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p.14)


최은영의 장편소설 <밝은 밤>을 읽었다. 단편집도 좋아했는데 장편도 좋았다.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증조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 할머니와 외할머니와 같이 지낸 적이 있어서 주인공 지연이 외할머니와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낸 게 조금 이상했다.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연을 끊는다는 게 이런건가 싶고. 


지연은 이혼하고 희령이라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외할머니를 만났다. 외할머니와 친구처럼 조금씩 친해지는 게 인상적이었다. 친구네 집에 가듯 놀러가고 차를 마시고 할머니가 해주는 음식을 먹고 옛날이야기를 듣는다. 진짜 어렸을 때 들었던 옛날이야기 듣는 기분이었다. 


4대에 걸친 여성의 삶이 아팠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할 생각도 없어서 그런가. 지연의 이혼에 대해 엄마가 하는 말들은 상처로 남을 것 같다. 나는 잘 모르는 시대, 그때 살았던 삼천과 새비의 우정은 참 대단한 것 같다. 그리고 전쟁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원하지 않는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살아가야했을 외증조모와 할머니. 그들을 도와준 사람들. 한국사회의 여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엄마와 돌아가신 두 할머니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생각을 갖는다. 최은영의 소설을 계속 읽을 것 같다. 좋은 문장도 너무 많아서 밑줄을 그은 곳이 많다. 친구에게도 좋은 소설을 알려줘야겠다. 


우리는 둥글고 푸른 배를 타고 컴컴한 바다를 떠돌다 대부분 백 년도 되지 않아 떠나야 한다. 그래서 어디로 가나.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우주의 나이에 비한다면, 아니, 그보다 훨씬 짧은 지구의 나이에 비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너무도 찰나가 아닐까. 찰나에 불과한 삶이 왜 때로는 이렇게 길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참나무로, 기러기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인간이었던 걸까.(p.1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민음사에서 브랑스와즈 사강의 책이 예쁘게 나왔다. 아, 또 소장하고 싶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휴의 끝이다. 진짜 가을 같다. 날씨가 굿이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곧 추석이구나. ㅎ 연휴에는 뭘 하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남주 작가의 <82년 김지영>은 영화로도 보고 소설로도 읽었다. 나도 그 언저리 출생이라 무척 공감가는 게 많았다. 남동생과 크게 차별을 받지 않았지만 그래도 시대적 차별이라는 게 있으니까. 이번에 읽은 <우리가 쓴 것>은 단편집이다. 다른 테마소설에서 <현남 오빠에게>, <가출>, <여자아이는 자라서>는 읽었다. 이번에 새로 읽은 단편은 <매화나무 아래>, <오기>, <미스 김은 알고 있다>, <오로라의 밤>, <첫사랑>이다. <미스 김은 알고 있다>는 비슷한 제목의 드라마가 생각났고 약간 분위기도 비슷한 것 같았다. 여정 직장인의 비애라고 하면 맞을까. 아, 속상하다.


“미스 김은 정규직도 아니고 하는 일도 불분명하고 월급을 얼마나 줄지도 모르는 자리에 올 정신 나간 인간이 어디 있겠냐고 악담을 퍼부었지만 이력서는 넘치게 들어왔다. 그리고 선택받은 단 한 명의 정신 나간 인간이, 바로 나다.”(p.136)


<오기>는 작가의 실제 경험일까 한는 마음이 들었다. 페미니즘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질문과 비난, 악플이 달렸을까. 소설로는 재미있게 읽었다. 아직 미혼이고 결혼을 언제 할지 몰라서 <오로라의 밤>은 완전하게 이해하기은 어려웠다. 엄마도 지금까지 일을 하고 계시지만 완전한 워킹맘까지는 아니고. 엄마와 할머니가 여행을 가서 오로라를 보는 장면은 무척 좋았다. 나도 엄마랑 언제 그런 여행을 갈 수 있을가. 아, 우선은 코로나가 끝나야 가능하겠지.  코로나 상황을 코믹하게 담은 <첫사랑>은 웃음이 나면서도 요즘 초등학생도 참 힘들겠다 생각이 들었다. 박에 나사서 놀지도 못하고 코로나로 학습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아이들은 얼마나 이해할까. ㅠ,ㅠ 여성의 이야기를 한 권으로 풀어낸 소설집이었다. 나와 엄마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