 주던 그의 깊게 파인 눈꺼풀도 지금은 압박과 쇳덩이처럼 느껴진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3

아주 오래 산 물건들은 생명을 얻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아주 오래 살아서 생명을 얻어가는 과정인 거야. 숨을 쉬니까. 숨을 쉰다는 건 움직인다는 거고, 움직인다는 건 소음을 발생시킨다는 거거든. 우리 아파트도 그런 걸 거야. 오래 산 물건이 숨을 얻어 생명이 된다면 살아 있는 것이 오래 멈춰 있으면 반대로 물건이 되는 걸까.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05

나는 엄마가

어서 죽기를 바라고

영원히 이곳에 머물기를 바라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인간의 양가 감정이란 … - P106

이럴 바에야. 이렇게라도. 이럴 바에야. 이렇게라도. 이럴 바에야. 이렇게라도.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06

헤어질 때를 놓쳐서는 안 돼. 놓아주어야 할 때를 알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안개 속에 갇히게 되니까. 싫더라도 우리는 잔인하도록 선명한 세상을 바라봐야 해. 눈이 시려 눈물이 날 때는 손바닥으로 눈을 잠시 감싸주면서. 알아두어야 할 건 숨처럼 시야도 온몸에 퍼져 있단다. 외면해도 느껴지는 것들이 있지. 그래서 눈물이 나는 것처럼 몸이 아릴 때가 있어. 그럴 때는 두 팔로 네 몸을 감싸줘야 해.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13

순간만이 존재하는 삶. 사소한 계획도 허용되지 않는 삶.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23

엄마는 이제 숨으로 우리랑 대화할 거야. 그러니 잘 듣고, 온몸으로 기억해 둬. 아가가 가장 가까이서 들었던, 한때 너의 숨이기도 했던 숨의 말을 잘 들어야 해. 말로 하지 않아도 그 숨에 모든 말이 새겨져 있으니까. 어렵지 않아. 집중의 문제지. 긴장할 때 숨은 빨라지고, 편안할 때 숨은 느려지고, 두려울 때 숨은 딱딱해지고, 슬플 때 숨은 축축해진단다. 화가 날 때 숨은 잘게 쪼개지고, 답답할 때 숨은 눌어붙는다. 욕망할 때 숨은 뜨거워지고 낙담할 때 숨은 미지근해진다. 사랑을 느낄 때 숨은 찬란해지고 그리움을 느낄 때 숨은 잠시 멈춘단다. 그리고 이런 숨은 코나 입으로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야. 아빠는 엄마의 손바닥과 발바닥에서, 어깨와 등에서도 숨을 느낀단다. 특히 엄마처럼 숨으로 소통하는 인간들은 더 잘 느낄 수 있어. 엄마 품에 안겨봐. 아가를 가장 온전하게 안고 있던 품. 한때 아가의 전부였던 품. 오르락내리락하는 숨의 리듬을, 아가가 영원히 기억했으면 좋겠어. 아빠는 그럴 거거든. 그럴 수 있거든.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12

한동안 그런 소문이 도는 악몽에 시달렸다. 하지만 정작 동료 중 누군가 그 모습을 봤는지 아닌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말이라는 것이, 소문이라는 것이, 조롱과 험담이라는 것이, 걱정을 뒤집어쓴 위로라는 것이 출처와 시기가 뚜렷한 채로 퍼졌던 적이 있던가. 어디에나 눈이 있다. 어디에나 입이 있다. 그 눈과 입은 주인이 없다. 마음껏 구경하고 떠들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28

‘인간이 우주보다 넓어요’

‘우주를 정의 내린 건 인간이잖아요. 저 밖에 있는 공간을 우주라고 부르자고. 저기에 우주가 있다고. 더 큰 것에 작은 것이 담기는 게 진리니까. 우주는 제 안에 인간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팽창하지만, 인간은 우주를 알고, 우주를 명명하고, 우주를 헤아리려 하잖아요. 사람들은 우주에 우리가 속해 있다고 생각하지만 반대예요. 우주가 우리 뇌에 담긴 거예요. 더 큰 쪽이 늘 작은 걸 이해해요. 더 큰 게 언제나 더 고요하고, 잠잠하고, 잘 견뎌요. 노윤이요, 엄마의 마음을 알고 있어요.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참고, 견디고 있어요. 세상이 노윤이를 이해하는 속도보다 노윤이가 세상을 훨씬 빨리 이해했으니까.’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49

… 저 문장을 덤덤하게 내뱉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렸을까
(중략)

인정. 다르게 말하자면 포기. 덜 비관적으로 말하자면 수용.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530

사람은 다급해질 때 진심을 잘 마주하거든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68

물리적 죽음보다 더한 죽음이 있다는 것을, 죽음조차 탈출구가 될 수 없는 삶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이 장르에서 느낀 주된 감정은 공포가 아니라 사무친 슬픔이었고 죽어버린 자, 살아남은 자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해피엔딩은 없는 장르였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작가의 말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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