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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중입니다, 이 결혼에서 - 사랑과 결혼 그리고 삶이 던지는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기록
박진서 지음 / 앵글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어느 부부의 결혼생활에 대한 에세이. 특이점이 있다면 남편은 시각장애가 있고 아내는 화병으로 인한 자율신경기능이상증상 있다. 17년간 결혼생활을 한 아내의 입장에서 그려진 내용이라, 처음 프롤로그를 읽었을 땐 마치 아내가 남편을 떠날 여지가 있었다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남편이 읽으면 기분이 어떨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부부는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을 했다고 한다. 남편은 수학강사인데 결혼 이후 망막색소변성증이 찾아와 시각장애 4급을 판정받았다. 남편은 외향적이고 씩씩한 편인데, 시각장애로 인해 경제적 역할을 못했다. 그런 와중에 학원을 개업한다면서 빚을 졌는데 업종 허가가 나지 않은 건물이라 빚까지 더해졌으며, 불임판정까지 받아 아내는 가난에 무척 힘들어했다. 이후 10년 동안 힘들게 빚을 갚고 나니 아내에게 화병으로 인한 자율신경기능이상이 찾아온다. 경제적으로, 몸적으로, 심적으로 힘든 와중에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자발적 빈곤이라 생각하며 살기로 한다. 이 결혼 생활에서 아내는 블로그를 통해, 남편은 요리를 통해 성취감을 얻으면서 나름의 안정과 행복을 찾았다.
책을 읽으면서 아내에게 닥친 모든 일들이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처음에는 남편이 이 책을 읽으면 속상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읽다 보니 아내의 입장이 와닿아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결혼 이후 찾아온 남편의 장애만 아니었다면 나름 괜찮은 결혼생활이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시각장애까지는 남편의 선택이 아니었기에 이해할 수 있겠지만, 빚으로 의미 없는 건물을 사들이고, 허가 여부도 검토하지 않고 학원을 개업하겠다며 또 빚을 졌다는 것은 정말 받아들이기 어렵다.
자식으로 얽매이지 않은 관계, 물질적인 필요를 충족해 주지 못하는 관계, 사랑의 감정마저 희미해진 관계에서 이 결혼생활을 계속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 저자는 계속해서 물었다. 저자는 그 와중에 행복을 찾고 결혼생활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필자는 일찍이 반대의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아픔을 나누면 고통이 반절이라고 하지만 필자는 아픔을 나누면 아픈 사람이 두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사람과 함께 평생을 산다는 것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할 것 같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