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나는 당신의 아버지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당신을 보면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모두의 안식과 평화를 빕니다
음악소설집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 중에서 - P16
‘하나 마나 한 말’을 최대한 진심 어리게 하는 것도 어른의 화법일 텐데, 누군가의 부고와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가 가진 표현의 한계와 상투성에 어쩔 줄 몰라했다.
음악소설집 김애란 소설 중에서 - P16
나는 원래부터 태어난 것을 후회하는 염세주의자였다. 당시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몇 년째 퇴직금과 대출금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나는 삶의 기술, 그러니까 돈 버는 기술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러자 끔찍한 공포가 매일 밤 나를 찾아왔다. 태어난 것을 후회하면서도 비참하게 죽을까봐 염려하고 있었다. 이 모순된 생각 속에서 허덕이던 어느 날이었다.
음악소설집 김연수 <수면위로> 중에서 - P68
나는 행복하고 슬프지 않다. 나는 행복하지 않고 슬프다. 나는 행복하고 슬프다. 나는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다. 이 모두를 말해야지 인생에 대해 제대로 말하는 게 아닐까?
음악소설집 김연수 <수면위로> 중에서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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