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언어의 온도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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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끔은 내 언어의 총량總量에 관해 고민한다. 다언多言이 실언失言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종종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물어본다. 말 무덤에 묻어야 할 말을, 소중한 사람의 가슴에 묻으며 사는 건 아닌지….

거리에서 혹은 카페에서 "그냥…" 으로 시작하는 문장이 청아하게 들려올 때가 많다. 퇴근길에부모는 "그냥 걸었다"는 말로 자식에게 전화를 걸고 연인들은 서로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라 며 사랑을 전한다.
"그냥" 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역시 사랑의 씁쓸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 ‘너‘를 알고 싶어 시작되지만 결국 ‘나‘를알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뒷맛이 씁쓸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염치廉恥를 잃어버린 것 같다.
지하철에서 어깨를 부딪쳐 놓고 그냥 내빼는 사람이 수두룩하고 버스나 기차에서 1시간 가까이 목소리 데시벨을 최대치로 높여 통화하는 사람도 자주 보게 된다. 옆 좌석에 앉은 사람을 투명인간 취급한다고 할까. 염치가 사치가 됐다고 할까.
염치는 본디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뜻한다. 염치가 없는 사람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것이 참 많은 듯하다.

가 있다. 절정보다 더 아름다운 건 절정으로 치닫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송나라 때 시인 소옹은 이러한 이치를 멋들어지게 노래했다.
"좋은 술 마시고 은근히 취한 뒤 예쁜 꽃 보노라, 반쯤 피었을 때."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순간 우린 살아가는 동력을 얻는다. 어쩌면 계절도, 감정도, 인연이란 것도 죄다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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