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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신은 얼마 ㅣ 안전가옥 쇼-트 13
하승민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7월
평점 :
가상화폐로 인해 평범한 인간이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필자는 가상화폐나 주식을 불신하지만, 이전에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으로 이 소설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당신의 신은 얼마>의 주인공 '정환'은 평범하게 학교를 졸업하고 치킨집에서 알바하고 있는 이십대 후반의 남성이다. 같은 치킨집에 카운터를 보는 여성을 좋아하고 있고, 가끔 사장 모르게 치킨을 조금씩 훔치면서도 나름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나타난 고등학교 친구 현기는 남의 집을 털어 마련한 500만원을 정환의 명의로 된 계정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한다. 가벼운 호기심으로 시작된 가상화폐는 이후 현기가 교도소에서 2년을 복역하고 나온 뒤 233%, 1073%, 9044% 결국엔 10102%(5억) 까지 오르고, 현기는 정환에서 교도소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을 죽이는데 도와주면 가상화페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주인공 정환의 사회적 위치나 삶을 통해 인간이 행복해지고 더 나은 삶을 살기위한 욕구의 절실함을 많이 느낄 수 있고, 소설같은 이야기지만 결코 소설같지 않은 현실을 보는 듯한 양면의 느낌이 들어 몰입이 잘 되었다. 좋아했던 카운터 여직원이 회사에 취직하고 자신보다 멋지고 잘난 남자를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부분을 읽으면서 소름이끼쳤다. 인터넷 기사 댓글이나 카페의 댓글 등에서 익명의 사람들이 앞 뒤 상황을 보지 못하고 힐난하는 글들을 볼 때면 '이 사람들의 인생은 어떻길래' 라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정환의 모습이 딱 그럴 거라 생각되었다.
현기는 정환에게 10%를 준다고 약속하면서 가상화폐를 넣었었는데, 그 돈만 받아도 충분하지 않나? 굳이 사람을 죽이는 일 까지 했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읽다보니 소설 속 주인공의 수준과 맞지 않은 화자의 문학적인 단어들이 눈에 거슬리기도 했다. 정환이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아닐텐대 생각했다.
짙은 어두운 분위기에 흡입력에 굉장히 좋은 소설이다. 주인공의 삶보다 더 나은 나와의 삶과 비교하면서 안심했고, 실제로 주인공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가상화폐세상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실체가 없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세상이라 느꼈다. 하승민 저자의 앞으로 또 다른 작품이 기대된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