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한강
권혁일 지음 / 오렌지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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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 대한 소설 <제2한강>

상상은 많이 해봤던 터라 다른 사람이 상상한 사후세계에 대한 모습이 어떨지 궁금한 마음으로 읽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2년 전 친구의 자살 소식을 들었던 것. 책 서두에 이런 내용이 들어있는 것을 보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가 바로 친구의 자살 소식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저자가 그런 <제2한강>의 모습은 노동이 없다는 것 정도만 빼고 거의 비슷하게 만들어져있었다. 감정도 느낄 수 있고,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밥도 먹고, 옷도 입고, 산책도 나가고, 잠도 잔다. 의식주가 해결되는 세상, 무료로 제공된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자살한 사람들로서 각자의 사연이 있다. 대표적인 주인공은 홍형록이지만 살아생전 무엇 때문에 힘들었고 어떻게 자살했는지, 제2한강에 와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 크게 5명 정도의 사람을 주체로 번갈아가며 서술되는 형태이다. 홍영록이 자살하고 제2한강에 오게 된 1일차부터 2일차, 3일차, 4일차 순으로 이어진다. 제2한강에서 눈에 띄는 룰이 있다. 바로 '다시 자살'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2한강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다시 자살'하는 방법밖에 없다. 다시 자살은 오롯이 한강에 있는 다리 5곳에서만 가능하고, 자살하기 전에 사무실에 접수를 해야 한다. 다시 자살 이후의 사후세계는 없고 영원히 소멸된다.

궁금했던 공간에 대한 소설이기 때문에 끝까지 흥미를 가지고 읽었다. 제2한강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에 대한 부분보다는 제2한강이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듯한 분량이 많은 편이다. 기본적인 감정을 누릴 수 있고, 대부분의 것들이 제공되기 때문에 노동이 없는 제2한강의 모습을 보면서, 의외로 나는 잘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동을 대처할 수 있는 또 다른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활동들을 할 수 있어 보였고, 인공지능이 우리의 노동을 대체하게 되는 미래가 현실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책만 읽고 살아도 만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후세계에 대해 많은 상상을 해왔던 터라, 현생과 비슷한 시스템인 제2한강의 모습은 다소 밍밍하다. 주인공은 홍형록이지만 오히려 류이슬의 스토리텔링이 더 깊게 다가왔고, 노동이 없는 세상을 견디기 힘들어 자발적으로 관리사무소에 들어간 오민철과장의 모습이 가장 와닿았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어 자살과 관련된 뉴스나 소식을 들으면 쉽게 공감하지 못했다. 자살 이후 제2한강이라는 새로운 장소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자살을 하기까지 어떤 심정인지 조금 더 깊게 다루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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