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 - 욕망의 세계
단요 지음 / 마카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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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책을 하루 만에 다 읽어버린 지금까지도 나는 책 제목인 인버스가 뭔지도 모른다.(뭐 아마도 주식용어겠지) 주인공 이름도 모른다. 정운채와 강민우는 아는데 왜 주인공 이름을 모를까. 이 소설의 주인공은 20살 대학생이었다. 가난한 집은 아니지만 가난 근처에 있는 가정사가 지겹고, 스무 살 여자애에게 매겨지는 돈은 기껏해야 최저시급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첫 아르바이트 월급 110만원을 주식과 해외선물에 투자한다. 이상하게도, 이해는 되지 않지만 주인공이 고수익을 내고 전망을 보는 눈이 있다. 블로그에 해외선물에 관한 정망을 분석한 글을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조언을 구하고, 보내준 기프트콘으로 한 달은 거뜬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흐름을 잘 파악한다. <인버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글이 해외선물이 올랐고 내렸고 이유를 설명하고, 주인공의 양심과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유가, 레버리지, ETN, 브렉시트... 뭔지도 모르는 용어들이 등장하고 벌고 또 잃는 과정이 계속된다. 근데 왜 재미있지? 잘 모르지만 재미있다. 거의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정도로 흡입력이 엄청나다. 이런 게 마치 주식하는 그런 느낌인 건가? 인버스의 스물세 살 주인공이 내가 그동안 선택했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경로의 삶을 선택을 하는 캐릭터였다. 글로 하여금 주인공을 하루 종일 따라다니는 여정은 신기했고 무모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결코 평상시엔 느끼지 어려웠을 감정들의 들쑥날쑥을 느꼈다.

주인공의 친구인 김민우가 제안한 것처럼, 굳이 좋지 않은 사업가 정운채에게 돈을 빌려서까지 해외선물을 했어야 했나. 수중에 있는 돈만으로도 충분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강민우와 주인공이 대화하면서 이유를 설명해 주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파인다이닝도, 람보르기니도 원하지 않으면서 위험한 줄타기를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여전하다. 또 하나 의문인 게, 주인공이 해외선물의 동향을 파악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감으로 하는 것도 있지만 세계정세를 파악하고 예감한다는 게 스물셋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어렸을 때 공부도 못했다고 하던데 이 부분에서 간극을 많이 느꼈다.

돈을 다루는 소설이다. 좋고 나쁘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픽션이지만 무섭게 현실적이다. 주식이나 해외선물 같은 건 아예 관심도 없는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이유는 그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자기성찰이 마음에 들어서였던 것 같다. 읽으면서 감정 소모가 심해 종국엔 심적으로 지칠 정도였는데, 결말이 생각과는 달라서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주인공은 자신의 능력을 알고 어느 정도 자신도 있는데, 생각지 못한 에피소드가 생겼을 때 또다시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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