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마운드에 서다 - 자이언츠 키드의 사회인 야구 도전기
정범준 지음 / 알렙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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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지루할 수 있는 책이다. 대단한 야구선수 얘기도 아니고, 치명적인 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의 드라마가 펼쳐지지도 않는다. 그저 사지 멀쩡하고 평범한 이 책의 저자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서 서른 아홉에 처음 야구를 시작하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고, 투수가 되어 마운드에 오르고, 이제는 홈런을 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자꾸 나도 모르게 눈이 가고 손이 간다. 먼저 저자가 글을 잘 쓴다는 게 큰 장점이다. 별 것 없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글맛 자체에 쏠려서 책을 놓지 않게 된다. 또 하나는.... 이게 가장 큰 것인데... 주인공의 모습 안에서 자꾸만 나를 찾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그이처럼, 야구를 하고 싶다고... 아니, 나도, 그이처럼, 무언가 새로운 걸, 밥벌이랑은 큰 상관은 없지만, 새로운 걸, 하고 싶다고... 
나이 마흔에 우리는 마운드에 오른다. 마운드... 가장 고독하고 외롭고 두려운 자리다. 나 혼자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내가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지는 자리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상상은 하지 못한 채 마운드에 매달려서 아등바등 살고 있는 거다. 저절로, 우리는 마운드에 올라 서 있는 셈이다.
저자에게 마운드는 나이 서른아홉에 처음 도전하는 무언가를 의미할 테다. 그는 다 늦은 서른아홉에 사회인 야구를 시작했고, 거기서 더 잘하고 싶어서 따로 야구 강습까지 받았다. 사사십육(네 명의 타자를 공 열여섯 개로 모두 볼넷) 사건을 시작으로 마운드에 오른 그는 어느새 안정적인 피칭을 하는 투수가 되고, 이제는 홈런을 날려 보려고 안감힘을 쓰고 있다. 
나는 그런 적이 있었나 싶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등 떠밀려 서게 된 마운드에서 이제나 떨어질까 저제나 밀려날까 걱정만 하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내가 선택한 마운드가 아닌 것이다. 
책을 읽은 뒤 나도 무언가를 하고 싶어졌다. 날아오는 공을 내 힘껏 때려보고 싶고, 내가 선택한 마운드에서 긍정적인 책임도 지고 싶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홈런을 날려보고 싶어졌다. 그래 어차피 마운드에 섰으니 잘 던지고 잘 마무리하고, 홈런도 한 방 날려야 인생아닌다. 야구도, 인생도,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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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중간중간 이런저런 야구 명언들이 있다. 그런데 읽어 보면 그게 단지 야구 명언이 아닌 거다. 내 삶에 팍팍 꽂히는 말들인 거다. 그래서인가 보다. 야구를 인생이라고 하는 이유가...

"승리하면 조금 배울 수 있다. 그러나 패배하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_크리스티 매튜슨
"소시민은 도전자를 비웃는다" - 노모 히데오
"분한 마음을 품어라. 왜 안 되는지, 왜 못하는지 억울해하고 연구를 하라" _ 김성근
"내일 경기를 위해서 투수를 아낄 필요는 없다. 내일은 비가 올지 모르니까" _ 레오 듀로처
"야구라는 종목은 경기장에서 땀 흘리는 게 아니라 경기 전에 땀을 흘리는 것이다. 야구는 힘들다. 안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해야 하니까." _ 니시오카 츠요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_ 요기 베라...

'야구'를 '인생'으로 바꾸면 벽에 걸어놔도 될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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