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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적인 연애사
오후 지음 / 허클베리북스 / 2022년 8월
평점 :
남의 연애사 읽는 게 제일 재미있다. TV 프로그램 '마녀사냥'을 재미있게 보던 터라, 이 책은 마녀사냥 책 버전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저자는 30대 중반이고, 9명의 연인이 있었다. 원나잇을 포함해서 한 달 이내의 짧은 관계가 4번 있고, 친구인데 종종 섹슈얼한 관계를 맺는 이가 2명 있다. 그리고 연애지상주의(연애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삶의 태도')이다.
가볍게 읽으려고 했는데, 프롤로그를 읽으니 저자는 조금 거창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한 사람의 연애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살펴봄으로써 우리 사회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연애에 대한 문제의식을 발견하고자 한다고 한다. 그래서 책 곳곳에 연애에 대한 설문, 통계, 실험, 연구 등의 공적인 자료들이 들어있다. 가볍게 읽고 싶은데 왜 의미 부여를 하시는지, 사적인 연애사를 다루는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런 걸 바라지 않을 텐데 생각했다. 하지만 덕분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 대사전에 명시되어 있는 연애의 정확한 뜻을 읽어보기도 했고, 객관적인 자료를 보면서 내가 평균에 속하는지 어쩐지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었다.
책에서는 저자의 연애사가 담겨있다. 첫 키스의 추억, 짝사랑, 섹스(쓰리썸), 헤어질 때 겪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생각들이 담겨있다. 동성과의 섹스, 여러 사람과 하는 섹스 등이 담겨있기 때문에 19세로 분류해야 될 것 같은 자극적인 내용들이 많다. 왠지 혼자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 우리나라에 저자와 같은 연애지상주의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호기심으로 읽지만 공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필치가 통통 튀고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잘 읽힌다. 곁들인 문장들, 서두들, 명대사.. (예를 들어, 1948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살던 열두 살 소년 호르헤의 이야기, 1995년 모래시계 이야기) 부분들이 있는데 중요하지 않는 내용들이라 굳이 넣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우리나라 정서는 사적인 연애담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을 꺼려 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연애를 하고 사는지 알기가 쉽지 않은데, 개인 연애사를 이렇게 솔직하게 담아낸 책이 처음이라 귀하다고 생각했다. 재미나 '공감'보다는 '이상함'을 경험했는데, 어쩌면 이게 트렌드 일지도 ... ?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